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아이돌이 좋을까

20세기 소녀의 첫 에세이 집필기

by 박유신


이미 책이 나왔어야 하는데 살짝 지연되고 있습니다.

더 잘 만들어지느라 그렇겠지요.

걱정되거나 불안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으니까요.

저는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걸 해야지요.


<덕질, 아직도 하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나올 저의 첫 책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며 책을 쓰게 된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오늘도 조금 해보려 합니다.


지금까지는 글 자체를 어떻게 쓰게 되었나에 대해 주로 이야기했었네요.

처음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두 번째 스토리에서 말씀드렸고 바로 이전 스토리에서는 글쓰기로 경험한 치유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오늘은 드디어 (라고 할 것도 없지만) 덕질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그리 젊지 않은 나이에 이르러 부동산이라든가 연금, 노후 계획 같은, 나이에 걸맞은 고민도 하고 살지만, 그러면서도 언제나 저는 꽃다운 청춘에게 마음이 쓰입니다.

저에게는 딸도 있고, 조카도 있고, 제자도 있고, 좋아하는 아이돌도 있으니 어찌 보면 청춘을 지켜보기에 최적화된 여건이지요.

가족이든 제자든 스타든 이들을 바라보는 저의 시선에는 공통된 부분이 있습니다.

작은 세상에 너무 갇혀 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랄까요.


어리다는 건 앞으로 맞닥뜨릴 고난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누구는 흙수저라 고난의 연속이고 누구는 금수저라 고난 따위 없고, 저도 한때는 이런 식의 얄팍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봤었지만 막상 살아보면 그렇지가 않잖아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각자 다른 전쟁을 치릅니다.

각자의 인생길에서 각기 다른 모양의 바위가 길을 막아서지요.

하지만 돌이켜 보면, 당장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몰랐던 때가 바로 청춘이었습니다.


생각을 해봤어요.

제 아이들이나 제자들은 직접 만나 대화라도 나눌 수 있지만, 그럴 수도 없는 아이돌들한테 나라는 아줌마는 왜 이렇게 관심이 많을까 하고요.

콘서트에 열심히 가는 것도, 스케줄을 쫓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하는 건 고작 나 홀로 방구석 덕질뿐이니까 따지고 보면 저랑 아무 상관도 없는 남의 집 자식들일뿐입니다.

물론 그냥 남의 집 자식은 아니고, 연예인이고 아티스트지만요.

엇, 잠깐만요. 아티스트?


맞습니다, 아티스트!

그것도 일찍 사회에 나온 어린 예술가들이지요.

이제 좀 확실해지네요.

수많은 스타 중에서 제가 주야장천 아이돌만 덕질한 이유를요.

멋진 아티스트이면서 동시에 성장 서사를 볼 수 있는 아이들.

욕구라고 하기엔 표현이 좀 그렇지만 어쨌든 두 가지 욕구가 충족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동안 여러 아이돌 팀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며 제가 계속 찾았던 건 '결국 해내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였던 듯합니다.

'어떤 사람이 성공하는가'가 아닌 '어떤 사람이 오래 머무는가'라는 뜻으로요.


한 업계를 오랫동안 지켜보다 보면, 전체적인 사회의 모양과 정확히 똑같은 모양의 작은 사회가 그 안에 들어있는 게 보입니다.

재능과 실력이 전부가 아니고 그 이상의 여러 가지가 맞아야 성공이 찾아오지요.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이 함께 존재합니다.

이는 우리를 절망케 하는 원인이면서 동시에 계속 희망을 품게 하지요.


포기하지 않고 길을 찾는 이는 비록 처음의 목표와는 달라지더라도 어떻게든 길을 찾아갑니다.

성공한 사람이라도 그것을 계속 누릴 만한 그릇이 되지 못하면 얼마 못 가고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다음 앨범을 낼 만큼의 돈도 벌지 못하는 아이돌도 있고, 실력에 비해 일찍 성공하는 아이돌도 있습니다.

아이돌로는 빛을 못 봤지만 연기나 예능으로 전향해서 성공하기도 하고, 이른 성공에 비례하지 못한 사람 됨됨이가 드러나 추락하기도 하지요.


누군가의 팬으로 살면 비록 그게 내 일이 아니라도 다 보입니다.

특히 아이돌은 어떤 아이에서 어떤 어른이 되어가는지가 보이는 남의 집 자식이에요.

초롱초롱 눈망울이 여전히 사랑을 담고 있는지 아니면 썩은 동태눈처럼 되어 가는지 다 보이지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직업으로서든 아니든 어떤 일을 한다는 건 그 일을 하는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영향을 세상에 주고 또 돌려받는다고 말입니다.

저 자신만 놓고 봐도 그렇습니다.

과거의 저는 일을 생계유지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시간과 경험은 다른 걸 알려주더군요

그냥 일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했던 모든 말과 행동이 어딘가 우주를 떠돌다가 다시 저에게 돌아오더라고요.

선의를 내보내면 선의가 오고, 악의를 내보내면 악의가 오고, 악의가 와도 선의로 받으면 더 큰 선의로 돌아오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지요.


그래도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아이들이라는 맑은 물을 만나는 일이라 세상에 악의를 흘려보내는 일을 좀 덜 했던가 봐요.

그러니 이렇게 두 번째 인생도 시작할 수 있었겠지요.


저는 아이돌로 불리는 아티스트들이 세상에 내놓는 예술을 사랑합니다.

그들이 치열하게 살아내는 시간을 존경합니다.

또한, 그저 열몇 살, 스물몇 살인 청춘이 겪을 좌충우돌에 오래 넘어져 있지 않기를 응원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생각 이상으로 큰 의미로 다가간다는 걸 기억하길 바라요.

오래 아프고 방황했던 아줌마에게 위로가 되어 준 노래들은, 어쩌면 별생각 없이 불렀을지도 모를, 그런 어린 예술가들의 노래였거든요.


기억도 가물가물한 20세기 어느 때에는 저도 노래하는 멋진 오빠를 바라보는 소녀를 눈을 가지고 있었지요.

하지만 이제는 지금 그런 눈을 한 소녀들과 그 소녀들이 바라보고 있는 스타를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둘 모두를 바라봅니다.


꽃과 같은 청춘을요.

모두를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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