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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어떻게 해야 하는가?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고민, 걱정, 후회 …,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몰려오는 이런저런 잡념에 몰두하는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의도하는 생각이 쌓이면 쌓일수록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에 기술된 누군가에 의해 정리된 진리를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직접 보고, 연구하여 궁극의 진리를 스스로 획득할 수 있는 생각의 방법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언을 남긴 데카르트는 그의 일생 전체로 진리를 획득하기 위해 부단히 애쓴 사람이다. 그리고 그가 쓴 『방법서설』에는 진리에 도달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했던 그만의 생각 체계가 담겨있다. 지금까지 자신이 배워오고 체득한 사상과 지식을 모두 의심하고 비판하는 '회의'라는 작업을 실행하고, 세상을 직접적으로 연구하여 의심의 여지가 없는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 그만의 체계적인 생각 방법이 담겨있다.


여기서는 『방법서설』의 핵심 내용을 적어본다. 철학서인 만큼 그 내용이 다소 딱딱하고 어렵게 다가올 수 있으나 필자가 적은 내용을 쭉 정독하면 진리에 이르기 위해 데카르트가 한 생각의 방법에 대해서 전체적인 윤곽을 잡을 수 있다.   




"나는 이 서설에 있어 내가 취해 온 길이 어떠한 것인지를 제시하고, 지금까지의 나의 생활을 한 장의 그림으로 묘사해 각자가 그것에 관해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하며, 세상의 소문으로부터 그것에 관한 사람들의 의견을 알고 자기를 교육하기 위한 하나의 새로운 수단으로써 그것을 지금까지 늘 사용해 온 것에 덧붙이고 싶은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여러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일에, 또한 고전을 읽는 일에 - 그것이 말하는 역사나 우화에 - 충분한 시간을 소비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전(前) 시대의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은 여행을 하는 것과도 같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여행하여) 갖가지 다른 국민의 습속(習俗)을 어느 정도 아는 일은, 우리들의 방식과 반대되는 일은 모두 우스꽝스럽고 이성에 어긋나 있다는 등의 생각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유익하다. 그렇지만 여행에 시간을 너무 소비해 버리면 결국 자기 나라에서는 타국인처럼 되어버린다."


"이러한 까닭으로 나는 성년이 되어 선생들로부터 해방되자마자 학문 연구를 모두 버렸던 것이다. 그리하여 나 자신 속에서 발견될 수 있는 학문, 혹은 또 세상이라는 크나큰 책 속에서 발견될 수 있는 학문 말고는 어떠한 학문도 구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왜냐하면 각자가 자기에게 있어서는 중요하고, 판단을 그르치면 바로 그 결과에 따라 대가(代價)를 치를 수밖에 없는 사항에 관한 추리 속에서는, 학자가 서재에서 단순한 이론에 관한 추리보다도 훨씬 많은 진리를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학자가 구하는 단순한 이론은 아무런 성과도 낳지 않는 것으로서, 그것이 상식에서 동떨어져 있으면 있을수록 그것을 진실인 양 꾸며 보이기 위해 그만큼 많은 재치와 기교를 부려야만 하므로, 그곳으로부터 학자가 끄집어내는 허영심의 만족도 또한 그만큼 크다고 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이익도 그에게 가져다주지 않는 것이다. 이리하여 나는 나의 행동에 있어 명확히 보고, 확신을 갖고서 이 세상을 살아 나가기 위해 진실을 거짓으로부터 분리시키는 법을 배우고 싶다는 극도의 열의를 항상 가졌었다."


"나의 계획은 나 자신의 생각을 개혁하고자 힘쓰고, 전적으로 나만의 것이기도 한 토지 위에 집을 세우려고 하는 일 이상으로 퍼진 일은 결코 없다."


"나는 이미 학창 시절에, 아무리 기묘하여 믿기 어려운 일이라도 철학자 중에 누군가가 이미 말하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또 그 뒤 여행을 떠나서 우리들의 생각과는 전혀 상반되는 생각을 갖는 사람들도 그렇다고 해서 모두 야만적이고 상스러운 것은 아니며, 그런 사람들의 대부분은 우리들과 똑같을 만큼, 혹은 우리들 이상으로 이성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우리들에게 확신을 주고 있는 것은 확실한 인식이기보다도 오히려 그보다 훨씬 많은 습관이고 선례라는 것, 더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 진리에 관해서는 그런 것의 발견자나 한 국민 전체라기보다도 단 한 사람이라는 편이 훨씬 진실로 생각되기 마련이므로, 그와 같은 진리에 있어서는 찬성자의 수가 많은 것은 결코 유효한 증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나는 다른 것을 제쳐 두고 이 사람의 의견이야말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선택할 수가 없었으므로, 스스로 자기를 이끌 수밖에 없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일로서 나는 이런 세 가지 학문의 장점을 겸하면서 그 결함을 모면하고 있는 무엇인가 다른 방법을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이를테면 법률이 많은 것은 곧잘 악행에 구실을 주는 결과를 낳고, 약간의 법률밖에 갖고 있지 않은 나라가 그것을 아주 엄격히 지키고 있는 경우에는 훨씬 잘 다스려지게 마련이므로, 나는 논리학을 구성하는 저 다수의 규칙 대신 단 한 번이라도 그것으로부터 벗어나지 않겠다는 부동(不動)의 굳은 결심을 하기만 하면, 다음에서 말하는 네 가지의 규칙만으로 충분하다고 믿었다."


