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그럼에도, 행복합니다.

그럼에도, 행복합시다.

by 쓰담

하고 싶었던 말들이 많아 몇 개의 글을 써내려 저장해두고 그 중 몇 개의 글만 고치고 고쳐 올려보았다. 그런데 그 몇 개의 글에 마음이 가라앉아버려 또 한동안 우울에 빠져버렸다. 수없이 고심하고, 혹시나 글에 어느 부분이 누군가에게 마음을 뾰족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되어 글 하나 올릴 때 마다 조심스러웠다. 그렇게 고민해서 썼지만 어딘가 걱정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지난 일들을 돌이켜보다 보니 점점 힘들었던 순간의 기억들이 다시 나를 지하로 끌고 내려가는 것 같았다. 아직은 나만 가지고 보고 있는 글들이 있지만 아마 그냥 그렇게 가지고만 있어야 할 것 같다. 감기로 병원을 찾았다가 단순한 자신의 호기심에 질문을 던져대던 무식한 의사의 이야기, 나름 고민해서 건네던 상담을 대충 흘러듣던 어린이집 선생님, 그 외 사소한 상처의 사건들은 그저 나 혼자 보는 글로 쏟아내는 것 만으로도 꽤나 치유가 되었다.

내가 글을 쓰려고 결심한 것은 감히 처음 진단받은 누군가 어찌해야 할 지 모를 때 이 글을 우연히 보고 그래도 잘 살 수 있다는 용기를 얻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아직 나에게 희망은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인 것 같지만 그래도 용기는 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우리 아이가 처음 진단을 받았을 때 정보가 없으니 그저 인터넷 검색, 블로그, SNS를 뒤져 보는 수밖에 없었다. 괜찮다는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인터넷에서 누군가가 나처럼 자신의 경험을 기록한 것이 간간히 보였다. 그러나 그 글은 끝맺지 못하고 어느 순간 끝나버려 있었다. 그 글을 올렸던 누군가도 마음이 힘들어져서 일수도 있고, 다른 어떤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 끝맺지 못한 글을 볼 때면 미래가 안개 속처럼 그려지지도 않고 부정적인 생각들이 마구 머리 속을 헤집어놨다. 그래서 나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글을 남겨 누군가 처음 진단받고 길을 헤매고 있다가 나의 글을 보고, '그냥 우리 인생이 그러하듯 좋은 날도 있고, 슬픈 날도 있고, 힘든 날도 있지만, 그럼에도, 그냥 잠시 힘든 날이 있는 그런 평범한 인생을 잘 살아가고 있구나, 지금은 미래가 너무 두렵지만 그것이 인생이야.'하며 그 힘든 날이 지나가기를 바라며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기록하려고 한다. 어떤 에필로그를 만들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나의 이야기에는 끝맺음이 있도록 하고 싶다.


사실 아직 우리에게는 그 슬픔의 10분의 1도 경험하지는 않았다. 아이는 아직 앉아다 일어나고, 계단을 오르내리고, 친구들과 술래잡기를 한다. 몸이 가볍고 스스로도 몸의 어디가 불편하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너무나 감사하고 소중한 하루하루이다. 그럼에도 나는 무기력하고 힘든 나날을 보내다 일상을 찾기 위해 아이를 위해 살기로 한 마음을 뒤로 하고 직장에 나가고 있고, 아이는 자신의 소임을 다하며 유치원을 가고 학원에 가고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 논다.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아직은"이다. 아이 친구 엄마들에게 아직은 괜찮다고 한다. 학원을 가도, 언어센터를 가도, 나는 "아직은" 이라고 한다. 진행이 시작하고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고 물리치료나 수치료를 하는 일상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것도, 아이가 걷지 못하게 될 것을 걱정하는 것도 미리 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저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 행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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