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단점이자 장점은 생각이 깊지 않다는 점이다. 생각이 깊지 않으면 일단 힘든 일의 결정을 할 때 일단 일을 저질러보는 성미라는 점에서 단점일 수 있는데, 그래도 일단 저질러보고 수습하다보니 생각할 틈이 없어 마음적으로는 덜 힘들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런 성격 탓에 나는 아이가 많이 어릴 때 특수교육대상자(줄여서 특교자) 선정 신청을 하였다. 물론 언어치료를 받기 위한 지원금 때문에 서두른 이유도 있긴 했지만 말이다. 특교자 신청을 할 때는 증명 서류를 떼고, 신청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아이의 병을 받아들이고 그 증상이나 예후를 상세히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부모 입장에서는 꽤 힘든 과정이다. 하지만 생각을 깊이 하지 않는 편이었던 나는 다행히도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
우선 해당 지역 특수교육지원센터에 전화 상담을 했다. 다행히 담당자는 이 질환에 대한 정보가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이었고,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었다. 신청서 작성법을 설명하고 우리 아이의 경우 '지체'로 신청하면 재신청 없이 계속해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눈물을 훔치며 특교자 선정 신청서를 작성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나는 담담히 객관적인 사실에만 집중하며 우리 아이의 병은 '근이영양증'이며, 진행형 질환으로 차후에 여러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썼던 것 같다. 이미 담당자와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유형에는 '지체'라고 기재하였다. 우리 아이는 아직 장애인 등록을 한 상태는 아니었고, 특교자로 선정된다는 것이 장애인으로 등록된다는 것은 아니며, 단지 교육청에서 장애등록 유무와 무관하게 교육 약자들에게 바우처나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자격을 부여한, 하나의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일정 기간 동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고, 그 기간이 지나면 재신청을 해서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우리 아이는 DMD(듀센형 근이영양증)라고 쓰여져 있는 진단서를 제출하면 재신청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이걸 좋다고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순간적으로는 선정되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좋다가도 이내 슬픈 생각이 몰려왔다.
나중에 보니 특교자에 선정되는 것도 지역마다, 담당자마다 달라 같은 질환인데도 특교자에 선정되지 못해, 다음 신청기간에 다시 신청해야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 지역에서 처음 보는 사례인 경우, 담당자가 질환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경우 등 여러 이유로 모든 아이들이 우리 아이처럼 한번에, 쉽게 선정되지는 않는 듯하다. 우리 아이는 아직 장애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어려움 없이, 물론 또래 친구에 비해서는 약하지만, 걷고 뛰고 계단도 오르내린다. 말하자면 슬프게도 신체적 장애를 겪을 예정인 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해야 할까. 듣기 거북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아이의 질환을 받아들이면 장애에 대한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밖에 없다.
지금은 특교자로 선정이 된 지 3년 정도 지났다. 말이 느렸던 우리 아이는 바우처 카드를 받아 언어치료를 받고 있고, 유치원 학비의 일정 금액을 지원을 받고 있다. 사실 유치원에 옮기면 학비가 지원된다고 들었고, 옮기게 되면 꼭 특수교육지원센터로 문의하라고 안내를 받은 기억이 있지만, 잊고 있다가 조금 늦게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 언어센터에서는 발음 치료에 집중하면 곧 치료 종료도 가능할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지금까지 말이 느려서, 몸이 약해서, 이런 저런 걱정들로 힘든 일도 많았지만 또 이렇게 걱정거리 하나가 해결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