"첫째, 내가 명증적으로 '진실'이라고 인정한 것 이외에는 어떠한 것이라도 진실로서 받아들이지 않는다. 바꾸어 말하면 주의 깊게 속단과 편견을 피하여 내가 그것을 의심하는 어떠한 이유도 갖지 않을 만큼 명백하게 나의 정신에 나타나는 것 이외에는 결코 나의 판단 속에 받아들이지 않는다.

둘째, 내가 음미하는 문제 하나하나를 되도록 많은, 그것도 그 문제를 가장 잘 풀기 위해 필요한 만큼의 적은 부분으로 나눈다.

셋째, 나의 사상의 순서에 따라 이끈다. 가장 단순하고 가장 인식하기 쉬운 것부터 시작하여 조금씩, 말하자면 계단을 밟아 가장 복잡한 것의 인식에까지 올라가고, 또한 자연 그대로는 앞뒤의 순서를 갖지 않는 것조차도 순서를 상정(想定) 해 나간다.

마지막으로, 어떠한 것도 빠뜨리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완전한 매거(枚擧)와 전체에 걸친 통람(通覽)을 온갖 경우에 행한다."


"그리하여 이것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며 더구나 그것에 있어서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속단과 편견이기 때문에, 당시 23세였던 나는 가장 성숙한 연령에 이른 다음이 아니면 그러한 것의 결말을 짓겠다는 의도를 가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또 나의 정신으로부터 그때까지 받아들여졌던 온갖 잘못된 견해를 뿌리째 제거하는 한편 많은 경험을 모아 나중에 나의 추리의 재료가 되도록 하고, 또한 내가 스스로 과(課)한 방법을 더욱더 단단히 몸에 지니기 위해 그것을 계속 사용함으로써 미리 많은 시간을 준비 과정에 소비한 다음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성이 내 판단에 대해 미결정으로 있으라고 명하는 동안에도 나의 행동이 미결정의 상태에 머무르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 그리하여 그때부터 역시 되도록 행복하게 살기 위해, 나는 잠정적으로 자기를 위해 어떤 도덕의 규칙을 정했다. 그것은 서너 가지의 원칙들로 이루어져 있을 뿐이지만, 그것들을 독자에게도 전해 두고 싶다."


"제 1의 원칙은 내 나라의 법률과 습관에 복종하고, 신의 은총에 의해 어려서부터 교육받아 온 종교를 굳건히 지킨다."


"나의 제2의 원칙은, 나의 행동에 되도록 확고하고 단호한 태도를 취하는 일이고, 아무리 의심스러운 의견이라도 일단 그것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을 경우에는 그것이 극히 확실한 경우처럼 한결같은 태도로 믿고 따르는 일이다."


"나의 제3의 원칙은 항상 운명에 승리하기보다는 오히려 자기에게 승리하도록 힘쓰고, 세계의 질서보다는 오히려 자기의 욕망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온갖 사물을 이런 각도에서 보는 일에 익숙해지기 위해선 오랫동안의 훈련과 사색이 필요함을 나도 인정한다. 그리하여 나는, 옛날 철학자들이 운명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고통이나 빈곤에도 불구하고 신들과 그 행복을 겨룰 수가 있었던 이유도 주로 여기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연에 의해 그들에게 부과된 많은 제한을 쉴 새 없이 고찰하면서 결국 자신들이 지배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사상밖에 없다는 것을 확신하기에 이르렀고, 오로지 이 일에 의해서만 다른 사물에 대한 온갖 집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전 생애를 나 자신의 이성의 개발에 사용하고, 스스로 부과한 방법에 의해 진리를 인식할 수 있는 한 전진하는 일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이 방법을 쓰기 시작한 이래 항상 이로 인해 더없는 만족을 느껴왔으며, 이 세상에서 이것 이상으로 유쾌하고 또한 죄 없는 만족을 가질 수는 없으리라 생각되었을 정도였다."


