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특강 / 문장의 기술] 크리티카의 인문학 에세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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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의 악순환, 작심삼일
우리는 공부를 할 때 으레 독서실이나 도서관을 간다. 운동을 하려할 때는 헬스장을 찾는다. 공부든 운동이든 집에서 잘 안되기 때문이다. 공부나 운동 모두 공통점이 있다. 바로 스스로 의욕을 다잡고 그를 계속 유지하기가 제법 힘이 든다는 점이다. 자기계발은 소위 ‘작심삼일’이 빈번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실패하지만 어찌되었든- 공부와 운동을 위해 부러 집밖을 나선다. 집에서보다 그나마 밖이 -비록- 실패할 확률이 낮아서 그렇다. 글도 기실 자기계발 중 하나다.
몇 번이나 앞서 강조했듯이 글을 쓰다보면 알고 있던 것들이 정리되고, 새로운 관념이 창조된다.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는 역량이 향상되고, 사고‧판단력이 증진된다는 점에서 글쓰기는 분명 자기계발이다. 그렇기 때문에 글도 역시 스스로의 의지로 쓰기가 힘들다. 하루 이틀 정도 시쳇말로 “feel이 와서" 신들린 듯 쓸 때도 있겠지만, 역시 ‘작심삼일’이 반복되기 쉽다. 그래서 내가 수강생들한테 자주 권해주는 처방은 <밖에서 써라>이다.
안보다 ‘밖’이 일하기에 나은 이유
<밖>은 뭐든 될 수 있다. 독서실, 스터디 Lab, 도서관, 카페, 공원 벤치‧정자, 심지어 Bar도 괜찮다. 실제로 난 Bar에서도 종종 글을 쓴다. 要인즉슨, 집만 아니면 된다는 말이다.(키보드로 타자를 치며 글을 써야 할 경우라면 상기한 장소들 중에 키보드 타자가 허용되는 곳이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특정한 일을 할 때 주변의 시선이 의식되는 곳에서는 일을 훨씬 열심히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타자의 시선’은 일에 집중하게 만드는 ‘환경’인 셈이다. 게다가 주변 사람이 이성(異性)일 때는 그 경향성이 더 높아진다고 한다. 예를 들어 홈 트레이닝을 할 때보다 짐(gym)에 있을 때 운동을 한 세트라도 더 하게 된다는 얘기다. 매력적인 이성이 옆에 있으면 세트 수는 늘어날 것이다. 이처럼 사람이 타자의 시선 속에서 일을 하게 되는 경우는 결국 집이 아닌 ‘밖’이다.
때로는 파놉티콘 감옥의 수형자처럼
밖에서 글쓰기를 하면 여러모로 유용하다. 위의 연구도 말했듯이, 타인들의 시선이 일종의 감시처럼 작용해 집에서 글을 쓸 때보다 억지로라도 글쓰기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주변에 책을 읽거나 뭔가를 쓰거나 일을 하는 등 자신만의 과업에 집중하는 타인들을 보고 자극을 받을 수도 있다. 물론 당신이 쓰고 있는 글 내용이 무엇인지 남들이 궁금해 하거나 볼 리가 만무하다. 어쩌면 당신이 뭘 하고 있는지, 혹은 당신이 그 자리에 있는지조차 일절 관심 갖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군중에 둘러싸여 뭔가를 시작한 사람은 자연스레 긴장을 한다. 그래서 확실히 딴 짓거리를 덜하게 된다. 일단 다수 앞에서 글쓰기 시늉을 시작해버린 이상 주변 사람들이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든 자신을 주목할 수 있다는 그 불확실성이 글쓰기 태도를 한층 진지하게 만들어 준다. 마치 주변 사람들이 파놉티콘 감옥의 감시자처럼 느껴지게끔, 본인 스스로 부러 글쓰기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자유 의지를 너무 유리하게 활용하지 말라
자기계발서들이 자주 경고하는 내용 중 하나가 <당신의 의지를 믿지 말라!>다. 개인적으로 자기계발 서적을 썩 신뢰하는 편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명제만큼은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생산적인 일을 하는 능력, 즉 셀프모티베이션(self-motivation)이 잘되는 사람은 소수다. 집 골방에 박혀서, 또는 인적이 드문 자연 속에 혼자 있을 때 글이 잘 써진다는 작가들은 자기 스스로 글쓰기에 동기부여가 잘되는 이들일 테다. 그러나 그러한 성향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만큼 자발적일 수 없다. 대개는 어느 정도 글을 쓰게 하도록 강제하는 것들이 필요하다. 늘 자신을 감독‧관리해주는 스승이나 지인이 있으면 글을 쓰기 수월하겠지만, 그럴 처지조차 아닌 이들이 더 많다.
그럴 땐 집을 벗어나서 아무런 연고도 없는 사람들 속에 자신을 던져둬보자. 그리고 내 멋대로 상상으로나마 그들에게 일종의 감독‧관리자 역할을 부여하자. 착각에 불과하지만 효능이 제법이다. 적어도 집에서 혼자 골머리를 앓는 것에 비해 한 줄이라도 더 많이, 더 밀도 있게 쓰일 것이다. 과학자들의 견해를 좀 더 충실히 이행하고 싶은 사람은 자리 선별도 신경 쓰자. 매력적인 이성 근처에 앉으면 효과가 배가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