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아봅시다.
한 사람이 평생 쏟아내는 말은 얼마나 될까?
소용되는 말과 버려지는 말 중 무엇이 더 많을까?
유해하고 어리석은 말이 쓰레기가 된다면
재활용도 불가한 ‘말 쓰레기’로 온 세상이 골치를 앓았을 지도 모른다.
혹은 돈을 주고라도 듣고 싶은 말이 있는가?
나의 할머니는 전화를 드릴 때 마다
“우짜든지 건강해라. 만복(萬福)을 받아라”는
축복의 말씀을 하셨다.
내게는 가보(家寶)같은 말이다.
말은 이처럼 잠깐 듣기만 해도 마음에 저장되는 신기한 속성이 있다.
화자는 자신의 말을 쉽게 잊어도 청자는 오래 기억한다.
마음에 남은 말은 씨가 되어 자라고 깊게 뿌리를 내려 쉽게 뽑히지 않는다.
그래서 누구는 복된 말 한마디에 평생 살아갈 힘을 얻고 누구는 독초 같은 말을 뽑아내느라 평생을 소요한다.
그럼 독초 같은 말은 어떤 걸까?
하나는 못된 말이다.
가시 같이 성가시고 아프다.
이런 가시가 마음에 가득차면 긴장을 풀고 마음을 편히 쉴 수가 없다.
참으로 고단한 일이다.
둘째는 무시하고 업신여기는 말이다.
이는 큰 돌덩이 같아서 마음을 짓누르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다리에 돌덩이를 매달고 달려본 적이 있는가?
쉽게 뗄 한 걸음이 열 걸음처럼 힘겨워진다.
마땅히 존중되어야 할 인격이 침범되었으니 화도 끓는다.
셋째는 판단의 말이다.
우리는 임명받은 적도 없는 재판관 자리에 앉아
상대를 비난하고 평가하며 판단의 칼을 휘두른다.
그러나 칼 앞에서 칼을 뽑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으랴?
이런 말의 문제를 다루느라 많은 시간을 쓰며 발견한 것은
독을 해독하는 것도 역시 말이라는 것이다.
가시 돋친 말 대신 아껴주는 말을 하면 화자도 청자도 마음의 아픔이 조금씩 사라진다.
사랑의 말을 먹고 넓고 따뜻한 마음이 자란다.
무시하는 말 대신 인정과 신뢰의 말을 건네본다.
그러면 절망과 분노, 두려움은 녹아서 사라지고 생의 활기가 가득 서린다.
평가 대신 칭찬의 말이나 괜찮다는 말은 어떤가?
풍요로운 가을 들녘처럼 평안해진 마음은 괜시리 즐거울 것이다.
내가 왜 당신에게 가시를 날렸나, 돌을 던졌나, 칼을 휘둘렀나 항변하길 멈추자.
다만 거둘 것을 기대하며 심을 것을 바꾸자.
우리는 마음의 힘으로 산다. 그리고 마음은 말을 먹고 산다.
그러니 내가 거두고 싶은 것을 심어야 한다.
사랑의 말, 신뢰의 말, 소망의 말을 뿌리고 인생의 눈부신 날들을 기다리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본 글은 미주 한국일보에 게재했던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