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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이또이 Nov 26. 2021

겨울나무

안아줄게...

결정했던 일을 번복하고 졸지에 말도 행동도 가벼운 사람이 되어 터벅터벅 돌아오는 길이었다. 몸만 앙상하게 남아 온몸으로 바람을 맞고 있는 나를 닮은 나무가 언덕빼기 끝에 위태롭게 서있는 거다. 나뭇가지에 간신히 매달려 바람이 부는대로 이리저리 휘청거리는 저 겨울나무가 나를 닮아 불쌍했다.


가던 길을 멈추어  앞에 우두커니 서서 키가  나무를 올려다 봤다.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밝은 빛이 빠져나오는데 그래도 너는 나를 알아봐주는구나 안도의  숨을 내쉰다. 잘해보려고 그랬던 거지 . 마음이 편해야 그림을 그리지. 마음에서 불이 나는데 어디 붓이 손에 잡히간. 그래  때려쳤다. 왔다갔다  것에 사과는 이만하면 됐다.


어느새 마음은 나무 뒤에 서서 너른 가슴으로 나무를 안고 있다. 누구하나 뭐라할 사람 없을 텐데 내 모습이 마냥 초라해 보였나보다. 그 흔한 나무의 모습이 나와 닮았다 감정을 이입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꼬옥 안아주었으니 말이다.


해 저물어 간다.

어서 가자.

잘한 일이다.


마음이 시끄러울 일은 만들지 말것이며 이미 그렇다면 싹을 잘라낼 일이다.



꼬옥 안아줄게. 나무야 춥지? / 202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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