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노래는 듣고 싶지 않아
“슬픈 노래는 듣고 싶지 않아, 내 맘 속에 잠들어 있는 네가 다시 나를 찾아와, 나는 긴긴 밤을 잠 못들 것 같아~ 이렇게 비가 오는 밤이면 내 지친 그리움으로 널 만나고,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난 너를 찾아 떠나갈꺼야~”
라디오에서 경쾌한 노래가 졸졸 흘러나온다. 리드미컬한 노래는 분주한 일상과 세상 뉴스로부터 나를 훌쩍 건져 올린다. 하던 일을 멈추고 하늘을 보니 어느새 감색 노을이 졌다. 이웃집 린다가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지나간다. 맞아, 슬픈 노래는 듣고 싶지 않아! 내 맘 속에 잠들어 있던 행복감의 갈구가 다시 나를 찾아왔다. 학생 시절에는 원하는 꿈을 이루게 되면, 일을 시작하고서는 돈을 많이 벌면 더 행복할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완벽한 행복이 택배처럼 도착하길 기다리던 날들에도 행복은 곳곳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삶의 기쁨과 슬픔은 들실과 날실처럼 정교하게 교차되어 있으니 나는 매일 그날치 내 몫의 작은 행복들을 찾아내기로 했다.
이른 아침의 볕과 고요한 시간에 읽는 성경 한 장, 그리고 모닝 커피는 나의 아침을 빛나게 한다. 수업을 마친 아이의 재잘거리는 이야기를 듣는 것, 또 제 할일을 알차게 해내는 것을 보는 것은 엄마로서 받는 일상의 선물이다. 주말에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큭큭 거리는 시간 또한 큰 즐거움이다. 요즘은 뒷마당의 채소와 직접 기른 사과를 수확하는 소확행도 생겼다. 이들은 모두 하루치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충분하다.
물론 어떤 날은 하루가 어땠는지 기억하기 벅찬 날도 있다. 그래서 힘들다는 생각이 가득해지면 좀 더 적극적인 소확행 찾기에 나선다. 이럴 때는 하던 일을 잠시 접고 화장을 한다. 환한 색깔의 립틴트와 화려한 아이쉐도우로 얼굴에 생기를 더한다. 뷰티앱을 사용해서 변신한 후 셀카를 찍는다. 사진이 마음에 들면 기분이 좋아진다. 혹은 선물받은 소중한 물건들을 꺼내어 보기도 한다. 사랑하는 이들의 선물에서는 그 안에 담긴 마음이 낡지도 않고 늘 생생하게 전해져 온다. 가끔은 오랫동안 눈여겨봐 두었던 것을 큰 맘 먹고 살 때도 있다. 이것저것 재지 않고 스스로에게 호탕해지면 아이처럼 신이 난다.
그러고 보니 소확행은 상황과 상관없이 사랑하는 이들과 나를 잘 돌보는 데서 오는 기쁨들이 아닐까? 잘 돌봄 받는 나를 생각하자니 다시금 행복하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미주한국일보에 게시한 글입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