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SC Wildcat Strike, 팬데믹 이전부터 시작된 줌 강의
2020 겨울 쿼터가 시작되고 나서 5주 정도 후였나 학교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strike...? 대학원생들이 파업을 하니까 교통을 조심하라고? 대체 무슨 말이지? 저 때까지는 학교 내에 시내버스도 잘 다녔으니 불편함도 느끼지 못한 채 아무 생각이 없었다. '아, 부당한 무언가가 벌어졌나보다. 파이팅!' 정도에 머물렀으니 말이다. 정말 안일하게도 사실 파업이라고 하니 학교 측과 협상을 잘 해서 금방 해결될 문제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파업과 시위는 나에게 그러한 의미였다. 왜 파업을 하는 지, 무슨 의미의 파업인지, 어떤 의도인지에 대해서는 궁금함이라곤 없었고 다운타운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피켓을 들고 서있는 한 무리를 보며 우와 하기만 했던 것 같다. 이 시위로 인해 팬데믹 시작 훨씬 전부터 온라인 수업을 할 거라곤 예상도 못 했으니 말이다.
일주일이 지나자 상황은 훨씬 격해졌다. 학교 대면 수업이 다 취소된 것은 물론이거니와 학생들조차 학교 안에 고립된 것과 마찬가지였다. 대학원생들의 시위를 지지하는 학부생들과 교직원들 일부 역시 시위에 참여하였고 그들은 학교의 정문과 후문을 가로막고 피켓팅을 하여 학교 내에는 더이상 시내버스도, 셔틀버스도 다닐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정말 큰일이 난 것이다. 우버를 타고 밖으로 나가려고 해도 평소 10분이면 될 거리가 한 시간까지 밀리기도 했다. 남일이라고만 생각했던 strike는 그제서야 나의 일이 되었다.
단단히 큰 일이 났구나 싶어 UCSC Wildcat Strike가 무엇인지 구글링을 시작했다. 2018년 UC 시스템 전체를 아우르는 United Auto Workers (UAW) Local 2865라는 계약이 대학원생 조교들을 포함한 19,000여명의 근로학생들과 체결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계약의 가장 큰 단점이자 오점은 바로 집값 조정에 따른 임금 조정 항목이 없었다는 것이다. 산타크루즈는 실리콘밸리 주변 도시로써 집값이 굉장히 높은 편이고 점점 더 상승되고 있는 상황에서 근로학생들의 급여는 동결되어 있으니 월급의 50-80퍼센트를 그들은 집 월세로만 내는 것이다. 남은 돈을 보증금, 생활비 등으로 지출하고 나면 저축은 무슨, 오히려 또다른 부채가 쌓여가는 상황이었다. 학교를 위해, 학생을 위해 일하고 있는 그들에게 장밋빛 인생은 그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하여, 살아가기 위하여 애처롭게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단순한 해프닝이라고 간주하기엔 너무나 간절하고 가슴아픈 메시지였다.
그렇게 나는 내 인생 첫 시위에 참여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아닌 낯선 곳 미국 산타크루즈에서 사회를 대변하는 목소리에 힘을 보태었고 시위현장에서 하루를 보내는 일도 허다했다. 국제학생이라고 해서 내 문제가 아닌 것은 아니니 말이다. 국경도, 인종도, 학생신분도 상관 없었다. 경찰들이 학교 곳곳에 배치되었고 유혈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건 수많은 사람들의 삶, 그리고 인권과 직결되어 있는 꼭 짚고 넘어가야할 중요한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