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의 자리를 지켜낸다

걸음 셋: 일상 속 빛을 만나다

by 그루 햇살나무

회복은 때로 한나 씨의 외침처럼 절체절명의 순간에 시작되지만, 더 자주 그것은 일상에서 자라난다. 드라마 같은 반전이 아닌, 묵묵히 이어온 하루의 힘 속에서.

바로 그 평범한 순간들 속에 진짜 힘이 있다. 밥을 짓고, 아이를 돌보며, 익숙한 일상을 반복하는 무수한 순간들. 그 속에서 마음의 파도를 견뎌내는 용기, 무너지기 쉬운 오늘을 일으켜 세우는 힘이 깃들어 있다. 위기 앞에서 다시 일어나는 힘도 결국, 그렇게 쌓여온 평범한 날들의 꾸준함에서 비롯된다.

어떤 날은 몸이 무겁고 마음이 텅 빈 채로 하루를 시작하지만, 도망치지 않고 자기 자리에 머무는 것. 포기하고 싶은 유혹이 불현듯 찾아와도, 소망에 마음의 닻을 내려 살아내는 하루. 눈에 띄는 결과나 특별한 재능이 없어도, 조급함이나 과욕 대신 자신의 리듬을 지키며 꿋꿋이 걸어가는 것.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누군가를 지켜내기 위해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


어쩌면 당신이 그 사람이고, 우리 곁에 있는 누군가일지도 모른다.

그건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쉬운 일도 아니다. 그러한 시간을 성실히 살아내는 것 자체가 실력이고, 세상은 바로 그런 일상의 자리를 지켜내는 수많은 이들의 조용한 발걸음으로 지탱되어 간다.

정서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때로 과거를 성찰하고, 때로는 미래와 연결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우리를 단단히 세우는 건, 무게중심을 현재에 두고 오늘 내 앞에 놓인 하루의 자리를 충실히 살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그런 나를 다정하게 안아주면 어떨까. 크게 해낸 일이 없어도, 누군가의 박수를 받지 않아도, 하루를 온전히 살아낸 나를. 사소해 보이는 그 모든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와 내가 서 있는 세상을 묵묵히 지켜냈음을 기억하며, 내 마음에 이렇게 전해주자. 그 애씀, 참 귀하고 잘하고 있다고.

그리고 내일도, 같은 걸음이어도 괜찮다. 오늘처럼, 지금 내 자리를 조용히 지켜가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반짝이고, 참 귀한 걸음이니까. 그렇게 오늘도 나를 지켜낸 그 마음이, 어느덧 나조차 몰랐던 변화를 이끌어내는 길 위의 작은 빛이 된다.


지금 이 자리에서, 아주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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