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사랑을 하늘에 띄우다

3부 | 경계 너머, 두 세계가 서로를 비추는 순간

by 그루 햇살나무

"세상에, 그런 장례식 처음 보았어요"


뉴질랜드 현지인의 장례식에 다녀온 지인이, 가시지 않은 여운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장례식장 입구에는 뜻밖에도 파란색과 하얀색 풍선이 가득 놓여 있었다고 했다. 흔히 떠올리는 무겁고 침잠된 공기 대신, 어딘가 따뜻하고 조용한 생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그날의 마지막 순서가 압권이었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들이 앞으로 나와 말했다. "오늘은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날이지만, 동시에 아버지의 생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그러했듯, 우리에게 남겨주신 사랑을 기억하고 오늘을 축복하며 우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는 아버지가 생전에 좋아하셨던 파란색과 하얀색의 풍선을 사람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수십 개의 풍선이 일제히 하늘로 날아오르던 순간, 이별은 새로운 빛을 품었다. 푸른 공중에 번져가던 그 작별은 모두의 시선을 하늘에 묶어두었고, 슬픔이라는 이름 대신 ‘아름다운 배웅’이라는 잔상으로 각자의 가슴에 새겨졌을 것이다.


이야기를 듣는 사이, 어느새 그 풍경은 내 안으로 깊숙이 스며들어 직접 본 듯 선명한 그림 한 점으로 남았다.


나에게도 그와 비슷한 기억이 있다. 키위 친구 제니의 어머니 장례식에 초대받았던 날, 관 위에는 고운 영정 사진 곁으로 생전에 좋아하셨던 꽃들이 화사하게 둘러져 있었다. 가족들이 먼저 어머니와 함께했던 추억을 나눈 뒤, 조문객들을 향해 나직이 제안했다. “누구든 어머니와의 기억이 있다면 자유롭게 나누어 주세요.” 정해진 순서도, 사회자의 진행도 없었지만, 사람들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일어나 간직해 온 추억 조각들을 하나둘 꺼내 놓았다.

이웃들은 함께 웃었던 소소한 일상을, 목사님과 교회 친구는 나누었던 기도와 믿음의 여정을, 요양원 스태프는 고인이 건넸던 따뜻한 말 한마디를. 짧은 이야기들이 징검다리처럼 이어질 때마다 공간에는 눈물뿐 아니라 잔잔한 웃음이 번졌다. 한 번도 뵌 적 없는 분이었지만, 이야기의 겹이 쌓일수록 그분이 어떤 향기를 남긴 사람이었는지 내 마음에도 또렷하게 전해져 왔다.

순서가 마무리되고 옆 공간으로 이동하니, 정갈한 핑거푸드와 음료가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음식을 나누며 서로를 토닥였고, 슬픔의 틈새로 정겨운 대화가 흘렀다. 마치 ‘끝’이라는 마침표가 아닌, 한 사람의 삶을 함께 천천히 기억하고 완성해가는 시간처럼.

문화와 언어의 경계를 넘어,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을 마주한 날이다. 함께 울어주는 우리네의 짙은 슬픔도 아름답지만, 사랑하는 이를 보내는 자리가 오직 통곡으로만 채워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이들의 장례식. 그곳에 웃음과 축복이 머물러도 괜찮다는 것을 그들과 더불어 살며 배우고 있다.

어쩌면 장례란 누군가를 잃는 의식이 아니라, 그 사람이 우리 삶에 얼마나 깊숙이 머물렀는지를 확인하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삶의 처음과 마지막을 마주한 자리에서, 그 순간이 남겨진 자들의 삶에 건네는 메시지와 울림을 듣는 시간이 아닐까.

언젠가 맞이할 나의 마지막 자리 또한 슬픔에만 머물지 않기를 소망해 본다. 남겨진 자들의 시린 마음과 그들의 시간을 넉넉히 감싸 안는 위로, 그리고 알 수 없는 깊은 평안이 은은한 음악처럼 흐르기를. 떠남은 결코 단절이 아니라, 지상에서 못다 한 사랑이 하늘로 천천히 날아올라, 영원이라는 소망으로 맞닿는 눈부신 연결임을 확인하는 날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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