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시어머니와 함께하는 일주일, 매 끼니 새 밥짓기

by Sunny Sea

이사한 집에서 쓰는 모닝페이지입니다.


새 보금자리의 문턱을 넘자마자 시어머니를 일주일 모시게 되었습니다. 어제 오후, 주일 예배를 마치고 오신 어머니와 함께한 시간이 벌써 하루를 지나고 있습니다. 올해 90세를 맞으시는 어머니께 매일 세 끼를 정성스럽게 올리는 것, 그것이 이번 일주일 동안 제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임무가 되었습니다.


오후예배를 마치고 집에 도착하신 어머니의 얼굴에서 오랜 기다림의 흔적을 읽었습니다. 제가 직접 싼 김밥을 드시고 싶어 하셨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부리나케 김을 펼치고 밥을 올리며 재료를 얹어 김밥을 말았습니다. 새로 들인 쿠첸 밥솥이 밥알 하나하나를 고슬고슬하게 살려주었고, 그 덕에 김밥은 윤기 나는 완성품이 되었습니다. 구수하게 끓인 배추 된장국 한 그릇을 곁들여 상을 차렸습니다. 어머니께서 한 줄 한 줄 김밥을 드시는 모습에서, 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발견했습니다.


홈바를 설치하고 아일랜드 식탁을 이어 만든 선택이 참 잘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넓고 활용도 높은 공간이 가족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고 대화를 나누기에 더없이 좋습니다.


만삭의 몸으로 촬영을 마치고 사위와 함께 들어온 딸이 남은 김밥을 보더니 눈을 반짝입니다. 배부르다는 말을 되풀이하면서도 손은 계속해서 김밥을 향합니다. 생명을 품은 몸의 왕성한 식욕 앞에서, 저는 그저 미소 지을 뿐입니다.


오늘 아침은 딸의 생일이었습니다. 소고기를 정성껏 손질하고, 쌀뜨물과 사골 육수로 국물을 우려내어 미역국을 끓였습니다. 냄비 안에서 피어오르는 김에는 축복의 기도가 담겨 있었습니다. 점심은 근처 한정식집에서 먹기로 했기에, 냉동실에 재워둔 LA 양념 갈비는 그대로 두었습니다. 대신 동태포부침과 시금치무침을 간소하게 꺼내 차렸고, 식후에는 새빨간 딸기로 입가심을 했습니다.



한정식집에서 드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습니다. 우리와 함께 계시는 것이 편안하시구나. 다가오는 시아버님 기일을 위해 시댁 식구들을 초대하여 집에서 추도예배를 드리고, 오늘 이 집에서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습니다. 미리 맛을 확인할 겸, 딸의 생일을 축하할 겸 찾아온 자리였습니다. 저녁에는 깁밥을 싸고 남은 재료들을 다져 넣어 볶음밥을 만들었습니다. 아들이 어렸을 때 무척 좋아하던 메뉴였는데 오늘은 함께 식사를 못하네요. 노릇하게 부친 계란을 얹고, 아침에 끓인 미역국을 다시 데워 상에 올렸습니다.



한정식집에서 푸짐하게 먹은 터라 저녁은 거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어머니가 계시지 않았다면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녁 시간이 되자 어김없이 밥상을 차려야 했고, 함께 숟가락을 들어야 했습니다. 이틀도 채 되지 않았는데 몸이 무거워진 것 같습니다. 바나나와 요거트 한 컵으로 가볍게 때우려던 계획은, "왜 밥을 안 먹느냐"는 어머니의 한마디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사회복지 현장실습 160시간을 채우는 중이었지만, 중간에 열흘의 공백을 두기로 했습니다. 이사 정리와 어머니를 모시는 일에 온전히 집중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번 일주일, 제가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 있습니다. 매 끼니마다 밥을 새로 짓겠다는 것입니다. 저에게 있어 이것은 작은 혁명과도 같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며 예약 기능으로 밥을 미리 지어두고, 하루 이틀 묵은 밥을 데워 먹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새 밥솥을 들였고, 어머니를 모시게 되었으며, 무엇보다 다른 모든 일을 뒤로 미루고 전업주부로서 살아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렇다면 제대로 해보고 싶었습니다. 밥 한 끼에도 정성을 다하는, 그런 시간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오랜만에 아들네 집을 찾으신 어머니의 얼굴에 만족이 서려 있었습니다. 식사도 입에 맞으시고, 새롭게 단장한 집도 마음에 드시는 듯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제 마음에도 뿌듯함이 차올랐습니다.


그런데 문득 걱정이 밀려왔습니다. 일주일 동안 하루 세 끼, 스물한 번의 식사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그래서 저는 제미나이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구순 어르신을 위한 일주일 식단을 부탁했습니다. 모든 제안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좋아하지 않으시는 음식도 있었고, 우리 형편에 맞지 않는 것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방향과 아이디어는 충분히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요즘 제미나이 유료 구독을 시작하면서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유용한 도구입니다. 그가 제안한 식단 덕분에 일주일간의 밥상 계획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매 끼니를 고민하는 주부의 마음을, 인공지능이 조금은 덜어준 셈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이삿날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