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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네 Feb 28. 2023

전원생활 난로 연기와의 전쟁 끝!

난로의 연기 역류 원인과 해결방법

전원주택에서 벽난로를 피우면 난방비가 절약된다는 장점 외에 보일러 난방을 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따듯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밖에 있다 난롯불이 피워져 있는 실내에 들어서면 추위에 경직되었던 온몸의 관절들이 릴랙스 되는 듯한 느낌은 아는 사람만 알고 좋아한다. 


보일러 작동만으로는 그 따스함을 절대 흉내 낼 수 없기에. 


남편도 그 따스함을 몹시나 좋아하는 사람 중의 한 명이라 분명 보일러가 돌아가고 있는 상태인데도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난롯불이 꺼진 걸 알아차렸다.


"난로가 재채기를 해서 더 이상 장작을 넣지 않았어"


밤늦게 퇴근한 남편이 난롯불이 꺼진 거냐고 물었을 때 내가 대답한 말이었다. 정말이었다. 난로 옆 책상에 앉아있던 나는 난로 뚜껑  사이로 연기가 짧게 뿜어지듯 나오는 걸 직관했다. 


애니메이션이라면 난로가 재채기하는 것 같은 상황이었다. 이건 아니다 싶어 더 이상 장작을 넣지 않고 어서 난롯불이 꺼지기만을 기다리며 벽난로를 예의 주시했던 이유는 이미 연기의 역류로 인해 적잖이 애를 먹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벽난로를 바꾸다

벽난로를 설치하고 첫 해엔 그렇지 않았는데 두 번째 겨울부터는 재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후로 장작을 넣기 위해 난로의 유리문을 열 때마다 연기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그 정도가 점점 더 심해져만 갔다. 


그때 마침 남편의 지인이 하시는 카페에 놀러 갔다가 새롭게 바꾸셨다는 난로를 보게 되었다. 디자인도 예쁜 데다가 열전도율도 높고 무엇보다도 카페 주인께서 장작을 넣을 때는 물론 수시로 난로 뚜껑을 여는데도 연기가 전혀 올라오지 않는 거였다. 


뚜껑을 열면 연기가 연통 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 보이는 것이 진짜 신기했다. 


난로를 바꾸고 훨씬 따뜻한 것은 물론이고 장작이 끝까지 타서인지 재도 별로 나오지 않을뿐더러 절단목을 통째 넣고 퇴근하면 다음날 아침에 출근할 때까지 불이 살아있어서 불을 다시 피울 일이 없더라는 경험담을 듣고는 업체를 소개받아 난로를 바꾸기로 했다.


역시나 난로 뚜껑을 열어도 연기가 올라오지 않았다. 그게 너무 좋았다.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주로 내가 장작을 넣게 되는데 장작을 넣을 때마다 연기가 나서 장작 넣고 나면 꼭 환기를 해야 했고 연기냄새를 다 뺄 때까지 환기를 하고 나면 실내 온도가 뚝 떨어져 난로의 공기조절장치를 활짝 열어 장작이 빨리 타게 해야 했고 그러면 또 금방 장작을 넣어야 하는 악순환을 반복하던 생활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 너무 좋았다.





벽난로의 연기 역류

그러던 어느 날부터인가 난로 뚜껑을 열면 연통 개폐 부분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난로의 뚜껑을 닫으면 나지 않고 난로 뚜껑을 열면 연기가 났다. 그러던 것이 난로 뚜껑을 열지 않고 공기 조절 장치를 오픈만 해도 그 부분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연기의 역류에 넌덜머리가 나서 거금을 들여 벽난로를 통째로 바꿨는데 또다시 연기를 보게 된 것에 너무 어이가 없었다. 난로를 설치해 주신 분도 수없이 많은 곳에 난로를 설치하셨음에도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며 무척 당황하신 눈치였다. 


또 난로 업체를 소개해주신 카페 형님께서도 자신의 난로는 아무 문제 없이 잘 사용 중인데 우리 집에 설치한 난로에서만 문제가 생기니 괜히 미안해하시며 카페에서 난로를 바꾸기 전 사용하시던 배출기를 가져와 남편과 직접 설치해주시기까지 하셨다.


