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히지 않는 빛

걸음 셋: 일상 속 빛을 만나다

by 그루 햇살나무

간절히 원해도 쉽게 열리지 않는 문이 있다. 애써 다시 시도해도, 세상이 자꾸만 브레이크를 밟는 듯 걸음을 멈춰 세운다. 그 앞에서 우리는 자책과 무력감에 잠기고, 어제보다 작아진 오늘을 책망한다.

그렇다면 이 무력감 속에서,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상담실에서 마주하는 많은 이들 역시,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과 닿지 않는 현실 사이, 거친 내적 폭풍을 견디곤 한다. 그 폭풍 속, 작은 빛을 드리우길 바라며 건넸던 질문이 있다:

“살면서 이룬 일 중, 혹시 시간이 지나도 그 빛이 바래지 않았던 것이 있을까요?”


어떤 이들의 눈빛엔 순간 미묘한 변화가 스미고, 짧은 침묵 속 진지함이 채워진다. 그 후 돌아오는 대답은, 그들과 나 모두에게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누군가는 유혹을 이겨낸 순간을,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를 위한 조용하고 오랜 기다림을, 또 어떤 이는 숨막힌 호흡 끝 마침내 품에 안았던 눈부신 생명의 첫 숨결과 눈빛, 그 경이로운 만남의 떨림을 떠올린다. 그 잔향 속에서 우리는, 성취의 크기보다 더 빛나는 것이 있다는 진실을 서서히 마주한다.


끝내 붙든 약속, 끝까지 지켜낸 마음, 그리고 은혜처럼 다가온 선물 같은 순간들. 그 빛은 요란하지 않지만 오래도록 우리를 지탱한다.

오늘의 걸음도 그 빛 위에서 조금씩 단단해진다.


언젠가 그 문 앞에 다시 설 때, 비록 풍경은 같아도 마음은 다른 빛을 품어 숨 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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