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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재천 Apr 19. 2018

마지막 그 순간은 또 다시 시작인 걸,

이순(耳順)의 졸업식

<사진 출처 : 구글 이미지>


‘부르지 말아요~♪

마지막 노래를~♩ 마지막 그 순간은 또 다시 시작인데~♬' 


지금은

‘SM 그룹’의 대표인 가수 이수만씨가 젊은 시절에 부른 노랫말이다. 내가 특별히 이 곡을 좋아한 것은 고등학교 ‘졸업’ 때문이었다. 나는 온몸으로 저항하듯이 세상과 부딪치는 혹독한 사춘기를 보냈다. 자퇴와 복학을 넘나들면서 또래 친구들과 달리 사회와 학교를 극복하듯이 나의 모든 시간과 열정을 다 쏟아 부은 다음에야 겨우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에게 이 노래는 아주 각별하였다.


초등(국민)학교 졸업식 풍경은 그야말로 눈물의 바다였다. 6년 동안 정든 교정을 떠나면서 교문 양옆으로 도열한 선생님들 사이로 짝꿍의 손을 잡고 나서는 어린 나도 친구들도 아쉬운 작별의 눈물을 흘렸다. 그런 반면에 중학교 졸업은 즐겁기만 하였다. 호기심 많은 나와 모험심 강한 친구들은 졸업 후 일탈을 기대하였고 학교라는 울타리밖에 세상은 신기할 정도로 새로운 것들이 가득 차있었다. 


군대를 다녀온 뒤, 다시 시작한 대학의 전공 공부는 뼈를 깎는 각고의 노력으로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어서 여유롭게 맞이한 졸업식이었지만 아직 ‘취준생’으로 남아있던 동기들과 어색한 작별을 해야만 했다. 대학원 졸업은 자녀들 모두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뒤에 찾아왔다. 여유로울것만 같은 장년의 졸업식은 뜻하지 않은 회사의 해외사업개발 일정과 겹쳐서 학위수여식에 참석도 못하였다. 다행히 주임교수님의 따뜻한 배려로 과사무실에서 맞춤형 학위수여식을 갖자 마자 부임지인 ‘인도(India)’로 떠나야 했다.

빅데이터 수학 동학들-수료식에

이번에 다시, 귀가 순(順) 해진다는 이순(耳順)의 나이에 맞이한 졸업식은 학교가 아니다.

강남의 어느 한 ‘IT 학원’에서 환갑(還甲)을 맞아 새롭게 부활 -싹(甲)을 다시(還) 틔운- 한 나는 '빅데이터 프로그래밍 개발자'과정을 마치고 어제 수료 식을 가졌다. 세월로 돌아본다면 어느덧 한 세대가 다 지난 졸업식이다. 나는,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가 예언한 '제 3의 물결'의 시작과 함께 사회에 뛰어들었고 지금은 '제 4의 물결'인 빅데이터 시대이자 ‘Data Transformation’ 시대를 살아내기 위하여 지난 겨울부터 '빅데이터 자바 프로그래밍' 공부에 풍덩 뛰어들었다.


4개월이 넘는 88일간의 수업 일수는 가히 살인적이라고 할만한 교육과정이었다. 대학으로 치면 대학원 일반과정을 넘는 강의 시수에, 하루 8시간의 강행군은 이순(耳順)으로 접어드는 나에게는 보통 무리가 아니었다. 수업 진도를 쫓아 가는 것은 둘째치고 타이핑 속도조차 따라잡기가 어려웠다. 「공부는 지력(智力)이 아니고 체력(體力)이다!」라는 말은 평소의 나의 지론이었지만 그야말로 되지도 않는 체력으로 혹독한 체력전(戰)을 치뤄야만 했다. 처음 두 달은 정말로 죽을 맛이었다. 용어(用語)가 익숙하지 않은 것은 차제로 하고 함께 공부하는 젊은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버지뻘 되는 나이에 흰머리가 드문 드문 난 노(老)학생이 많이도 불편했을 것이다.


이런 복잡인 상황 속에서 언감생심 불평 한번 제대로 늘어놓지 못한 체 하루에도 두 세 번씩 안경을 벗어 던지면서 "어휴~ 내가 왜 이 개(犬)고생을 사서 하고 있는 거야?"하면서 창 밖만 내다보길 수 십번......

나는 무엇인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였다. 먼저, 내 주변의 젊은 친구들을 멘토로 삼았다. 젊은이들에게 “OOO샘”하고 존칭과 경어를 꼬박꼬박 사용하고, 절대로 내가 먼저 입을 열지 않았으며, 모르는 것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물어보되 지갑을 열어 점심을 사기로 하였다. 손이 늦어서 타이핑을 놓치면 멘토들이 작성한 수업 내용과 코딩 소스를 온라인으로 올려달라고 부탁하면서 가능한 반 친구들 모두에게 점심식사를 한번씩 사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기로 결심하였다. 


그렇게 두어 달이 지나가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용어(用語)가 귀에 익숙해지면서 조금씩 수업 내용이 들어오고, 교사의 강의 패턴을 파악되면서 프로그램의 구조가 이해되고 조금씩 코딩(Coding)이 재미 있어졌다. 삼 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자신감이 생겨 시험(평가)도 잘 치르게 되었고 귀가 후 복습하는 시간도 점점 늘어나면서 학원으로 가는 아침시간이 즐거워지기 시작하였다.


다행히 복(福)이 많은 나는 인품 좋은 훌륭한 선생님을 만났다.

