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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담 Jan 12. 2023

내향인으로 살아가는 방법

feat. INFP(인프피)

 나의 MBTI는 INFP이다. 직관적이고 감성적이며 즉흥적인 내향인이다. 예전에 집단상담을 신청한 적이 있는데, 검사결과는 ISFP로 나왔지만 내담자들끼리 서로 자신의 결과를 이야기하다보니 결국 나의 진짜 모습을 들키고 말았다. 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면, 우리 나라에서는 N 기질의 사람이 잘 없다고 한다. 틀에 맞추어 살기를 원하는 우리나라 정서에 따라, 자유로운 N의 영혼이 S로 살아가게 된다고 한다. 정말로 신기하게도 집단 상담자들 중에 N 기질의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 나를 유심히 관찰하더니 선생님께서 왠지 N인 것 같다며 검사 결과가 납득이 가냐고 질문을 하셨다. 사실 약간 검사 결과를 보고 의아하다고 생각하고 있기는 했다. 그러다보니 나의 생각에 빠져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잘 들어오지 않는 상태였다. 선생님께서 말하기를 내 검사 결과는 ISFP인데, 왠지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어보이는 것이 N의 모습이 보였다는 것이다. 내가 관심있는 분야에만 집중력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부분이 N처럼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나를 INFP형 인간으로 정의내리기로 했다.


 나의 성격을 정의내리기 전부터 나의 관심은 나 자신으로 향해 있었다. 그래서 꽤나 나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그래도 도통 이해가 되지 않거나 왜 자꾸 주변 상황이 비슷한 방식으로 불편하게 흘러가게 될까 하는 고민이 늘 마음에 자리잡고 있었다. 특히, 마음이 여리고 타인에게 거절을 잘 하지 못해 이리리저리 끌려가기 쉬운 INFP는 마치 초원에 사는 초식동물처럼 쉽게 포식자들의 눈에 들어오나 보다. 자신도 모르게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있는 INFP에게 주변 포식자들이 공격해온다. 그렇게 사람에게 지쳐버린 INFP는 점점 사람에 대한 불신을 키워가고 여기저기서 상처를 받게 된다.


그래서 나는 자주 생각한다. 어떻게 처신을 해야 나를 지켜낼 수 있을지. 할 말을 못해 혼자 낑낑거리며 속앓이를 하거나 오해를 받아도 아무 해명을 못하고 무능한 인간으로 각인시켜버리거나 거절을 하지 못해 불편을 감수해야하는 여러 상황들을 자주 경험하며 나만의 처세법들을 궁리하곤 했다. 많은 고민 중에 몇 가지 원칙을 정립하였다.


첫번째, 선택의 순간에는 항상 나를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 남의 눈치를 보느라 원하지 않는 선택을 할 때가 자주 있었다. 그러다 보면 그 결과를 마음 편히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왠지 모르게 남탓을 하고 싶어지기도 하고, 하는 내내 투덜거리며 짜증을 내기도 한다. 하지만 내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면 그 결과가 나쁘더라도 납득할 수 있고, 그 결과에 기꺼이 책임을 질 수 있다.


두번째, 인간관계에서는 절대로 대가를 바라지 말 것. 착한아이 컴플렉스인지, 늘 버릇처럼 남을 배려하느라 나를 돌보지 못하고, 손해를 보더라도 아무 말도 못하는 성격이 나조차 답답하게 느껴지곤 했다. 그래서 행동으로든, 물질적으로든 그 대가를 바라지 않기로 하였다. 내가 기꺼이 베풀 수 있는 만큼만 남에게 베풀고 상대방에게 그 어떤 기대도 바라지 않기로 한 것이다.  내가 순수하게 베풀고자 하는 마음이 우러나와 그 대가가 없어도 충분할 만큼만 남에게 주기로 했다. 그것이 행동이었든, 물질이었든 간에 내가 딱 주고 싶은 그 만큼만 남에게 주기로 했다.


세번째, 내가 생각하는 정도(正道)를 걸어갈 것. 첫번째, 두번째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데, 남 눈치를 보느라 선택한 내 행동들은 어딘가 맘에 들지 않고, 가끔은 잘못된 길로 잠시 빠지는 것 같기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바른 길이라 믿고 있다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들을 개의치 않을 용기가 생길 것 같았다. 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인 인사에서 이 원칙을 적용했다. 누가 되었든 내가 속한 세상에서 마주치는 사람에게 인사 건네기. 단, 상대방이 인사를 하냐 안 하냐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기로 했다. 그저 내가 해야 할 도리이기에 나의 할 도리를 다하는 것이다.  


INFP들은 자존감이 낮지만 자기애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곤 하는데, 정말로 나는 나를 사랑하지만 한편으로는 나 자신을 낮잡아보고 내 자신이 싫어지곤 한다. 그래서 최대한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나의 마음이 떳떳할 수 있게 살고자 노력하였다. 남이 나를 쉽게 낮잡아보곤 하지만 그래도 할말을 하려고 노력했고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심지를 굳혔다. 그런데 내 성격은 어쩔 수 없나보다. 다시 괴로워졌다. 저마다 무심코 하는 말들을 마음 속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타인에게 상처받고 있었다. 나는 왜 또 이렇게 자존감이 뚝 떨어져서는 남의 말에 휘둘리고 상처받고 있는 것일까. 내향인으로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최선의 방법을 찾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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