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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굳찌 Apr 18. 2020

실패가 주는 행운

스튜어트 버터필드- Slack 공동설립자/경영자, Flickr 

스튜어트 버트필드 (Stewart Butterfield)는 슬랙(Slack)의 CEO이자 창업자이다. 스튜어트는 사진 공유 서비스인 플리커(Flickr)의 설립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Source: https://slack.com

혁신의 보고로 여겨지는 플리커를 세상에 내놓았지만 정작 스튜어트는 이것을 개발하려고 의도한 적은 없었다. 그가 만들려고 했던 건 게임 네버엔딩(Game Neverending)이었다. 게임 사업의 시작은 의욕적이었지만 결국 재정적 어려움에 부딪히고 만다. 그리고 그 게임에서 나온 부산물 중 하나인 플리커가 그와 회사를 살리게 된다. 요즘 영어권에서는 피봇(Pivot: 회전 축을 중심으로 하는 중심점)이라는 단어가 매우 트렌디하게 쓰이고 있다. 이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어느 순간 전략을 바꾼 후 갑자기 성장하게 되는 포인트를 말한다. 게임은 망했지만 게임 개발의 부산물 중 하나였던 사진 공유 서비스로의 사업 전환은 그에게 성공의 피봇, 즉 전환점이 되어 준 것이다. 그리고 스튜어트는 플리커를 2004년도에 야후에 22밀리언~25밀리언 달러 사이 얼마쯤에 팔고 백만장자의 대열에 올랐다.


야후에서 몇 년을 일한 후, 스튜어트는 다시 네버엔딩 게임을 만들러 돌아간다. 그에게 게임은 정복하고 싶은 보물섬 같은 것인가보다. 그리고 이번에는 게임에 글리치(Glitch)라는 이름을 붙였다. 스토리라인도 좋고 멋져 보였지만 네버엔딩과 비슷했고 결국 몇 년 지나서 다시 망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게임을 하다가 우연히 만든 '메신저'를 상품화 하게 되었다. 그 메신저가 요즘 업무용 메신저로 급부상한 '슬랙(Slack)'이다.


슬랙은 단순히 다양한 기능을 가진 메신저 이상이다. 클라우드 기반의 협업용 메신저로 다음 달 가량 한국 상륙예정이다. 슬랙은 노트북, 핸드폰, 웹 등을 모두 연결해서 자유자재로 이동 가능하고 다양한 그룹과의 채팅룸을 만들 수 있다. 개인적 메신저 기능도 당연히 가능하다. 그러나 더 큰 비전은 이 메신저가 모든 비지니스 소프트웨어들의 중심 허브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한 사람이 업무에 사용하는 여러가지 앱들을 서로 연결해 주는 기능, 즉 Mutual Flatform을 목표로 하는 강력한 메신저를 탄생시킨 것이다.

 



그의 성공은 소가 뒷걸음 치다가 쥐 잡은 격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는 언제나 게임을 만들고 싶어했다. 그의 프로필 사진도 다른 CEO들의 것과 사뭇 다르다. 느슨하다는 뜻을 가진 단어, 슬랙처럼 스튜어트의 표정도 느슷하다. 약간은 시니컬하고 사진찍는 것도 귀찮은 느낌을 풍긴다. 정말 게이머 같아 보인다. 열정적으로 게임을 만들었는데 실패했고, 그래서 짜증이 났는데 갑자기 성공이 찾아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느슨해 보이는 그는 큰 장점을 가진 것 같다.

그는 열정적인 도전의 끝에 계속 실패를 만났다. 얼마나 힘이 빠지고 막막했을까?

그런데 재미있게도 그는 실패의 막을 내릴 때마다 빈 손으로 나오지 않고 무언가를 들고 나왔다.

다 타버린 잿더미 속을 뒤져 불씨 하나를 건지는 것이다.

그 실패더미 속에서 그는 행운을 건졌다.


나는 무엇을 이루고자 했나?

나는 무엇을 시도했는데 실패가 자꾸 마중을 나왔나?

나는 무엇에서 망했나?

내가 실패한 것들이 무엇인가 이토록 진지하게 돌아보고 싶은 열정을 주는 사람이라니 너무 매력적이다.


나는 오늘밤, 나의 실패 리스트를 적어 내려보고자 한다.

실패한 것이라면 얼마든지 많으니!

그 가운데서 나의 플리커든 슬랙이든 들고 나와 보자.




*참고: https://www.wired.com/2014/08/the-most-fascinating-profile-youll-ever-read-about-a-guy-and-his-boring-start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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