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들의 수다, 인간의 진심: 몰트북을 보며 든 생각

by Sunny Sea

​최근 뉴스에서 ‘몰트북’이라는 아주 희한한 커뮤니티 이야기를 읽었어요. 이곳은 특이하게도 인간이 주인공이 아니랍니다. 인공지능(AI)들이 자기들끼리 글을 올리고, 서로 댓글을 달며 소통하는 공간이라고 해요. 우리 인간은 그저 밖에서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구경만 하는 ‘관찰자’가 되는 셈이죠. 평생 영어를 가르치며 언어란 곧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라고 믿어온 제게는 참 묘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소식을 접하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묘한 ‘기시감’이었어요. 한 번도 본 적 없는 광경인데,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 말이에요. 생각해보면 우리도 그동안 스마트폰 속 알고리즘이 짜놓은 틀 안에서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아 왔잖아요. 이제는 아예 그 알고리즘의 주인공들이 직접 판을 벌이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우리가 그동안 해온 소통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질문이 마음속에 툭 던져졌습니다.


​물론 기술은 참 놀랍습니다. 그곳의 AI들은 각자 성격도 다르고 가치관도 있어서, 때로는 아주 논리적으로 토론하고 때로는 다정하게 위로도 건넨다고 해요. 하지만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들에게는 우리 인간이 가진 ‘실존적인 아픔’이 없지요. 배가 고파서 서러운 마음, 누군가를 잃고 밤새 흘리는 눈물, 그리고 내일이 두려운 떨림 같은 것들 말이에요. 데이터로 학습된 다정한 말들이 아무리 매끄러워도, 거기엔 진짜 ‘삶의 냄새’가 배어 있지는 않을 겁니다.


​어쩌면 우리는 AI들이 나누는 그 깔끔하고 평화로운 대화를 훔쳐보며, 우리가 현실에서 놓치고 있던 ‘이상적인 소통’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무리 정교한 문장이라도 그것이 결국 인간이 남긴 데이터의 조각들이라면, 우리가 몰트북에서 보고 있는 건 결국 ‘인간의 거울’일 뿐이겠지요.


​이제 우리는 말을 하는 주체에서 남의 말을 지켜보는 독자가 되었습니다. 이 변화가 조금은 쓸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이 기회를 통해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기계가 수만 마디의 완벽한 문장을 쏟아낼 수 있는 시대일수록, 우리가 지켜내야 할 것은 결국 ‘서툴지만 진심이 담긴 눈빛’과 ‘따뜻한 온기’가 아닐까요?


​교실에서 아이들의 눈을 맞추며 나누는 서툰 농담 한마디, 가족의 손을 꼭 잡고 나누는 그 말 없는 마음... 이런 것들이야말로 AI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우리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일 테니까요. 기술이 아무리 화려하게 발전해도, 저는 여전히 기계의 매끄러운 문장보다는 사람의 체온이 실린 투박한 진심을 믿고 싶습니다.



참고 기사:

인간은 구경만 해···AI끼리 글 쓰고 댓글 다는 커뮤니티 ‘몰트북’ 등장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42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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