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에서 반짝이던 그 별들
글이 잘 써지지 않아 사탕을 하나 먹었다. 청포도 사탕이다. 어릴 때 먹던 맛 그대로라서 먹을 때마다 마음이 천진난만해지는 기분이다. 더 긴 글을 쓰거나 하던 일이 막힐 때는 적당히 쓴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초콜릿을 먹는다. 그래도 캔디나 커피로 스트레스를 달랠 수 있다면 그건 사정이 좋을 때다.
제일 당황스러울 때는 나는 얼마간이라도 일을 진척 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한데 머리가 난 모르겠소 하고 냉정하게 외면할 때이다. 그럴 때는 주전부리로 뇌를 달래기란 어림도 없다. 내 두뇌는 일정선 이상 일을 하고 나면 워라밸을 외치며 도도하게 일을 멈춘다. 마감이 다가와요, 누가 쪼아요 애걸해봤자 문 닫고 퇴근해 버린다. 그런 날은 별 수 없이 마음을 비운다. 이럴 때 기분전환한다고 가족이나 친구들한테 괜한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금물이다. 웬일인지 그럴 때는 상대에게 섭섭했던 것, 마음에 안드는 것 위주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때는 뇌를 자극해 봤자 심술궃은 결과만 나온다.
그러니 하던 일이 막히고 스트레스 레벨이 높아지면 애쓰지 않아도 쉽게 할 수 있는 활동들을 하는 것이 좋다. 내 경우에는 여행이 가장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는데 이 방법은 좀 거창한 데다가 요즘 같은 시대에는 실행이 어렵다. 그래서 최근엔 실내용 자전거를 땀이 나도록 타거나 마당에 나가 나뭇가지를 가지런히 정리한다. 가끔 청소나 요리를 하기도 한다. 특히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집안일을 하면 집은 더 반짝이고 요리의 가짓수는 많아지는 부수적인 장점도 있다. 단점은 이 방법은 별로 동할 때가 없다는 것. 아무튼 몸은 움직이고 머리는 온전히 쉬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좀 더 신나는 건 없을까?
춤이 떠올랐다. 라라랜드의 엠마스톤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춤을 출 수 있다면 정말 멋질 것 같다. 원래 춤이 기쁨을 위해 고안되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스트레스 해소에 춤은 탁월한 선택일 듯하다. 재능이 있어야 즐기기 좋은 취미이지만 남들 보라고 강요만 안한다면야 괜찮지 않을까?
어느 날 머리가 지끈거리고 아무런 의욕이 나지 않는 시간이 오면 라라랜드의 러블리 나잇(A Lovely night)이나 시티오브스타(City of stars)를 틀어두고 춤을 춰야지. 나도 어느 도시의 작은 별인 것처럼 마음이 반짝이는 설레임으로 가득 채워지도록.
본 글은 10/12/2020 미주 한국일보에 실린 글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