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깨달음 : 영화 후기]
철학에서 인간성(humanity)은 인간이 가지는 본질, 인간다움을 말한다. 인간다움을 생각하게 되면 인간이란 무엇이며, 인간은 과연 어떠해야 하는가로 생각이 미치게 된다. 영화 <부산행>과 <아이엠어히어로>에서는 좀비 바이러스 확산에 의한 비상사태에서의 인간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인간다움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영화 <부산행>에서는 석우(공유)가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메시지를 전한다. 펀드매니저인 석우는 영화의 시작과 함께 피도 눈물도 없는 매우 이기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별거 중인 아내가 보고 싶다는 딸(김수안)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함께 부산행 KTX에 오른 뒤, 좀비 바이러스 출연으로 인한 대혼란에 대면하는 그의 초기 모습은 오직 자신과 딸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인간을 대변한다.
그러나 기차가 부산을 향해 달려가는 몇 시간 동안, 그는 조금씩 사람다운 사람으로 변해간다.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좀비로 변해가고, 생존한 사람들이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극한의 상황에서 그는 자신을 넘어 타인을 배려하고 끌어안는 사람으로 성장해간다.
석우가 사투 끝에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임신한 성경(정유미)과 수안(딸)을 살리기 위해 열차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은 인간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절정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는 그 순간, 자기 자신을 넘어 인류애를 실천하는 진정한 사람으로 거듭난 것이다.
영화 <아이엠어히어로>에서는 주인공 히데오가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한자로 '영웅'이라는 이름을 쓰는 히데오는 35살의 만화 어시스트이다. 여자 친구의 집에서 얹혀살고 있는 그는 신인상 수상 이후 10년이 넘도록 만화가로서의 성공을 꿈꾸어 왔지만 너무 오랜 세월을 꿈만 꾸고 있을 뿐이다.
결국 매달 집세를 내는 것도 버거운 곤궁한 생활과 자신에게 지친 여자 친구로부터 내쫓긴 그는 미래의 고상한 취미를 위해 고이 간직하고 있던 엽총을 어깨에 메고 거리로 나선다. 그 이후, 일본 전역을 뒤덮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ZQN', 도심 곳곳은 사람을 물어뜯는 조쿤(ZQN 바이러스 감염자)들로 인해 대혼란이 이어지고, 살아남은 히데오와 몸의 반만 ZQN 바이러스에 감염된 히로미는 조쿤들을 피해 후지산으로 향한다.
가까스로 생존자들이 모여있는 구역에 다다르지만 세상이 뒤집어진 가운데 새로운 권력관계 속에서 군림하는 이우라를 중심으로 생존하고 있는 그들은 본능에 충실한 인간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다.
히데오는 엽총이라는 누구보다도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사용하기는커녕, 조쿤들의 습격을 피해 도망치기에 바쁘다. 생존자들이 모여있는 구역이 '높이뛰기 선수 조쿤'의 습격에 의해 초토화되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야부의 간절한 무전이 있지만 히데오는 식품창고의 락커룸 안에 숨어만 있다.
히로미와 야부가 생사의 기로에 선 위험에 다다를 즈음, 히데오는 자신 안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락커룸을 박차고 나온다. 그리고 자기 자신과 살아있는 두 여인을 지키기 위해 조쿤들을 상대로 처절한 혈투를 벌인다. 조쿤들로 인해 도망칠 수 없는 사방이 완전히 꽉 막힌 주차장에서 수백의 조쿤들을 엽총으로 모두 처치하고, 마지막으로 남은 조쿤을 끝내버린 그는 찌질한 겁쟁이에서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난다.
진정한 인간다움은 나를 넘어 타인을 향할 때 얻을 수 있다. 자기 내면의 이기심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타인과 함께 공존하려는 삶의 열정을 발산할 때 우리들은 보다 인간다워질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인간다움의 참모습이다.
[참된 깨달음 : 영화 후기] 부산행(2016), 아이 엠 어 히어로(2015)
"박노국의 참된 깨달음 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