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벌써 32년이라니, 세월이 참 빠릅니다.
기념일이라고 만삭인 딸과 사위가 노보텔 호텔 뷔페를 미리 예약해두었다기에, 퇴근 후 남편과 함께 딸을 픽업해서 함께 갔어요. 서로 옆 동에 살기 시작한 지 두 달째인데, 이렇게 가까이 있으니 하루하루가 얼마나 든든하고 좋은지 모릅니다.
걸어가도 될 거리지만 출산 예정일을 보름 남짓 앞둔 딸이 걷기 힘들 것 같아서, 게다가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는 저녁이라 남편 차를 타고 이동했어요.
그날은 파워워킹반 동아리 수업이 있어서 캐주얼 차림으로 학교에 다녀왔는데, 비 때문에 운동장 대신 교실에서 수업을 했습니다. 씽크와이즈 단체 계정 협업 기능을 활용해서 '파워워킹'이라는 단어로 4행시 짓기를 해보았는데, 아이들이 기발하고 재미있게 잘 지어서 깜짝 놀랐어요. 이 이야기는 다음에 따로 포스팅할게요.
호텔 주차장에서 차 문을 여는데, 배가 남산만하게 나온 딸이 예쁜 꽃다발을 불쑥 내밀며 결혼 기념일을 축하한다고 합니다.
이 꽃을 사러 낮에 혼자 타임빌라스까지 그 무거운 몸을 이끌고 다녀왔다고 하더군요.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사위는 회사에서 바로 오기로 해서 기다리는 동안 사진 몇 장을 찰칵!
역시 호텔 뷔페라 음식이 정갈하고 맛있었어요.
식사를 하던 중, 배 위로 손주의 태동이 눈에 보일 정도로 활발했습니다. 딸 말로는 카메라를 들이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져서 번번이 영상 찍기에 실패했는데, 며칠 전에 드디어 성공했다며 가족 단톡방에 공유해줬어요. 배가 이쪽에서 꿀럭, 저쪽에서 꿀럭 — 정말 눈에 띄게 움직이더라고요.
남동생인 아들이 "아, 이런 게 태동이구나!" 하며 감탄했고, 저도 얼른 손을 갖다 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져서 손으로 느낀 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그래도 서너 번은 됩니다.
이제 손주도 많이 자라 엄마 뱃속이 좁게 느껴질 것 같고, 얼른 보고 싶은 마음이 커집니다.
지금부터는 언제든 진통이 올 수 있으니 온 가족이 바짝 긴장하고 대기 중이에요. 딸, 사위, 우리 부부 모두 직장에 다니고 있어서 딸 혼자 집에 있다가 진통이 오면 119를 부를 거라고 하는데, 미리 산부인과 이름과 가족 비상 연락망을 119에 등록해두었다고 합니다.
1순위 사위, 2순위 남편, 3순위 나... 세 번째라니, 조금 억울하기도 하지만 ㅎㅎ. 사실 이유가 있긴 해요. 저는 평소에 휴대폰을 무음 모드로 두는 데다, 카톡방이 하도 많아서 알림을 전부 꺼놓고 제가 들어가고 싶을 때만 확인하는 편이라 급하게 연락해도 바로 응답하질 못하거든요.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이제부터는 딸 카톡과 가족 단톡방 알림만큼은 최우선으로 켜놓아야겠다고 다짐했답니다. 남편은 지금은 물론이고 원래부터 가족을 위해서는 '상시 스탠바이' 모드입니다.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딸이 쪽지 하나를 내밀며 깜짝 선물이라고 합니다.
꽃다발에 호텔 뷔페까지도 이미 충분히 고마운데, 거기에 선물까지요.
쪽지를 열던 남편이 "깜짝 선물이 뭐지? 둘째가 생겼다는 소식인가?" 하는 바람에 테이블이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어요.
펼쳐보니 — 로보락 로봇 청소기였습니다. 자기네 집에 미리 사다놓고, 집에 갈 때 가져가라며 손으로 적은 교환권을 건네준 것이었어요.
건강과 행복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로보락 로봇 청소기 교환권입니다.
식사 후 000동 000호에서
선물 수령해가시기 바랍니다.^^
(무거워서 못들고 왔습니다.^^)
제가 이사 오면서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못 샀다고 아쉬워했던 걸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가, 직접 써보니 너무 좋다면서 큰 맘 먹고 사준 겁니다. 물걸레 기능까지 되고 청소를 어찌나 잘 하는지, 딸은 그 로봇에게 '이모님'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주었다고 하더라고요. �
사용법을 알려줄 테니 먼저 바닥에 있는 전선이나 방해가 될 만한 것들을 다 정리한 다음 자기를 부르면 가서 설치해주겠다고 합니다. 기기 다루는 건 역시 젊은이들이 빠르고 야무지네요.
어쩜 이리 감동을 줄까요.
제 때 결혼하고, 제 때 새 생명을 품고, 사위와 오손도손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감사하고 사랑스러운데 — 이런 마음 씀씀이까지.
저 딸, 잘 키운 거 맞죠? �
집에 돌아와서 카트를 끌고 딸네 집으로 로봇 청소기를 가지러 갔어요. 남편이 교환권을 내밀면서 마치 손님처럼, 초등학생처럼 "로봇 청소기 교환권 여기 있어요, 로보락 주세요!" 하는 모습에 또 한번 웃음이 났습니다. 딸이 쪽지는 버려도 된다고 했지만, 남편은 저를 잘 알죠 — "네 엄마가 그냥 버릴 사람이 아니라"며 제 손에 쪽지를 쥐어줬어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메모 하나, 사진 한 장 소중히 간직해온 저를 남편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거겠지요.
이렇게 사진을 찍어 포스팅이라도 해두면, 이런 소소하고 소중한 순간들을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으니까요.
상품 상자가 꽤 무거웠지만, 마음은 한없이 가벼웠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바닥에 늘어진 전선줄이나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말끔히 정리해두어야겠어요. 딸이 출산하기 전에 얼른 불러서 로보락 이모님 첫 출근을 시켜야 할 테니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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