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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빠지다

[참된 깨달음 : 여행 후기] 2017년, 부산에서의 식도락 2박 3일

바쁜 일상의 연속, 그 사슬을 잠시 끊고자 아내와 나는 조금은 이르지만 여름휴가를 부산으로 다녀왔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꽉 찬 여행이었던 부산에서의 이야기를 적어본다.


食 : 먹다


우리의 부산 여행은 식도락(食道樂)이 중심이 되었다. 부산 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식도락 여행을 생각했지만 실제로 부산에서 먹는다는 것은 행복, 그 자체였다.

문을 연 이후 꾸준하게 인기를 얻고 있는 뚝배기 복국의 원조, 금수복국
금수복국의 국물 맛은 예술이었다

서울에서 KTX를 타고 이른 아침부터 이동하니 부산 해운대에 오전 10시 30분 정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브런치를 즐기기에 딱 좋은 이 시간에 우리는 복국집으로 향했다.

금수복국에서 주문한 밀복국 안에 담겨 있는 복어의 살과 껍질

부산 사람들이 해장국으로 즐겨먹는다는 복국, 그 명성만큼이나 국물의 시원함은 예술이었다. 지리탕의 맑은 국물을 들이켜고 있노라면 "야~ 좋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밀복으로 주문했기에 탕 안에 복어도 많이 들어있었다. 쫀득쫀득한 복어살은 미나리, 콩나물과 어우러져 입안에서 춤을 추었다.

복국을 먹으면서 사이드 메뉴로 즐기기 좋은 금수복국의 미니 복탕수

함께 주문한 미니 복탕수는 별미였다. 입 안에 복탕수를 넣고, 약간은 여유롭게 씹으면 탕수소스와 튀김옷 안에 가려진 복어살의 진면목이 모습을 드러낸다. 맛이 강한 탕수소스 안에서도 담백함을 느낄 수 있고, 바삭한 튀김옷 안의 쫀득함은 예술적인 식감이 된다.


복국으로 식사를 하고 해운대 백사장을 아내와 걸었다. 장마기간이었지만 장마전선이 서울 쪽으로 올라갔을 때 우리는 부산으로 내려왔다. 그래서 부산은 흐리긴 했어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너무 더웠다. 습한 날씨 덕에 체감 더위는 더욱 심했다. 잠깐 해변을 걸었을 뿐인데 등에 땀이 줄줄 흘렀다.

부산 해운대 Westin choson deli에서의 커피타임

동백섬을 산책하기 전에 부산 해운대 Westin choson hotel의 비치 카페를 찾았다. 더치 아메리카노와 더치 라테 그리고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더치커피임에도 커피 맛은 진하고 고급스러웠다. 엄선된 재료로 만든 신선한 샌드위치는 차가운 커피와 무척 잘 어울렸다.

부산 해운대 Westin choson deli에서 바라본 해운대 해변(2017.07.08)




동백섬 해안 산책로를 한 바퀴 돌고, 1003번 버스를 탔다. 부산역에서 해운대로 올 때 탔던 버스를 다시 타고 우리의 숙소인 코모도 호텔로 가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올 때와는 달리 가는 길은 막혔다. 무슨 일 때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버스는 한참을 서행했다. 갈 때보다 2배의 시간이 걸려서야 부산역에 도착했다.

코모도 호텔 하버뷰

숙소에서 우리는 몸이 잠시 쉬도록 하였다. 성공적인 식도락 여행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였다. 하버뷰의 숙소에서 여유롭게 부산항을 바라보며, 예약된 호텔 셔틀버스의 탑승시간이 될 때까지 쉬었다.

보수동 책방골목 초입의 모습

호텔 셔틀버스를 타고 우리가 내린 곳은 보수동 책방골목이었다. 자갈치시장까지는 운행하지 않는 차량이어서 가장 가까운 위치인 책방골목에서 우리는 하차했다. 이곳에서 자갈치시장까지는 도보로 약 10분 정도 거리였다.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자갈치 시장으로 가는 길에는 국제시장과 부평깡통시장이 위치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부평깡통시장을 통과해 자갈치 시장으로 이동했다.


부평깡통시장에는 먹거리가 풍성했다. 어묵, 만두, 통닭 등 군침도는 메뉴들이 즐비했다. 눈과 코를 자극하면서 유혹의 손길을 뻗는 그것들을 뿌리치며 우리는 겨우 자갈치 시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삼삼 고래고기 꼼장어 : 꼼장어 大

자갈치 시장에 도착하니 여기저기에서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꼼장어 먹으면 생선구이도 같이 주고 잘 해줄게. 얼른 들어와요."라고 하며 살갑게 호객행위를 하였다. 그렇다고 아무 집이나 들어갈 수는 없었다. 우리의 소중한 한 끼를 정말 맛있는 곳에서 해결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디가 정말 맛있는 집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기에 들어가고 싶은 곳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래도 조금은 깔끔하게 음식을 정성껏 취급할 것 같은 곳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자갈치 시장을 한 바퀴 돌다가 시장의 끝부분에서 발견한 꼼장어 집에 입장하였다.

