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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이또이 Nov 26. 2021

나만의 물맛을 찾아서...

이번 여름에 부모님집에 내려가 있으면서 찍었던 사진을 아주 작은 사이즈의 수채화 판넬에 옮겨봤다. 호박밭에 있는 파란색 창고 지붕과 창고  수돗가에 있는 복숭아 나무의 나뭇잎이 살짝 걸쳐져 있는 하늘을 찍었었다. 하늘이라는 넓은 캔버스에 창고 구조물 아주 조금과 전체로 보면 그저 그렇고 그런 복숭아 나무의 가지 부분만 살짝 올려 놓으니 것도 꽤나 그럴싸한 그림이 됐다. 꾸덕한 느낌의 유화와 아크릴은 표현은 자유로울  있겠지만 대상의 순수한 맛을 떨어뜨릴  같고 바르는 대로 표현이 되는 크레파스와 오일파스텔 종류는 선의 느낌이 매끄럽지 못해 나뭇가지와 창고 구조물의 날카로운 선을 표현해   없을  같았다.  그림의 재료를  수채화로 선택했는지 풀어쓰면 구구절절 말이 길어지지만 한마디로 '물맛'이라 하면 가장 명쾌한 대답이 아닐까 싶다.


물맛. 수채화 작품을 좋아하거나 직접 그려본 사람이라면 물맛이 뭔지   있을 것이다. 수채화는 물로 그리는 그림이다. 물론 불투명 수채화도 있기는 하지만 수채화의 가장  특징이면서 장점은 역시 투명한 느낌의 표현일 것이다. 물의 번지는 성질을 이용해 의도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연출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여러 색을 섞게 되면 탁한 느낌이 들기도 하겠지만 물과 섞여 있는 안료가 건조되면서 종이에 착색이 되면  탁한 느낌은 어느 정도 사라지게 된다. 물이 많이 머물던 종이는 얼룩이  수도 있는데 그러한 얼룩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들도 있다. 그것조차도 수채화가 만들어 내는 맛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유화를 시작하면서 속이 후련하다는 글을  기억이 난다. 정말 그랬다. 물맛이 좋아서 수채화를 배우려고 애썼는데  ''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거다. 언제는 멋스럽게 표현되다가도  어느날은 너무 탁한 흔적을 남겨서 불투명 수채화가 되고마니 다루기 힘든 물에 물려버리고 말았다. 그러다 회화과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면서 유화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어느 정도는  마음대로 그려지는  맛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수채화에 대한 미련이 계속 남아 있었다. 무엇이든 초보자가 느끼는 한계는 반드시 찾아올 수밖에 없고 어떤 방법으로든 풀어낸다면 단계를 뛰어넘을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중도 포기라는 애매한 자괴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지금 사랑에 속상해 옛사랑에 대한 그리움이 향수처럼 코를 간질이듯 수채화에 대한 그리움이 스물스물 돋아났다.


그동안 그림으로 옮기고 싶어 저장해  사진들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부담이 되면  중단   있으니 부담되지 않는 것들부터 차근차근... 그렇게... 그려보자. 나만의 물맛을 찾아서...



가평 호박밭에 있는 파란 창고와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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