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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호 Mar 05. 2023

일에 대한 열정은 어떻게 생기나?

일에 대한 열정은 어떻게 생기나?


1. 나의 경우 첫 직장 생활을 회계 업무로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영 흥미가 없었다. 나중에 내 사업을 하기 위해 회계 지식이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해서 시작했지만 회계기초도 모르고 일을 시작했으니 일을 배우는데 더딘 것은 물론이고 잘하지 못했다. 일에 관심이 없다 보니 재미도 없었고 잘하고 싶은 의지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회사 생활이 지겹고 하루하루 무사히 넘어가길 바랐다. 그 당시 어설픈 생각으로 회계 업무로 직장 생활을 시작한 자신을 원망하기도 했다.


2. 그러다 엑셀에 관심을 가졌다. 가만 보니 엑셀만 잘해도 현재 업무 시간을 반으로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당시 엑셀 잘하는 과장님이 한분 있었는데, 화려한 수식과 빠른 손놀림을 보고 관심이 생겼고 그날 서점에 들러 엑셀 관련 책을 샀다. 여전히 회계 업무는 재미없었고 신입으로 단순 업무 만을 해서 일이 싫었지만 엑셀로 단순 노동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잘하고 싶어졌다.


3. 그래서 점심시간에 밥을 빨리 먹고 남는 시간에 엑셀 책을 보고 공부했다. 근무 시간에는 엑셀 잘하는 과장님 파일 열고 데이터를 이리저리 만지면서 따라 만들려고 했다. 그렇게 6개월 정도 엑셀 책 세 권을 마스터하고 보니 이제는 vlookup, 피벗 테이블 등을 능숙하게 다루고 raw data를 sheet에 붙여 넣기를 하면 자동으로 마감 리포트가 나오게 엑셀 파일을 만들었다.


4. 이때 처음으로 일에 대한 재미가 생겼다. 나름 성취감도 있어서 엑셀을 배우면서 성장하는 느낌도 들어 좋았다. 나중에는 옆 동료들의 엑셀 업무를 도와주게 되었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나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여전히 회계 업무는 재미없었지만 엑셀을 활용한 업무 자동화는 시키지 않아도 계속 개선하기 위해 연구했다. 그 당시에는 Excel 2000 버전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행(raw) 한계가 6만 5천으로 많은 데이터를 다루는데 한계가 있었다. (지금은 믿기 힘들겠지만 그 당시 아이템이 7만이 넘어가는 데이터는 파일을 두 개로 나누어 작업했었다)


5. 그래서 이를 극복하고자 VBA(Visual Basic for Applications)에 관심을 갖고 MS access를 활용한 내부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사실 프로그래밍 및 데이터 구성에 대한 개념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은 무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혀 모르지만 MS access 책 두권 사서 예전에 엑셀을 배웠을 때 했던 것처럼 똑같이 책을 보고 따라 만들고 고치고 하다 보니 일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 당시 하기 싫은 업무 중에 매달 거래서 마감 invoice를 일일이 만들고 출력해야 하는 업무가 있었다. 대략 두 명이서 3일 정도 해야 하는 업무인데 MS access를 활용해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2시간 안에 끝날 수 있게 되었다.


6. 여기에 고무되어 동료들이 업무 상 필요한 조회 및 기록 등을 다루는 메인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나중에는 핵심 업무 도구로 자리 잡았다. 이때를 되돌아보면 누가 시켜서 하기보단 스스로 관심이 생겨 공부하고 배우면서 열정적으로 일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업무라기보다는 새롭게 배우고 개선하는 과정에서 주변으로부터 인정받고 스스로 성장하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7. 시간이 지날수록 회계 업무는 익숙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속하고 싶은, 재미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계속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에 그 당시 "전자 상거래"라고 불리던 온라인, 닷컴 사업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리저리 살펴보니 지난번에 했던 것처럼 호기심이 생겼다. 그러나 그 당시 회사에 온라인 사업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퇴근하면 교보 문고에 들려 '전자 상거래' 섹션에 있는 책들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변을 수소문해 온라인 MD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인맥을 동원해 모임에 참석했다. 여전히 재경부에서 재무 회계 및 사업 기획 업무를 하고 있었지만, 온라인 사업에 대한 호기심과 에너지가 넘쳤고, 주변에 이를 알리고 다녔다.


8. 그러다 회사에서 온라인 신 사업팀이 생긴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담당 임원에서 이메일을 보내 30분 면담 시간을 요청했고 그간 준비해 둔 생각과 계획을 발표하고 기회를 잡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렸다. 나중 일이지만 신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그렇게 재미없었던 회계 지식 및 경험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9. 나의 경험을 기준으로 보면 일에 대한 열정은 이렇게 생겼던 것 같다. 주변의 업무들을 잘 관찰해서 내가 호기심이 생기는 것을 찾고, 이를 알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에너지와 재미가 생기고 이 과정에서 일에 대한 열정이 나타났다. 이러한 열정은 좋은 결과 및 주변의 인정을 받게 되었고, 이를 통한 성취감으로 또 다른 에너지와 열정이 계속 샘솟았다. 그 과정은 개인의 성장과 행복으로 채워진 것 같다.


10. 열정은 가슴 뛰게 만드는 목표나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처음에는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감정을 느낄 수 있으나 지속되기는 어렵고 또한 열정이 뭔가 피로회복제처럼 끊임없는 에너지를 주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11. 일에 대한 열정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이를 알아 가면서 공부하고 끈기 있게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 같다. 일을 하면서 생기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에너지가 열정이라고 본다. 일에 대한 열정이 필요한가? 그렇다면 먼저 주변을 자세히 관찰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당장 시작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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