삼삼 고래고기 꼼장어 집의 꼼장어는 꼬들꼬들한 식감이 정말 최고였다

식당 안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초등학교 동창모임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술 한잔 한 사람들이 구수한 부산 사투리로 여기저기서 말하니 식당 안은 시끌시끌했다. 둘이서 먹는 것이었지만 꼼장어를 大자로 주문했다. 워낙에 잘 먹는 커플이라 뭐든 작은 걸로 시키면 부족해서 과감하게 大자로 시켰다.


주문은 성공적이었다. 오도독~ 오도독~, 씹는 맛이 일품인 신선한 꼼장어를 아쉬움 없이 먹었기 때문이었다. 꼼장어의 양념은 강하지 않으면서도 약하게 올라오는 꼼장어의 비린맛을 잘 잡아주었다. 밥을 저절로 부르는 맛인지라 우리는 볶음밥을 안 먹고, 공깃밥을 주문해서 먹었다. 그릇에 한 가득이었던 꼼장어도 흰밥과 함께 순식간에 없어졌다.



행복으로 뱃속을 채운 우리는 다음날 늦게까지 푹 잤다. 일정에 쫓기며 바쁘게 여행하고 싶지 않았기에 느긋하게 숙소에서 퇴실했다. 한가롭게 국제시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전날 부평깡통시장을 지나며 알게 된 부평 양곱창골목으로 향했다.

부평 양곱창 : 돌판양념 大

골목을 지날 때 너무나 매력적이었던 양곱창 익는 냄새를 잊을 수 없었던 우리는 양곱창으로 식사를 하기로 결정하고 식당으로 입장하였다.

부평 양곱창의 돌판양념은 처음에 이런 모습이다

양곱창 돌판 양념은 익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다. 판 자체가 두꺼운 돌판이다 보니 돌판이 달궈질 때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한 번 끓기 시작하니 내용물이 순식간에 익어버렸다. 스스로 자작하게 뿜어낸 국물 안에서 양곱창은 맛있게 익어가고 있었다.

부평 양곱창 : 돌판양념 大

양, 대창, 염통이 야채와 어우러진 맛은 일품이었다. 양곱창의 양념은 재료의 본래 맛과 어쩌면 그렇게 잘 어울리는지~ 젓가락을 놓을 수가 없었다.

양곱창 돌판양념 속 대창

대창은 아이러니하게도 담백했다. 엄청난 기름을 머금고 있어야 할 대창이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가지고 있었다. 양곱창 돌판 양념이 끓으면서 국물로 대창의 기름기가 많이 빠진 것 같았다. 그 덕에 대창을 담백하면서도 고소하게 즐길 수 있었다.



맛있게 양곱창을 먹고, 우리는 광안리로 향했다. 그곳의 아쿠아펠리스 호텔을 당일의 숙소로 잡았기 때문이었다. 광안대교가 눈 앞에 펼쳐진 탁 트인 바다 전경을 바라보며 잠들고 싶었던 우리의 바람대로 호텔은 아름다운 오션뷰를 선사했다.

부산 광안리 아쿠아펠리스 호텔에서 바라 본 광안대교(2017.07.09)

해가 저물고 어둠이 스미는 광안리의 저녁은 이뻤다. 광안대교가 내뿜는 빛의 퍼포먼스는 공연자가 없는 예술공연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창밖을 한참을 바라보다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우리는 숙소를 나섰다. 점심때 양곱창을 너무 맛있게 먹어서 오후 9시가 넘어서야 식사를 하러 나온 것이었다.

일요일 21시 이후 광안리의 밤 풍경

일요일 밤이었지만 광안리의 밤은 밝았다. 곳곳에 즐비한 카페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우리는 역동적인 밤거리의 풍경을 구경하며 저녁식사를 할 식당을 찾았다. 광안리에서는 회를 먹고자 했는데 유명하다는 횟집에 가서 일반적인 회를 먹고 싶지는 않았다.

신라횟집 : 도다리 세꼬시 大

많은 수의 횟집이 한 건물에 모여있는 민락회센터 근처의 한 횟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도다리 세꼬시를 大자로 주문했다. 가장 큰 걸로 주문했더니 도다리 세꼬시가 한가득이었다.