장작을 넣을 때 배출기를 작동시키니까 강제로 연기를 뽑아 올려서인지 뚜껑을 열었음에도 그 개폐 부분에서 연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장작을 넣을 때와 장작에 불이 빨리 붙기를 원할 때는 배출기를 작동시키고 이외의 시간엔 배출기를 작동시키지 않은 상태로 지냈었다. 


그렇게만 지낼 수 있었어도 너무 좋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배출기를 작동시킨 상태에서 난로 뚜껑을 열어도 연기가 역류하기 시작했고 연통의 개폐 부분뿐만 아니라 난로와 연결된 연통틈으로도 연기가 나기 시작했으며 마침내는 난로가 재채기하듯 연기를 뿜어내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다.



벽난로 연기 역류의 원인

벽난로 업체 사장님과 남편, 나 그리고 벽난로 업체를 소개해주신 카페 사장님까지 전부 우리 집 벽난로 연기 역류의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1. 우리 집의 위치

우리 집은 산꼭대기 바로 아래 골짜기에 위치해 있다. 


이럴 경우 산꼭대기로부터의 하강 기류 영향으로 인해 맑은 날에도 연기가 아래로 깔린다고 하는데 마당에 있으면 바람의 영향에 따라 연기가 위로 올라가다가 어느 순간 마당으로 깔리는 걸 실제로 본 적이 있다. 


이렇게 되면 연통의 흡입력이 매우 약해지기 때문에 연기 역류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2. 단열 연통 미사용

날씨가 추워지면 단열이 안된 연통의 경우 온도가 내려가면서 연기가 나오는 힘이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되고 그러면 연기가 역류하게 된다고 한다. 


평지에 위치한 카페 사장님네는 일반 연통을 사용하셨어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우리 집은 산꼭대기에 위치해 있어 평지에 비해 기온이 훨씬 낮기 때문에 단열 연통을 사용했어야 했다.



3. 덜 마른 장작 사용

올해 뒤늦게 장작을 구하면서 여기저기 연락하다가 급하게 주문하게 된 장작이 덜 마른 장작이었다는 걸 미처 인식하지 못했었다. 처음엔 분명 마른 장작과 안 마른 장작 구분하며 알아보다가 여기도 저기도 장작이 없다는 말에 일단 장작을 구한 것만으로도 기뻐했었다. 


그런데 마른 장작만 사용하다가 덜 마른 장작을 사용해 보니 옮길 때 무겁기도 엄청 무거울 뿐만 아니라 연통 밑으로 빠져나오는 목초액이 상상 이상으로 많았다. 


큰 고무대야에 목초액이 가득 차는데 며칠 걸리지 않을 만큼 생나무엔 수분이 엄청 많았고 그 수분이 증발되는 중에 바깥공기가 너무 차니까 연기의 타르와 함께 연통 안쪽에 차곡차곡 얼어붙으면서 연통이 막혔던 거였다.



4. 연통의 길이

우리 집은 해당사항이 없는 부분이긴 한데 연통의 길이도 연기 역류의 원인이라고 한다. 보통 연통을 수평으로 해서 밖으로 뺄 경우 위로 올리는 연통은 그 수평 연통의 약 1.5~2배 이상이 되어야 연기의 역류를 막을 수 있다고 한다.





벽난로 연기 역류 해결 방법


1. 현재 사용 중인 장작이 마른 장작인지 덜 마른 장작인지부터 확인하고 덜 마른 장작이라면 그건 내년에 쓰는 걸로 하고 마른 장작을 조금만 주문한다. 


이중 비용 같아 고민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마르지 않은 장작을 계속 사용할 경우 벽난로 연통을 교체하는 등 더 큰 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꼭 마른 장작으로 교체한다. 이미 덜 마른 장작을 사용 중이었다면 지금 당장 연통 청소를 하는 것이 좋다.



2. 수평 연통이 있을 경우 밖에서 올라가는 수직연통의 길이가 수평연통의 2배 길이가 되는지 확인하고 조정한다. 


수평으로 설치된 연통의 길이는 짧을수록 좋은데 만약 수평 연통이 길 경우 최소 두 달에 한 번 연통청소가 필요하다.



