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20일만 투자하면 잘 쓸 수 있다 / 잘못된 문장 고치기의 실사판
잘못된 문장 고치기의 실사판, < The 나아지는 글쓰기 > (이동규 著)
* 이 글은 이동규 작가가 시민기자 자격으로 언론사 '오마이뉴스'에 송고한 기사 글의 원본입니다.
일반론만을 조언하는 기존의 글쓰기 책 문화
글쓰기 책이 범람하는 요즘이다. 그만큼 사람들이 글쓰기를 일종의 생필품처럼 여긴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중의 글쓰기 책들이 대부분 글을 잘 쓰기 위한 자세나 태도, 마음가짐 등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점이 아쉬웠다. 예를 들어 “책을 읽고 지식을 늘려서 쓸거리를 비축해둬라.” “1일 1 글쓰기, 성실하게 엉덩이로 글을 써라.” “무엇이 소재가 되었든 일단 생각나는 대로 써라.” “말하고자 하는 바를 최대한 명확히 밝혀라.” 등등의 조언들이다.
물론 글쓰기의 자세, 태도, 마음가짐 등이 하나의 일반론이라면 그것은 그것대로 유효한 논의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반론만을 강조하는 추세는 분명히 문제다. 일반론만으로도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마치 중고등 학창 시절에 명문대 생들이 알려준 공부법만 터득하면 금세 일류대에 진학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예를 들어 서울대에 합격한 선배가 “○○아! 수학을 잘하려면 말이야, 일단 핵심 이론들을 정확히 이해한 뒤에 연습문제를 반복해서 풀어야 해. 그 다음에는 실전 같은 분위기에서 모의고사를 치르는 거지. 이때 꼭 초시계도 이용해.”라고 조언하는 식이다. 물론 선배가 다 애정이 있어서 후배한테 그런 말을 해주는 것이겠지만 듣고 보면 이런 말들처럼 허망한 말도 없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조언은 고맙지만,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닌데 …….’
보다 실용적인 글쓰기 책을 만들고 싶었다
다소 거칠게 예를 들었지만 최근 일반론을 역설하는 글쓰기 책들이 이와 비슷한 충고들을 해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었다. 헤밍웨이가 글을 쓸 때 카페에 즐겨 들렀다고 해서 우리 모두 매일 스타벅스에 출근한다고 명문장가가 될 리 만무하다. 스티븐 킹이 글을 쓸 때 영감이 떠오르기를 마냥 기다리지 않고 무작정 무엇인가를 써대면서 내용을 직조한다는 얘기를 알게 되었다고 해서, 일반인이 갑자기 재미난 소재로 스릴 넘치는 공포 에세이를 쓸 턱이 없다.
오히려 일반인들이 정녕 글쓰기에 대해 배우고 싶어 하는 부분은 어떻게 잘못된 문장을 피하고 잘 쓴 글을 만들 수 있는지, 그 구체적인 원리에 관한 내용들일지도 모른다. 글을 배우려는 사람들 모두가 문학가나 작가, 기자를 꿈꾸지는 않는다. 글쓰기를 배우려는 사람들 중에는 오히려 자신의 삶과 생각에 대해 그저 내용상으로나 표현상으로 현재보다 ‘더 나은’ 글을 쓰려는 소박한 사람들이 대다수다. 보다 자세하고 현실적인 글쓰기 시뮬레이션이 필요한 이유다.
어쩌면 그들에게 글을 쓰는 장소나 소재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소재는 넘쳐날지도 모른다. 그동안 하고 싶은 말은 많았음에도 문장이 엉성해서, 비문이 있을 것 같아서,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질 듯해서 하염없이 쌓아만 왔던 쓸거리들이 오죽 많았겠는가. 문제는 그렇게 끓어오르는 표현 욕구를 어떻게 보기 좋게 채색하고 포장할 수 있는지 그 방법론에 대해 연습이 되어있지를 않다는 점이다.
그러던 차에 이처럼 글쓰기의 원리나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설파한 책이 없다면 그냥 나 자신이 나서서 직접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10년 넘게 글쓰기·말하기를 가르쳐왔던 터라 내 머릿속에 얽히고설킨 이론들을 차분히 정돈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느끼던 참이었다. 특히 글의 ‘내용’을 구성하는 방법과 ‘문장’을 구성하는 방법 중에서 후자, 즉 문장론에 관한 책부터 쓰자고 마음먹었다. 굳이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글을 쓸 때 글의 내용은 문장 하나하나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인생 첫 글쓰기 책, <The 나아지는 글쓰기>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잘못된 문장 고치기의 실사판
이 책, <The 나아지는 글쓰기>의 부제는 ‘잘못된 문장 고치기 실사판’이다. 나는 문장 쓰는 법을 바로 알려면 우선 잘못된 문장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능력을 갖추는 것과, 그것이 왜 잘못된 것인지 이유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잘못된 문장을 올바르게 고쳐 쓸 줄 알아야 글을 잘 쓸 수 있는 능력이 담보된다고 확신한다.