신라횟집 : 도다리 세꼬시 大

깻잎에 도다리 세꼬시를 한 젓가락 가득 집어 올리고, 쌈된장과 통마늘을 같이 넣어 한쌈 싸서 먹으니 그 맛이 꿀맛이었다. 된장의 구수한 맛이 더해져 세꼬시가 더욱 고소했다. 大자로 주문한 세꼬시인지라 먹어도 먹어도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았다. 회로 배를 꽉 채우고 나니 접시의 바닥이 보였다. 그리고 주문한 매운탕 국물은 칼칼한 게 정말 시원했다. 고춧가루 이외에 특별한 양념도 안 한 것 같은데 내공이 담긴 국물 맛이었다.




광안리에서의 멋진 밤을 보내고 우리는 서면으로 갔다. 우리가 부산 최대의 번화가 서면으로 간 이유는 돼지국밥을 먹기 위해서였다.

서면 먹자골목 초입에 있는 송정국밥의 돼지국밥

한국전쟁 때 피난민들에 의해 생겼다는 돼지국밥은 진정한 서민음식이었다. 국밥 한 그릇을 가득 채운 고기와 밥은 그 시절, 피난민들의 설움을 달래주듯 풍성했다.

송정국밥 : 돼지국밥

식당이 영업한 세월만큼 오래된 낡은 탁자에 앉아 끈끈하게 느껴지는 묵은 돼지기름 냄새를 맡으며, 국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비싼 고기는 아니지만 국밥 안에 가득한 고기는 주린 배를 채우기에 충분했다. 숟가락에 담겨 부드럽게 넘어가는 국밥 국물은 돼지국밥임에도 시원함을 머금고 있었다.


국밥을 다 먹고 밖으로 나오니 비가 제법 쏟아졌다. 부랴부랴 원래 가고자 했던 카페를 찾아갔으나 폐업을 했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눈 앞에 보인 카페, 달콤한 와플 메뉴가 한가득인 카페였다.

메가커피 서면점 내부의 한쪽 벽에 "너는 마시는 모습이 제일 이뻐"라고 적혀 있다(2017.07.10)

달달한 게 먹고 싶었던 터라 와플 메뉴가 가득한 카페가 반가웠다. 카페의 내부는 좁았고, 테이블과 의자도 별로 없는 카페였다. 테이크 아웃을 전문으로 하는 카페임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밖은 비가 많이 왔고, 우리는 카페의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메가커피 서면점

커피와 함께 오레오 와플과 사과잼 와플을 주문했다. 이 집의 와플은 가격이 착하면서도 푸짐했다. 와플 빵이 두껍고 큼직했는데 씹으면 꼭 스펀지처럼 푹신푹신했다.

메가커피 서면점

와플은 빵과 크림 그리고 선택한 토핑이 조화되어 환상적인 맛을 선사했다.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게 정말 매력적이었다. 돼지국밥을 먹은 후라서 배가 어느 정도 부른 상태였는데도 맛있게 먹었다. 비가 많이 내렸고, 몇 시간 후면 다시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 우리가 우울할 틈도 안 생기게 와플은 달콤함과 고소함으로 우리를 넉다운시켜버렸다.


한참을 카페에서 있다가 서울로 올라가는 KTX를 타기 전에 우리는 부산역 근처의 한 식당으로 향했다. 밀면을 먹기 위해서였다.

초량밀면 : 물밀면

물밀면과 비빔밀면을 각각 작은 걸로 주문했다. 이전에 먹었던 음식들이 아직 소화가 덜 되었는지 많은 양을 먹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초량밀면 : 비빔밀면

물밀면의 국물은 한약재 맛이 약하게 났다. 국수를 먹는 것인데 꼭 보양식을 먹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비빔밀면은 비빔냉면이나 비빔국수 하고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비슷한 것 같지만 분명 밀면만의 특색이 있었다. 가만히 밀면을 음미하며 그 차이를 느껴보려고 하였다. 그리고 얻어낸 결론은 면에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씹히는 질감에서 밀면은 분명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있었다.




2박 3일간의 부산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향하는 KTX에 우리는 몸을 실었다. 연애할 때부터 일본인인 아내는 나와 부산을 같이 여행하고 싶다고 했는데 결혼을 하고 나서야 우리 커플은 부산에 왔다. 그런 아내의 기다림을 위로하듯이 부산은 맛있는 음식과 넉넉한 인심으로 우리에게 행복을 선사했다.


우리는 너에게 풍덩 빠져버렸어. 고맙다. 부산아!


[참된 깨달음 : 여행 후기] 부산에 빠지다 - 2017년, 부산에서의 식도락 2박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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