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세 하코네 가든
지난 주말 일본식 정원인 하코네 가든으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대나무로 장식한 대문과 나무 조각들이 포개어진 지붕이 방문자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일방향으로만 다니게 되어 있는데 오히려 놓치는 것 없이 질서있게 구경이 가능해서 정원 구경의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본 양식의 집과 정원들은 친근하면서도 이채롭다. 정원 디자이너가 대나무를 사랑한 것인지 일본식 정원에서 원래 주인공인지는 모르겠으나 뱀부 가든 외에도 곳곳에 대나무가 가득한 것이 인상적이다. 청명한 가을 하늘에 무늬라도 새겨 넣겠다는 듯 고개를 드는 곳마다 시야에 든다. 소나무도 군데 군데 많다. 소나무는 한국의 것으로 여기며 커서 그런지 이 곳에서 소나무를 만나니 섭섭함이 드는 것은 내 마음이 옹졸하기 때문이겠지.
마침 예비 신랑신부의 야외 촬영이 한창이다. 웨딩 사진을 찍고 있는 미국인들을 보고 있자니 재미있다. 캘리포니아에 일본 정원 만큼이나 일본 정원에 미국인 신혼부부는 이질적이지만 아무려면 어떠랴?
서로의 이질감이 서로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지도 모른다. 그들을 뒤로 하고 마루가 있는 건물로 들어섰다.
미닫이 문을 열자 다다미방에 찻상이 차려져 있다. 신발을 벗고 푹신한 방석 위에 앉아 막 끓인 차를 한 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대단히 좋아하진 않지만 정원이 넓은 다다미 방 안에 앉게 된다면 나도 커피대신 차를 마셔보겠다.
다다미방을 나와서는 꽤 숨이 차도록 가파른 언덕을 걸었다. 그리고 작은 폭포와 정자를 낀 폰드 가든을 만났다. 그 곳에는 둥글게 엎어져있는 나무 다리가 있다. 문 브릿지라는데 일본인들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달 모양의 다리’ 였을까? ‘달 구경하는 다리’ 였을까? 번역에서 오는 그 거리감을 좁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못 안에는 비단빛 바탕에 오렌지색 얼룩을 박은 잉어들이 헤엄을 치고있다. 잉어를 만져보겠다고 손을 뻗은 아이들 덕분에 연못가는 유일하게 정원에서 소란스럽다. 고인 연못물은 연초록 이끼가 가득해서 주변에 둘린 나무들 만큼이나 푸른 것 같다. 가득찬 푸르름 가운데서 나도 잠시 풍경이 된다. 정돈된 아름다움 안에서 위로를 얻다가 문득 우리도 이곳에 수퍼나 음식점만 세울게 아니라 한국식 정원 하나 멋지게 세웠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한국식 정원이 생긴다면 소나무 한 그루 기증하고 싶다.
이 에세이는 9/28/20 미주 한국일보에 게재한 수필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