3. 집의 위치가 평지 지역보다 많은 추운 곳에 있다면 연통 설치 시부터 이중 단열 연통으로 설치하고, 이미 기본 연통으로 설치했다면 단열재로 커버한다. 


이때 임의로 아무 보온재나 사용하면 연통의 뜨거움만으로도 화재가 날 수 있으므로 꼭 난로 연통용 단열재를 이용해 커버해야 한다.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것이 안전하다.



4. 연통을 수직으로 더 올릴 수 없을 경우 연통 끝에 배출기를 다는 방법도 있다. 처음에 장작에 불 붙일 때나 난로문을 열 때 작동시키면 연기의 역류를 막을 수 있다. 


실내에 배출기의 속도조절기를 설치하면 원하는 만큼의 속도로 배출기를 작동시킬 수 있다.



5. 연통에 비해 화구문이 아주 대형인 경우엔 배출기를 달아도 연기가 역류할 수 있다. 이럴 땐 처음에 난로문을 아주 조금만 열어 난로 내부에 기류가 형성되도록 한 다음에 활짝 여는 방법을 사용한다.



6. 벽난로에 장작을 넣기 전에 토치를 이용해 난로 내부를 데워주는 게 연기의 역류를 막아주는 방법이다.

이때 벽난로 안 연통입구 쪽부터 시작해서 난로 전체를 데워주면 되는데 이렇게 하면 난로 안의 따듯해진 공기가 위로 올라가게 되고 그로 인해 아래쪽의 찬 공기가 따듯해진 연통으로 올라가는 상승기류가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해주면 장작이 탈 때 발생하는 연기가 실내가 아닌 연통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실내로 역류하는 연기는 없게 된다.





벽난로에서 연기가 역류하는 원인을 파악한 후 그 원인에 맞는 해결책을 찾아 수정해 주었더니 현재는 그 어떤 이상도 없이 벽난로를 아주 잘 사용하고 있다. 우리 집이 아주 추운 곳에 위치해 있는 만큼 연통 전체를 단열이 되는 이중연통으로 전부 바꿔주었고 장작도 난로업체에서 소개해주신 곳에서 잘 마른 장작으로 절단목과 쪼갬목을 섞어 3루베를  주문해 사용 중이다.


12월 말쯤 덜 마른 장작을 1루베에 15만 원씩 해서 10루베를 주문해서 배송비 15만 원까지 165만 원을 지급했었다. 그리고 이번 2월에 마른 장작을 1루베에 17만 원씩 해서 3루베를 주문했고 배송비 17만 원까지 해서 68만 원을 지급했다. 


만약 처음부터 마른 장작으로 10루베를 주문했었다면 배송비까지 187만 원만 들었을 거고 벽난로 때문에 이런저런 고생을 하진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한다. 또 우리 집이 이중 연통을 사용할 만큼 추운 지역이라는 판단을 미리 했더라면 난로 사용 중간에 연통을 교체하는 비용도 절약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연통을 교체하기 위해 해체했을 때 연통마다 혈전이 쌓인 혈관처럼 타르덩어리들로 거의 막혀있는 걸 보면서 이 상태로 배출기를 돌려가며 덜 마른 장작을 계속 사용했다면 연통의 온도가 너무 많이 올라가면서 위험한 상황이 생겼을 수도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난로의 재채기에 위험을 감지하고 난로 사용을 멈춘 그때의 나 자신을 칭찬하고 돈은 들었지만 앞으로 벽난로를 사용함에 있어 올바른 방법을 제대로 배웠다는 점에서 값진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남편을 보니 남편은 벽난로의 유리를 통해 불멍을 하고 있었다.

내 시선이 느껴졌을까? 남편이 돌아보며 활짝 웃었다.

"여보, 난로 바꾸길 정말 잘한 것 같아. 열전도율이 비교도 안되게 좋아. 똑같이 장작을 넣어도 훨씬 오래 타고 재도 거의 없어. 마른 장작으로 바꾸니까 '겨울에 난로 불 붙이면 봄에 끄게 된다'라고 하신 난로 사장님 말씀이 어떤 의미인지 알겠어. 진짜 좋다"


남편이 좋아하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비싼 수강료 내고 배운 만큼 앞으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면 되는 거다.


벽난로와의 전쟁이 마침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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