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꿈은 이루어진다

현대 포니 자동차 신화

by 써니사이드업

1975년에 마침내 대한민국 도로 위에 ‘우리 손으로 만든 자동차’가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최초의 고유 모델 승용차, 현대자동차의 포니(Pony)였죠. 그 이면에는 ‘불가능하다’라는 말에 귀 기울이지 않던 한 사람, 정주영 회장의 집념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정주영 회장과 포니 자동차 (출처: 네이버 이미지)

정주영 회장의 첫 사업은 작은 자동차 정비소였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자동차는 사람들의 삶의 패턴을 바꾸는 기계’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체감했어요. 그 경험과 자본을 발판 삼아 현대건설을 세우고 산업화 시대의 주역으로 키워냈습니다. 하지만 그의 꿈은 건설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그는 1960년대 후반부터 “우리 손으로 자동차를 만들어야 진짜 선진국이 된다”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다고 합니다.

당시 포니 자동차 광고 (출처: hyundai.com)

현대자동차의 초기 사업은 외국 자동차 브랜드, 포드와 미쓰비시의 차량을 조립해 판매하는 것이었어요. 안정적인 수익은 보장됐지만, 그것은 ‘진짜 우리 차’를 만드는 일과는 거리가 있었죠. 정 회장은 단순 조립이 아닌, 설계부터 생산까지 주도하는 국산차 개발을 고집했습니다. 당시로서는 무모하다고 여겨질 만한 일이었죠.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1973년, 현대자동차 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고유 모델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에게 디자인을 의뢰했고, 엔진과 구동계는 미쓰비시 기술을 일부 도입하면서도 자체 역량을 차근차근 쌓아 갔습니다. 수십 명의 외국인 엔지니어와 수백 명의 국내 기술자가 투입되었고, 울산에는 연간 8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자동차 공장이 세워졌습니다.

포니를 생산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 1976년 (출처: 국가기록원 - Public Domain)

그 결실은 곧 드러났습니다. 1974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포니가 첫 공개되자 외신들이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1975년 4월에 국내에서 정식 생산이 시작되었을 때, 포니는 빠르게 시장의 반응을 얻으며 한국 중산층의 차를 대표하게 되었습니다.


더 놀라운 일은 그다음에 일어났어요. 정주영 회장이 이 차를 해외에 수출하기로 결심한 것이죠. 첫번째 도전하는 나라는 북미에서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았던 캐나다였습니다. 하지만 그곳은 GM, 포드, 크라이슬러 같은 ‘빅 3’가 장악한 시장이었고,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심도 컸습니다. 현대는 값싼 가격, 뛰어난 연비, 그리고 혹독한 눈길에서도 잘 달린다는 점을 내세웠습니다. 언론은 처음엔 ‘싸구려 차’라고 했지만, 실제 주행 후에는 “생각보다 괜찮다”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입소문이 퍼졌습니다.

포니 자동차의 인기는 1982년도에 출시된 포니 2로 이어졌다. (출처: Wikimedia - CCA-Share Alike 4.0_Vauxford)

유럽 시장 도전은 더욱 치열했습니다. 독일·프랑스 같은 자동차 강국 속에서 포니는 ‘합리적인 가격에 믿을 만한 품질’이라는 틈새 이미지를 파고들었습니다. 네덜란드로의 수출은 아시아에서 온 낯선 차를 받아들인 첫 사례였고, 그것은 한국 자동차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죠.


내부 반대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적자가 날 게 뻔하다”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정주영 회장은 “세계와 경쟁하지 않으면 발전도 없다”라며 밀어붙였죠. 그 고집과 확신이 결국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연 셈입니다.


수출 선적을 위해 기다리고 있는 포니 픽업 모델 1978년 (출처: 국가기록원 - Public Domain)

캐나다를 시작으로 에콰도르, 파나마, 이집트, 네덜란드 등지로 포니가 수출되었고, 이는 한국 자동차가 세계 무대에서 ‘수출 품목’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증명한 첫 사례가 되었습니다.


포니로 시작된 도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1990년대 중·후반, 소나타와 아반떼 같은 중형 세단으로 북미와 유럽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습니다. 1998년에는 기아자동차를 인수해 현대기아차 그룹 체제를 갖추었고, 품질 향상과 디자인 혁신, R&D 투자를 확대하며 신뢰를 쌓아 갔습니다.


2024년 현재, 현대기아차는 세계 자동차 판매 순위 5위권에 들며 미국, 유럽, 인도 등 주요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시작은 바로 1975년, 정주영 회장의 꿈이 담긴 ‘포니’였던 것입니다.

Hyundai_Pony_Coupe_Concept_CCA-Share Alike 4.0_Damian B Oh.jpg 포니 전기차 컨셉트 카 (Concept Car) (출처: Wikimedia - CCA-Share Alike 4.0_Damian B 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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