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에비스 지역에서 즐기는 저공비행
도쿄의 에비스 지역에서 즐기는 저공비행
* 이 글은 이동규 작가가 시민기자 자격으로 언론사 '오마이뉴스'에 송고한 기사 글의 원본입니다.
무료 전망대가 매력적인 도쿄
일본 도쿄에는 무료 전망대가 꽤 많다. 일단 신주쿠 지역은 무료 전망대가 지천이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도쿄도청 전망실이 있고, 그 외에도 신주쿠 스미토모 빌딩, 신주쿠 센터빌딩, 신주쿠 노무라 빌딩 등 인근에 여러 곳이 포진해있다. 신주쿠 지역만이 아니다. 소위 도쿄의 내로라하는 명소로서 아사쿠사 지역, 오다이바 권역, 오차노미즈의 메이지 대학 등등 사방팔방 무료 전망대를 쉽게 볼 수 있다.
여러 도시를 여행해봤지만, 이렇게 고층 빌딩 안에 무료 전망대가 많은 곳은 홍콩 외에 본적이 없다. 기껏해야 홍콩의 무료 전망대 빌딩들도 대부분 홍콩섬의 센트럴 지역에 치중되어있다. 그에 반해 도쿄의 무료 전망대는 동서남북 각각마다 도시의 방방곡곡을 나름 소상히 구경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훨씬 매력적이다.
아찔하지는 않지만 볼만한 경치
도쿄 시부야구의 남쪽에 위치한 에비스 지역에도 무료 전망대가 하나 있다.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타워>는 에비스에 위치한 최고층 빌딩인데, 바로 이 곳 38층에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의 정확한 명칭은 <탑 오브 에비스(Top of Ebisu)>이고, 전망대를 포함하여 38층 전체를 <다이닝 & 스카이 라운지(Dining & Sky Lounge)>라고도 칭한다.
‘38’이라는 숫자만 보면 꽤 높을 것 같지만, 기실 여타 평균적인 전망대의 높이에 비하면 그리 높은 층수도 아니다. 그래서 막상 전망대에 서보면 사람이 한껏 굽어보는 식의 정경이 아니라는 것을 금세 느낄 수 있다. 어찌 보면 조금은 내리깔 듯, 그리고 시야에서 먼 곳일수록 오히려 본인과 눈높이를 맞추듯이 풍경을 즐겨야하는 장소다. 그 때문인지 실제 물리적으로는 제법 먼 거리에 있는 도쿄 타워가 전망대 창문을 통해 보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다른 빌딩과 일반 집들도 왠지 모르게 낮고 공손한 느낌이다. 긴장감 넘치고 화려한 정경을 원했던 사람들은 자못 실망할지도 모른다. 특히 마천루에서 굽어 살피듯 전망을 즐기는 데에 익숙했던 사람들은 이 곳 전망대의 풍경들이 영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다소 소박하고 푸근한 도시 경관이라도, 이 또한 재미난 경험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마음에 여유가 있는 여행자라면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타워>의 전망대도 나름 별미일 테다.
높고도 쾌적한 공간
다만 전망대에서 구경할 수 있는 방향이 동서남북 4면이 아니라 단면인 점은 약간 아쉽다. <탑 오브 에비스(Top of Ebisu)>에서는 에비스 지역을 기준으로 했을 때 도쿄의 동쪽 및 북쪽 내외 지역만 보인다. 반대쪽 면은 <다이닝 & 스카이 라운지(Dining & Sky lounge)>의 식당들이 차지하고 있다. 물론 해당 식당들을 이용한다면 그쪽 전망을 즐길 수 있다.(전망 좋은 자리를 예약했다면 확실히 그렇다.) 그 외 방면은 오로지 벽뿐이다.
전망 실은 약간 기다란 복도 형식이다. 전체적으로 조명도 어둡고 실내 인터리어 색깔로 갈색 부류나 무채색이어서, 좌우로 넓게 펼쳐진 유리창 사이로 빛이 투과하는 모습이 기이하면서도 특색 있다. 역광이라서 전망 실 바깥쪽을 배경으로 인물 사진을 찍기는 힘들겠지만 실루엣 형식의 인물사진이라면 상당히 기발한 것들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곳은 그리 유명하지 않아서인지 구경하는 사람들도 무척 적다. 그 소수의 사람들조차도 주로 여행객이 아닌 현지 일본인들이다. 따라서 매우 조용하고 은은한 분위기로 감상할 수 있다. <탑 오브 에비스(Top of Ebisu)>와 <다이닝 & 스카이 라운지(Dining & Sky lounge)>가 ‘높고도 쾌적한’ 이유다. 유명한 전망대에서 필연적으로 겪어야 할 북적임과 던적스러움이 영 적성에 맞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어쩌면 이곳이 본인의 취향을 저격할지도 모른다.
가벼운 저공비행으로 휴식하기
물론 도쿄에서 가장 유명한 전망대는 따로 있다. 도쿄 최상의 전망대로서 지상 450m의 풍광을 만끽하려면 단연코 ‘스카이트리’를 방문해야한다. 그러나 당장 아사쿠사 지역으로 달려가 스카이트리 꼭대기에서 단박에 도쿄 상공의 정점을 맛보기 전에 조금은 차근히 본인의 고도를 높여가고 싶다면,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타워>도 썩 괜찮은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더 큰 고도를 기다리는 차원으로, 아니면 세상만사를 짓누르듯이 감상했던 기존의 고공비행 방식을 살짝 바꿔보는 차원으로, 일단은 가볍게 저공비행부터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도쿄를 여행하는 도중, 수직 상승만을 추구했던 기존의 무의식을 살짝궁 지연시켜 여행의 높이에 낙차를 부여하고 싶다면 에비스 지역도 한번 방문해보자.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타워>가 2% 모자란 높이로 당신을 묘하게 편안히 만들어줄지도 모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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