이는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글을 다듬고 바꿔주면서 내 나름대로 터득한 이치이자 신념이다. 그래서 문장론을 정리한 필자의 첫 책은, 매 챕터마다 잘못된 문장을 보여주고 그 원인을 분석한 뒤, 마지막에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 형식으로 구성했다. 부제에 ‘잘못된 문장’이라는 문구가 있는 까닭이 그것이다.
‘실사판(實事版)’이라고 칭한 이유는, 책 안에 등장하는 잘못된 문장들의 예시들이 전부 실제 일반 사람들이 직접 쓴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필자에게 글쓰기를 지도받았거나, 현재도 지도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다. 한마디로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예문들은 속칭 ‘100% 실화’다!
시중에 있는 글쓰기 책들 중에서 간혹 잘못된 문장을 고쳐주는 책도 소수이지만 분명 존재하기는 한다. 그러나 이들이 보여주는 예시들은 지나치게 교과서적이어서 현실에서 쓰일만한 것들이 아니거나, 반대로 글깨나 쓴다는 사람들의 글을 가져다가 다소 무리하게 억지나 딴지를 놓는 경우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철수는 영희에게 보였다.”와 같은 문장들이 전자의 예이고, 작가나 기자들의 글 중에서 흠결이 사소한 부분들을 의도적으로 과장해서 지적하는 방식이 후자의 예다.
둘 중 어느 쪽이든,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현실 속 대다수 사람들이 실제로 글을 쓸 때 저지를만한 실수들이 아니다. 나는 가급적 사람들이 ‘당장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원리와 방법론을 알려주고 싶었다. 적어도 내 책만큼은 현실 생활에 합치되는 글쓰기 책이고 싶었다. 이것이 글쓰기를 공부하는 사람들의 실제 문장을 책 속 예문과 첨삭 대상으로 100% 활용한 까닭이다.
글쓰기의 상대적 왕도 : 비문 유형 및 문장 법칙 20개 정복하기
기발하고 매력적인 문장은 작가에 따라 스타일이 각양각색이지만, 반대로 사람들이 실수를 하거나 오류를 범하는 ‘잘못된 문장’에는 명백히 유형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왜냐하면 잘못된 문장이라는 것은 결국 문법상으로나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문장들을 칭하는 것인데, 문법이나 논리는 그것을 올바르게 쓰는 규칙이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있기 때문이다. 이는 흡사 바둑이나 체스와 같은 보드 게임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기력(棋力, level)을 갖추려면 정석(定石, rule)을 배워야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정석을 어긴 문장들, 그것이 잘못된 문장들인 셈이다.
사실 글쓰기에 필요한 정석을 유형화하자면 적게는 수십 개에서 많게는 백개가 넘을 수도 있다. 하지만 <The 나아지는 글쓰기>에서는 그 개수를 필요최소한도로 줄이려 노력했다. 이 책에서는 글을 쓸 때 문장에 문제가 발생하는 원리들을 총 20개로 나누었다. 원리 1개당 1챕터로 구성했으므로, 하루에 1챕터씩 읽는다면 정확히 20일 만에 글 잘 쓰는 법칙 20개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습득할 수 있다. 이 20개의 유형이 결코 글쓰기 법칙의 전부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글쓰기에 있어서 대표 격 중의 대표 격, 핵심 중의 핵심으로 꼽을만한 정석들이라고 자부하는 바다. 이들만 잘 알아둬도 웬만해서는 비문을 쓰는 일이 없을 것이다.
필자는 본디 복잡하고 난삽하게 공부하는 것을 혐오한다. 학생 때도 그러했고, 교육자가 되어서도 마찬가지로 언제나 효율적으로 공부하려고 애썼다. 이 책은 그러한 필자의 가치관 및 철학을 글쓰기 방법에 관해 집대성한 결과물이다. 공부에 절대적인 왕도는 없다지만, 상대적인 왕도는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남들이 책 5권을 읽고 글쓰기를 공부할 때 자신은 1권만으로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면 그것이 상대적인 왕도 아닐까. 모쪼록 이 책이 글쓰기를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 원하는 바를 이루게 만들어주는 지름길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The 나아지는 글쓰기>로 당신의 글 실력이 ‘더 나은’ 레벨로 향상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진심으로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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