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주워진 무한한 시간

육아를 졸업하다.

by Daydreamer

아들을 의대에 보냈고 나는 50이 넘어 버렸다.

그렇게 놀고 싶고 혼자 있고 싶고 무언가 되고 싶었지만

나는 자유롭지 못했다.

아이를 맡기고 일을 해보기도 했지만 늘 맘이 편하지 않아서 이도 저도 제대로 못 할바엔 과감히 전업주부로 아이 교육에 전념하기로 했었다.

대치동을 오가며 라이드 했고 아이는 재수 끝에 의대에

입학했다. 그리고 이제 곧 기숙사로 떠난다.


남편과 나만 집안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나는 혼자다.

그동안 지켜온 루틴대로 운동하고 책 읽고 친구도 만나고

취미 생활도 하지만 그걸로 충분하지 않다.

나의 임무가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행복하기도 하지만 허전하기도 하고 모든 게 낯설다. 이제부터 나는 다시 나의 생활을 리셋해야 한다.

어쩌면 우린 어렸을 때부터 오십이 넘어서 까지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시달리고 있는지 모른다.


시간이 없으면 자유를 갈망하지만 막상 시간이 주워지면

이 많은 시간을 어디에 써야 할지 당황하고 만다.

그동안 글도 쓰지 않던 브런치를 켰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나는 나를 잃고 싶지 않아서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몸부림쳤었다.


그중에 하나가 브런치에 응모한 것이다.

브런치 작가가 됐다는 메일을 받았을 때

나는 나의 작은 성취에 무척 기뻤었다.

그것도 잠시... 글을 써서 무엇하나? 브런치 작가가

진짜 작가 이긴 한가?라는 생각을 했었고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며 그래 저 정도는 써야 작가지 라는 생각에 흥미를 잃었었다.

이제는 무한한 시간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

글을 한번 써볼까 한다.


그리고 천천히 이 시간들을 어떻게 사용할지 기쁜 마음으로 계획을 세워 봐야겠다.

사실 난 한 번도 혼자 여행을 가본 적이 없는데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친구들은 다 한다는 혼여가

왜 이렇게 떨리는 걸까?

혼자 여기저기 여행하며 글을 써보면 재밌을 것 같기도 한데 말이다.


앞으로 내게 찾아올 새로운 즐거움들을 상상하며 시간 부자의 여유를 마음껏 누려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