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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될 수 없는 나로, 린치핀처럼

세스 고딘의 『린치핀』북리뷰

by Sunny Sea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는 브랜딩 북클럽이 벌써 다섯 번째 만남을 맞이했다는 사실에 새삼 시간이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달 우리는 세스 고딘의 『린치핀』을 함께 나누었다. 작년 힘든 고민으로 하루하루 버티던 시절, 출퇴근길에 '밀리의 서재'였는지 '크레마클럽'이었는지 모호하지만, 이 책을 음성으로 들으며 큰 위로와 용기를 얻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린치핀』은 나에게 "린치핀이 돼라" 속삭였고, 덕분에 고비를 넘기며 지금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상황을 수습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 인생에 한 획을 긋는 역사적 기록이자 소중한 동반자가 되었다.


처음 책 제목인 '린치핀'이라는 낯선 단어를 접했을 때, 궁금증에 구글 검색부터 했다. “린치핀은 마차나 수레의 축에 꽂아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하는 핀을 의미합니다. 비유적으로는 시스템이나 조직 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이나 물건을 뜻합니다. 특히 외교적 맥락에서는 정책 목표 달성에 필요한 동반자를 지칭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대체될 수 없는 존재’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전통적으로 조직은 관리자와 노동자 두 집단으로 나뉘었으나, 이제는 새로운 집단인 ‘린치핀’이 생겨났다. 이들은 자신만의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차이를 만들어내며, 사람들을 이끄는 중요한 연결고리다(p26).


나는 ‘변화하는 세상의 중심에는 대체 불가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고딘의 통찰에 깊이 공감했다.


우리는 오랜 기간 공장 시대가 만들어낸 ‘규칙에 따라 주어진 일을 하는 톱니바퀴’에 순응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세스 고딘은 그 시대가 저물었음을 선언하며 이제는 ‘나답게’, ‘자신만의 예술성을 발휘하며’ 조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 즉 ‘린치핀’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특히, ‘위키피디아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이긴’ 미케니컬 테크 방식(p41)에 대해 읽을 때는 내가 만든 CHT(ChunkHavrutaThinkWise) 학습 기법 중 ‘청크 기법’과 연결 고리를 발견해 신나게 밑줄을 긋고 메모했다.


“진정한 창조성이란 게임의 틀을 바꾸고, 상호작용 방식을 변형시키고, 질문을 다시 하는 것이다.”(p95)


이 부분은 ‘하브루타 질문법’의 효용성과 함께, 질문을 혁신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을 굳혔다.


또한, 내가 진심으로 린치핀이 되기로 결심한 순간은 128쪽 구절이었다. “사람들이 어찌할 바 몰라 우왕좌왕할 때, 린치핀은 팔을 걷고 직접 그 속에 뛰어들어 원인을 찾고 위험을 감수하며 혼신의 힘을 다한다.”(p128)


단순히 지시를 따르는 사람을 넘어 문제에 맞서 해결에 나서는 진정한 린치핀이 되겠노라 다짐했고 실천했고 린치핀의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실감했다.


세스 고딘의 학교 교육을 향한 신랄한 비판 역시 내 마음을 흔들었다. 평생 교육현장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낯간지럽기도 했지만, 고개를 끄덕이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세스 고딘에 따르면, 학교는 ‘단기간에 대량으로 학생을 양성하는 지름길’ 목적 아래 공포와 시험으로 학생들을 전쟁터에 내몰고 있다. 그리고 학교는 “정해진 답만을 외우며 직장인을 양산하는 데 그치지 말고, 흥미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법과 리더십, 즉 사람을 이끄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라고 강력히 주장한다. 이 말은 학교 현장에서 가르치는 내게 너무 절실하고 생생한 진실로 다가와 마치 내게 그렇게 하고 있느냐고 앞으로 그것을 위해 애쓸 거냐고 다그쳐 묻는듯한 부담감마저 느껴졌다.


더 나아가, 『린치핀』은 ‘감정노동’의 중요성을 깊이 일깨워 준다. 진정한 교육에는 감정노동이 빠질 수 없다. 교사들의 소진 원인 또한 대부분 여기에 있다. 세스 고딘은 감정노동을 ‘필수적 과제’라 강조하며, 학교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 자체가 예술이자 자기다움이며, 이에 감정노동이 깃들 때 비로소 진정한 관계가 형성된다고 전한다. 갈수록 심해지는 감정노동의 현실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일부러 감정을 배제하려고 노력하던 나 자신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말이었다.


나는 명확한 미래 지도가 있으면 좋겠다고 여러 차례 생각했었다. 하지만 결국 인생이라는 예술은 ‘지도 없이 행하는 행위’ 임을 이 책을 읽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정해진 틀이 없고 계획 없는 길이라도 스스로 그려 나가는 것이야말로 ‘대체될 수 없는 나만의 길’ 임을 다시 깨달았다.


“예술은 선물이다. 선물은 거래가 아니다. 되돌려 받을 마음 없이 행하는 상호작용이다.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는 지구상에서 오랜 역사를 이어왔다. 선물이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린치핀이 되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다.”(p290)


이 구절은 내게 가장 깊은 울림을 준 말씀이다. 무심히, 그러나 진심으로 선을 베풀 때 진짜 린치핀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오늘 북클럽 모임에서는 각자가 『린치핀』에서 받은 영감과 그 실천 경험을 진솔하게 공유했다. 브랜딩에 관심 있는 이라면 필독서임이 분명하다. 내게는 인생의 중대한 결단 앞에서 용기를 북돋워준 책이며 앞으로 나아갈 바를 확실히 알려준 책이기도 하다. 이해할 수도 받아들이기도 힘든 끊임없이 고통받고 있던 영혼에게는 불평과 불안과 슬픔과 공포의 마음을 희망과 감사함으로 바꿔주는 ‘치유의 책’이았음을 나누는 한 참가자의 꺼진 비디오 화면 너머에서 전해오는 엄숙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확인하면서 깊은 감동의 전율이 전해오기도 했다.


이 책은 내게 진정 소중한 보물이 되었다. 주문해 놓고도 여러 일정과 책 집필에 쫓겨 이제야 다시 책장에서 꺼내 들었다. 작년에 출퇴근길 운전하면서 음성으로 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마치 부흥회 설교 말씀에 동의하며 아멘 아멘 속으로 외치던 모습과 흡사하게 차 안에서 혼자 고개를 끄덕이던 모습이 떠오른다. 북클럽 시작 전에 빠르게 책장을 넘기며 기억을 되살려 모임에서 나눌 메모를 빠르게 하면서도 소장할 가치가 있는 이 책을 잘 구입했다고 셀프 칭찬을 했다. 최근 AI 활용 그림동화책과 컬러링북을 집필하고 ISBN 신청 준비에 몰두하느라 종이책으로 재독을 완독 하지 못한 것이 끝내 아쉽다. 다행히 줌 모임에서 다른 참여자들의 나눔 덕분에 부족한 부분이 채워졌고 내 안에 잠든 에너지가 깨어났다. 두 시간이 넘는 깊은 대화가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갔다는 사실을 밤 10시가 넘어 모임을 마치고 줌 접속이 끊어진 뒤에야 깨달았다..


다시 책을 펼치며, ‘나도 린치핀으로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이 더욱 선명해진다. 앞으로 한 걸음씩 나만의 예술을 창조하는 린치핀으로 살아가겠다는 용기와 희망을 품으며, 시간이 날 때마다 천천히, 깊게 다시 읽어갈 그날을 기다린다. 좋은 책은 읽을 때마다 다른 곳에서 인사이트를 얻게 되는데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깨달음과 발견이 있을까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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