그분에게 분명 나는 신경이 많이 쓰이는 학생임이 틀림없었을 것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모르는 것이 있거나 타이핑 손이 늦어 진도를 놓칠 때면 망설임없이 손을 번쩍 들었고, 그 분은 귀찮은 내색을 한번없이 진지하게 내가 전 과정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자상하게 나를 도와주었다. 그분의 인내력은 참으로 대단하였다. 그분의 속 깊은 배려가 없었다면 나는 진작에 이 수업을 포기하고 말았을 것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 자리를 빌어 ‘송재성’선생님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프로그래밍 교사, 송재성선생님

지난 사 개월이 넘도록 내가 배운 것은 「빅데이터 분석(R)을 위한 자바 개발자」교육과정으로 데이터(Data)를 수집, 저장, 분석하여 목표한 결과를 도출하여 누구나 쉽게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화하는 작업이었으며, 머신러닝과 딥러닝의 인공지능에 대한 기초를 배웠다.  나는 기계어(Machine Language)로 코딩하는 방법과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방법을 익혔으며, 새롭게 진화하고 있는 다양한 알고리즘에 대하여 어떻게 대처(활용)해야 하는지를 연구하였다. 때로는 젊은 Mentor들과 함께 프로젝트 과제에 동참하여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호흡을 같이 하면서 어려웠지만 과제를 완수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를 조금씩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프로젝트발표 완료 후 뒤풀이

오늘날,

우리 젊은이들은 안타까울 정도로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관통하고 있다. 취직은 고사하고 어렵게 취직을 해도 인턴, 계약직 그리고 정규직 그 다음에 관리직……  그들이 넘어야 할 산은 많고 높기만 하다. 그들만의 힘으로 그 많은 산을 오르고 그 강을 홀로 건너기엔 너무나도 벅차다. 지금도 그들은 수업을 마치고 난 방과후에 또는 주말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비록 그렇게 힘든 나날이지만 아침에 등교하는 젊은이들의 표정은 밝고 활기가 넘쳐난다. 그것은 갓 태어난 아린 아이가 부모에게 행복감을 건네주는 것과 같이 그들은 자신의 밝음(明明德)으로 교실을 빛내고 뜨거운 열정으로 강의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지난달 수업 중에, 우리나라의 온라인 포털에서 감정(感情)의 흐름을 조사한 적이 있다. 북핵위기, 평창올림픽, 남북미 정상회담, 박근혜, 이명박등과 같은 키워드 속에서도 행복, 희망, 기쁨, 환희, 기대, 즐거움, 도전과 같은 긍정형 단어들이 불행, 취준생, 등록금, 집, 인구 절벽, 어린이 학대, 자살, 범죄, 화재, 미투등과 같은 부정적 감정어(感情語)를 유의미한 수준으로 앞 질렀다. 대부분의 부정어들은 '두려움'의 유의어들이다. ‘두려움(懼)'은 현재에 대한 불안함이 아닌 불확실한 미래를 통제하고 싶은 나의 욕구를 반영하고 있다'빅데이터'는 역사의 흐름과 같아서 우리가 살아온 발자취를 넘겨주는 것으로 이번 데이터 분석은 어렵고 힘든 가운데 우리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고 어떻게 잘 이겨내는지를 한 톨도 빠짐없이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분석이 보여주는 유의미한 결과는 우리는 열심히 잘 살아왔으며 자녀들을 훌륭하게 잘 키웠고, 충분히 사랑받고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온 여정을 잊지 말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또한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머신러님이나 딥러닝과 같은 알고리즘으로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은 기계가 인간에 대한 도전이 아닌 미래에 대한 나의 불안을 없애주는 작업과정이기도 하다. 나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이 다가오는 불안한 미래에 대하여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힘을 모아 살아가야 하는지 또 다른 길을 제시해주는 작업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완전하게 태어나 타고난 능력(德)을 가진 자신을 의심하지 말고 믿으라는 말을 전하고 싶은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무지를 일깨우는 앎(知)의 중요성에 대하여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드는 역설(Paradoxes)로 자각(自覺)을 유도하면서 앎(知)에 이르는 방법을 '상기(anamnesis)'라고 가르쳐주었다. 공자는 인의예지(仁義禮智)중에서 가장 중요한 앎(知)을 강조하면서 앎(知)에 이르는 사여학(思與學)에 대하여 논어(論語) 위정편에서 학이불사칙망(子曰 學而不思則罔) 즉, ‘배우고도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하나도 없으며’, 사이불학칙태(思而不學則殆) ‘생각만 하면서 배우지 아니하면 삶이 위태로워 짐’을 경계로 삼았다. 


<사진출처: 구글 이미지>

나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과 같은 ‘빅데이터’를 공부(學)하면서 '제 4의 물결'인 ‘Data Transformation’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길(道)이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사색(思索)의 통로'라고 보았다. 머신러닝과 딥러닝으로 대변되는 인공지능은 인간의 사랑을 감정을 올곧게 전하고자 하는 새롭게 펼쳐지는 또 다른 언어이기도 하다.



‘마지막 그 순간은 또 다시 시작인 걸~♪'

수료식과 함께 메아리처럼, 시간(세월)의 울림(共鳴)처럼 그 노래가 기억속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래,

나는 또 다시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젊은 Mentor들과 함께 힘차게 날갯짓(習)하면서 미래로 나아갈 것이다!

새로운 바람, 그 바람(동남풍)이 다시 불어온다.


2018. 0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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