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가는 순간도 소중한 시간
지인이 '아직도 가야할 길(M.스캇 펙 저)'을 읽고 있다고 한다.
그 책은 나에게 오래된 빛바랜 책이다.
아주 오래 전에 친구가 꽃 무늬 포장지로 정성스럽게 포장해 선물해준 것인데, 그때의 따뜻한 마음이 지금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나는 주기적으로 책들을 정리하고 처분하지만, 이렇게 특별한 의미가 있거나 내용이 좋은 책은 차마 버릴 수가 없다. 이 책은 단순한 선물을 넘어, 언제든지 다시 꺼내어 읽고 싶은 소중한 존재다.
빛바랜 책의 테두리는 나무의 나이테같다.
사람과 책은 모두 인연이 있어야 연결된다. 세상에는 수많은 책들이 발간되고 사라지지만, 아무리 뛰어난 작품이라도 나에게 감흥이 없다면 그저 스쳐 지나가는 책이 될 뿐이다. 반면, 어떤 사람에게도 배울 점이 있는 것처럼, 어떤 책에서도 반드시 얻어갈 것이 있다. 책은 저자가 세상에 내놓기 위해 갈고 닦은 자신의 정제된 표현이기 때문이다.
연인들이 헤어지고 나면, 함께 했던 기억은 아스라이 사라지지만, 그 사람에 대한 느낌은 남는다. 마찬가지로, 책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더라도 그 책에 대한 감정은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남는다.
재미있어서 밤새 몰입했던 소설, 한 문구가 가슴 깊이 남아 잠시 덮어두었던 순간, 아무 감흥 없이 대강 읽었던 무덤덤함... 그 모든 경험은 나의 내면에 각기 다른 색깔로 남아 있다.
"사람들은 당신이 어떤 말을 했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잊어버릴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어떤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는지는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 마야 안젤루
이처럼, 책과 사람은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 이야기가 나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켰는지, 그것이 진정한 가치일 것이다. 책을 통해 느낀 감정들은 언제까지나 나와 함께할 것이며, 그런 인연이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