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특강 / 문장의 기술] 잘못된 문장 고치기 연습 中
[ 오늘의 잘못된 문장 ]
"수많은 우연의 소용돌이에 감춰진 간절한 그들의 사랑을 이뤄낸 가슴 저미는 사연이다."
‘-은/는’은 한국인이 즐겨 쓰는 어미(語尾)다. 주로 해당 어절(語節)이 관형어 역할을 하게끔 만들고 싶을 때 사용한다. 관형어 기능을 하기 때문에 ‘은/는’을 사용한 어절은 뒤이어 나오는 말들을 꾸며줌으로써 그 내용을 보충한다. 예를 들어 「수준 높은 글을 잘 쓰는 사람」처럼, ①‘수준 높은’이란 말은 ‘글’을 꾸며 보충해주고, ②‘잘 쓰는’이란 말은 ‘사람’을 꾸며 보충하는 것이다. 따라서 글을 쓸 때 수식이 필요한 경우, 활용도가 무척 높은 어미다.
하지만 뭐든 과하면 부족함만 못하듯이, ‘은/는’이 남용되면 문장을 망친다. 이 글 맨 위에 제시해놓은 예문이 바로 그에 해당한다. 이 예문은 내 수강생이 쓴 글 중의 일부다. 결론적으로 이 문장은 의미 전달에 실패한 사례다. ‘은/는’이 너무 많이 사용되어서 보는 이를 혼란스럽게 하기 때문이다. 세어보면 ‘은/는’을 사용한 어절이 무려 5개나 있다. 문장은 1개인데, 의미 보충 및 수식은 5개나 존재하는 셈이다. 이건 인간의 뇌가 하나의 문장을 읽을 때 처리할 수 있는 정보량을 초과하는 수준이다. 과감히 몇 몇 관형 어절은 뺐어야 한다. 그리고 꾸밈이 없거나 조금 덜한 어절로 문장 전체를 간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했다. 아니면 문장을 쉼표나 마침표로 둘 이상 나누어서 과 부하된 정보를 분산시키는 전략도 좋다.
게다가 발음상 화자가 느끼는 질감도 부자연스럽다. 당신도 한번 살짝 (소리 내어) 읽어보길 바란다. "수많은 우연의 소용돌이에 감춰진 간절한 그들의 사랑을 이뤄낸 가슴 저미는 사연이다."(마지막 단어 ‘사연’은 ‘은/는’ 어미가 쓰인 어절은 아니다. 그냥 단어 그 자체일 뿐이다. 그러나 그렇잖아도 이미 앞에서 ‘은/는’처럼 발음상 닫히는 느낌의 글자들이 수없이 등장했는데 마지막 단어까지 ‘…ㄴ’처럼 역시 또 발음상 닫히는 느낌의 단어를 활용한 것은 패착이다. 세련된 단어 선택이라고 볼 수 없다. 덕분에 처음부터 끝까지 의미도 모호하고 읽는 맛도 답답한 문장이 되어버렸다.) '은/는'은 발음상 닫히는 느낌을 준다. 읽는 순간 우리의 호흡도 살짝 정지한다. 그래서 ‘은/는’이 지나치게 많으면 그 문장을 읽을 때 왠지 모르게 답답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위 문장은 -본의 아니게- 이런 답답함을 5번이나 선사한다.(마지막 단어까지 포함하면 6번이다.)
따라서 위 문장을 수정한다면 아래와 같이 고쳐볼 수 있을 것이다. 일단 가장 쉬운 방법은 쉼표를 넣는 것이다. 꾸미는 말과 꾸밈을 받는 말이 멀리 떨어져 있거나, 꾸미는 말이 연속해서 이어질 때, 문장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가장 간단하고 대표적인 방식이 바로 「쉼표 넣기」다. 쉼표의 사전적 정의 중 일부가 바로, <바로 다음 말과 직접적인 관계에 있지 않음을 나타낼 때>이다. 그런 의미에서 쉼표의 기능은 수식 구문과 제법 관련성이 많다.
"수많은 우연의 소용돌이에 감춰진, 간절한 그들의 사랑을 이뤄낸, 가슴 저미는 사연이다."
조금 읽기 편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뜻이 난해하고, 자연스럽게 읽히진 않는다. 이건 당초에 원(原) 글쓴이가 관형 어절을 너무 많이 넣었기 때문이다. 관형 어절이 5개나 존재하는 데 그걸 해치지 않으면서 문장을 자연스럽게 고칠 수는 없다. 불가능이다. 이런 경우에는 본래 문장의 뜻은 살리되, 문장의 형체는 상당 부분 쇄신하는 식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이른바 전면 재수정이다. 특히 의미 보충 및 수식 부분의 개수를 줄이는 게 관건이다.
“수많은 우연이 뒤엉키다가 그들은 서로의 사랑을 깨닫는다.
그들의 간절함이 끝내 결실을 맺는 이 사연은 보는 이의 가슴을 저민다.”
일단 문장을 둘로 나눠 정보의 과 부하를 없앴다. 그리고 “소용돌이”처럼 뜻이 불분명한 비유는 ‘뒤엉키다’처럼 보다 명료한 단어로 바꿨다. 또 “감춰진”처럼 피동형(被動形) 표현은 ‘깨닫는다’처럼 보다 자연스럽고 능동적인 느낌이 들도록 수정했다. 본래 “사랑을 이뤄낸” 부분은 ‘끝내 결실을 맺는’으로 바꿨고, “가슴 저미는 사연”은 ‘사연(이) … 가슴을 저민다’로 수정하여 관형 어절의 수를 줄였다. 총 5개였던 관형 어절은 고쳐 쓰기 후 2개로 줄었다.
글을 쓸 때 꾸밈은 필요하다. 그러나 사람도 치장이 심하면 미용‧패션을 망치듯, 글을 쓸 때도 의미 보충 및 수식 등은 적정한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글을 쓸 때 어미 ‘은/는’의 유혹은 강렬하다. 일단 쓰기가 편하고 써놓고 보면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앞서 봤듯이 그를 남용하면 의미가 난립하고, 읽을 때 우아하지 않게 된다. 내실도 외관도 갖추지 못한 꼴이다. 꾸밈, 그 매혹을 적절히 즐기고 통제할 때 당신의 글에 품위가 생겨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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