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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Sohn Jun 01. 2018

소기업 다니면 실패하는  것인가요?

소기업 실패?

소기업에 다니면 실패하는 건가요?

"저는 서울 소재 4년제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토익도 900이고, 전공 관련 자격증도 몇 개 가지고 있습니다. 대기업 공채에 합격하기 힘이 들어서, 눈을 낮추어 중소기업에도 면접을 보고 있습니다. 제가 면접 본 몇몇 곳에서 연봉 2000만 원 정도를 제시하는데, 너무 자존심이 상합니다. 제가 이 정도 스펙을 얻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이것밖에 안되는지 자괴감이 듭니다. 일단 작은 곳에 입사하여 경력을 쌓아서 이직을 하는 게 좋을까요? 소기업에 입사하면 실패하는 건가요?"

 
L 씨의 고민은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소기업은 왜 내가 자괴감을 느낄 만큼만 월급을 주는가? 와 당장 대기업 취업이 힘들어서 소기업에 눈을 낮춰 지원했는데, 앞으로 행복할 수 있을까?

이 두 가지의 해답을 원하는 것이 아닐까요? L 씨?

 

 소기업과 대기업의 차이는 시스템이 있는가 없는가 하는 차이이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거대 자본을 투자하고 거대한 이익을 얻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과 소기업의 구조는 하늘과 땅 차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학벌, 학점, 어학능력, 자격증 등의 스펙은 소기업에서는 쓸모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어 회계와 총무 맡을 직원을 뽑는데, 만점에 가까운 토익 성적이 왜 필요하겠는가? 어학능력을 쌓는데 필요한 노력과 투자에 보상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겠는가? 신입사원이 회계부서에서 필요한 능력은 전공 자격증, 또는 실무 경험 등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토익 점수가 높아도 회사에 들어가서 2000만 원의 수익을 안겨줄 수 없다면, 2000만 원 이상을 받기는 힘들 것이다.  

 

두 번째, 소기업에 들어가도 내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인데, 이건 사람마다 다르다.

  내 주변에는 높은 연봉과 안정된 직장을 포기하고 퇴사한 후배도 여럿이 있다.  5년 동안 투자해서 공무원이 된 K 씨는 2년 차에 사표를 내었다. 동사무소에서 도장 찍는 일이 너무나 단조롭고 지겹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간 L 씨도 사수의 억압을 견디지 못하고 사표를 썼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도 헤어지는 사람이 있듯이, 돈 없이 사랑만 있어도 행복한 사람이 있고, 돈만 많으면 언제나 행복한 사람도 있다.

대기업 간판과 남의 시선, 높은 연봉 때문에 참고 다니는 사람이 있고, 월급이 적지만, 워라벨을 즐길 수 있는 소기업에 오래 근무하는 사람도 있다.

업종이나 여러 가지 상황이 다르지만, 대부분 연봉이 높은 곳이 업무 강도가 높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게 진리다.

 

내가, 대학 졸업반일 때 학교에서 금융권에 추천서를 받은 적이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 금융계 입사는 상당히 어렵기도 했고, 높은 연봉을 보장했다. 학교 추천을 받으면 수많은 전형 중에서 면접 전형만 봐도 되기 때문에 상당히 메리트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추천서를 받지 않았다.

꼼꼼해야 하는 은행원과 나는 적성에 전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모님께 "내 성격으로 은행원이 되면, 마감을 못해서 퇴근이라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을 때 모두들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높은 연봉과 대기업 간판을 보장한다 하더라도 나의 성향과 다르다면 절대 행복할 수 없다.


우리 모두가 되고자 하는 "알파 맨"도 단지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아니다. "자기 삶에 결정권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 하는 차이이다.  부디, L 씨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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