"모든 것은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도 필연적으로 무언인가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을. 그리하여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Je Pense, Done je suis).'라고 하는 이 진리가 회의론자의 터무니없는 상정에 의해서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견고하고 확실한 것이라는 점을 나는 인정했다. 나는 이 진리를 내가 구하고 있었던 철학의 제 1 원리로 받아들이기로 판단했다."


"우리들의 행동을 흉내 내는 듯한 기계가 있다 하여도, 그것은 결코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기 위한 확실한 두 가지의 수단을 우리들은 가지게 될 것이다.

첫 번째는, 우리들이 타인에게 자기의 생각을 전달하는 데 말을 사용하거나, 또는 다른 기호를 조립하여 사용하는 일을 그러한 기계들은 결코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두 번째 수단은, 그러한 기계는 많은 것을 우리들처럼, 때로는 우리들보다 훨씬 더 능숙하게 할 수 있을 테지만, 결코 할 수 없는 일도 있을 것이다. 이런 점으로 보아 그 기계는 인식에 의해 행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기관의 배치에 의해 행동하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이 폭로되는 것이다."


"그 증거로, 까치나 앵무새는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말을 할 수는 있지만, 우리들과 같은 식으로 이야기하지는 못한다. 즉 자신이 입에 담는 것이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것임을 명백히 제시하면서 이야기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일반적 원리가 나에게 가르치는 바에 의하면, 인생에서 극히 유익한 온갖 인식에 이르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이었고, 학원에서 가르쳐지는 이론적 철학 대신 하나의 실제적 철학을 찾아낼 수 있으며, 이것에 의해 우리들은 불이나 물이나 바람이나 별이나 천공이나 그밖에 우리들을 둘러싸는 모든 물체가 갖는 힘과 그 활동을 장인(匠人)들처럼 명백하게 알아, 그러한 것을 장인의 기능을 사용할 경우와 마찬가지로 저마다에게 알맞은 용도에 충당할 수가 있고, 이리하여 우리들 자신을 자연의 주인 또는 소유자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이와 같이 필요한 학문을 탐구하는 데 전 생애를 바치리라 마음먹고, 단명(短命)이나 실험의 부족에 의해 방해받지만 않는다면, 틀림없이 그 학문의 발견으로 인도해 준다고 생각되는 하나의 길을 찾아낼 수가 있었는데, 이 단명과 실험의 부족이라는 두 가지 장해에 대한 대책으로서는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즉 내가 찾아낸 것은 그것이 아무리 적을지라도 모두 있는 그대로 세상에 전함으로써 유능한 사람들을 나보다도 더욱 앞으로 나아가도록 촉진하고, 그들이 각자의 기호와 능력에 따라 필요한 실험에 협력하도록 하는 한편, 그들도 또한 자기 자신이 배워 온 바를 모두 세상에 전하도록 촉진하는 일이었다. 이렇게 하면 뒷사람은 앞사람이 이루어 놓은 곳에서부터 시작하게 되고, 이렇듯 많은 사람의 생애와 노력을 합치는 것에 의해 우리들은 모두 함께 각자가 혼자서 도달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멀리까지 나아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무튼 계속해서 나는 그때까지 나의 감각에 나타났던 온갖 대상을 또다시 찾아냈지만 이미 찾아낸 원리에 의해 쉽게 설명하지 못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을 서슴없이 말하는 바이다. 즉 자연의 힘은 참으로 풍부하고 광대한 반면 저 원리는 매우 단순하고 일반적이기 때문에 내가 찾아낸 거의 모든 특수한 결과에 관해서는, 처음에는 그것들이 원리로부터 많은 다른 방식으로 연역될 수 있음을 알았고, 따라서 나의 최대의 곤란은 통상 이런 많은 방식 중의 어느 것에 있어 그 특수한 결과가 원리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내 사상의 전달로부터 사람들이 받게 될 이익을 생각해 보면, 이것 역시 그다지 크지는 않다. 왜냐하면 나는 내 사상을 아직 널리 펼치지는 못했으므로, 그것을 실용(實用)에 제공함에 앞서 많은 것을 덧붙이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자만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가능한 누군가가 있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일 것이다. 세상엔 내 정신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얼마든지 뛰어난 정신의 소유자들이 있다는 것을 나는 부정하지 않는다. 어떤 일을 배울 경우, 스스로 발견하는 것만큼 그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내 것으로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지금 우리들이 문제 삼고 있는 사항에 관해서는 참으로 그대로인 것이다."




도서정보 : 방법서설(성찰 ‧ 세계론) - 진리에 도달하기 위한 철학자의 학문 연구 방법 : R, 데카르트 지음/권오석 옮김/홍신문화사/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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