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
7박 8일의 처갓집 방문 중 우리는 히로시마로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일본을 방문한 사위를 위해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준비한 또 다른 이벤트였습니다. 카가와현에서 오카야마현까지 세토내해를 가로지르는 세토오하시(세토대교)를 건너는 것을 시작으로 고속도로를 자동차로 3시간을 달려 히로시마에 도착하였습니다.
히로시마는 대단히 큰 도시였습니다. 지하철이 없는 대신 전차가 자동차들과 함께 도로를 달렸습니다. 시내의 곳곳에는 사람들로 넘쳐났고, 활기가 넘치는 도시였습니다.
다가올 2018년 새해를 잘 맞이하기 위한 가도마츠가 상점가 곳곳에서 보였습니다. 가도마츠는 일본에서 새해에 문 앞에 세우는 대나무와 소나무 장식으로 새해의 복을 기원하는 의미로 설치합니다. 대나무를 자른 단면은 웃는 모습을 상징하고 있어 집안에 웃는 일만 가득하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히로시마에 도착한 우리 가족은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오코노미무라로 향했습니다. 오코노미무라는 오코노미야끼를 전문적으로 파는 가게가 모여있는 건물로 히로시마 스타일의 오코노미야끼를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히로시마 오코노미야끼의 특징은 반죽에 야채 등의 고명을 섞지 않고, 반죽 위에 야채나 기타 고명을 올리고 오코노미야끼를 부쳐낸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다른 지역과 달리 오코노미야끼에 면이 들어갑니다. 이 면이 들어감으로써 한 끼 식사로 충분한 일품요리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히로시마 스타일의 기본 오코노미야끼뿐만 아니라 굴이 포함된 오코노미야끼도 주문했습니다. 기본 오코노미야끼도 담백하니 맛이 있었지만 싱싱한 굴이 포함된 오코노미야끼도 별미였습니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차를 시내의 유료 주차장에 세워두고, 전차를 타고 이츠쿠시마 신사로 향했습니다. 히로시마 시내에서 이츠쿠시마 신사를 왕복할 수 있는 승차권을 구매해서 전차에 올랐습니다. 이츠쿠시마 신사를 가기 위해서는 전차와 배를 타야 했는데 구매한 승차권은 이 모든 것을 승차권 하나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2017년 12월 30일, 연말이고 주말이다 보니 많은 인파가 이츠쿠시마 신사를 찾았습니다. 그곳을 향하는 사람도, 또 그곳을 벗어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도심을 벗어나 바닷바람을 맞으니 기분이 은은하게 좋아졌습니다. 햇볕이 수놓아진 바다를 바라볼 수 있어서 행복했고, 지금 이 순간, 일본의 가족들과 이곳을 여행할 수 있음에 행복했습니다.
약 5분 정도 배를 타니 이츠쿠시마 신사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바다 위의 사당의 모습은 자연의 일부처럼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이츠쿠시마 섬에는 사슴들이 이곳저곳에서 돌아다녔습니다. 관광객이 두렵지 않은지 그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여유를 즐기거나 사람들 곁을 맴돌았습니다.
썰물일 때라 바다 위의 사당이 벌거벗은 채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저곳에 바닷물이 들어오면 어떤 장관이 펼쳐질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인간의 창조물이 내뿜는 아름다움을 완전히 느끼지 못해 못내 아쉬웠습니다.
신사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성인 한 사람당 300엔짜리 입장권을 구입해야 했습니다. 연말이고, 주말이었던 이날은 많은 인파가 줄을 서서 입장권을 구입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신사에 입장하기 전에 우리는 초우즈야에서 손과 입을 씻었습니다. 초우즈야는 신사나 절의 참배자가 손이나 입을 씻기 위해 물을 받아두는 건물로 테미즈야라고도 합니다.
초우즈야에서의 씻는 활동은 신사에 입장하기 전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손과 입을 씻는 정도의 행동이지만 신사 참배의 경건함을 마음에 인식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이츠쿠시마 신사는 1996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그 위엄을 자랑하듯 신사의 입장로에는 '세계문화유산'과 '국보 이츠쿠시마 신사' 현판을 대문짝만 하게 제작하여 붙여놓았습니다.
신사에서는 액운을 떨쳐낸다는 의미로 특이한 모양의 깃발을 흔들었고, 사이센바코에 동전을 던지며, 새해에 대한 소망을 빌었습니다. 나는 이때에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면서도 2018년, 아내의 바람이 다 이루어지기를 기원했습니다.
이츠쿠시마 신사 참배 이후, 이곳의 명소인 메인 포토존에서 가족들과 사진을 찍었습니다. 일본의 가족들과 여행 와서 찍은 첫 번째 사진이었습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선 행렬이 길었지만 가족 전체 사진을 남기기 위해 기다렸습니다. 도란도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우리가 사진을 찍을 시간이 되었고, 뒤에 줄을 선 다른 일행들이 우리의 사진을 찍어주어서 원하던 가족사진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사진 촬영을 하고 신사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습니다. 신사 안의 마을도 둘러보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모습을 만끽하였습니다.
이츠쿠시마 신사 방문을 마치고, 우리는 히로시마 역으로 이동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오노미치 라멘을 먹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오노미치는 히로시마현 안에 있는 시인데 그곳까지 라멘 한 그릇을 먹기 위해 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히로시마 역에 있는 오노미치 라멘 맛집을 찾아갔습니다. 저녁식사시간, 히로시마 역은 사람들로 붐볐고, 그곳에 있는 음식점들도 손님들로 북적였습니다.
오노미치 라멘은 돼지 등의 기름으로 만든 라멘으로 국물이 진합니다. 간장 베이스 국물에는 돼지비계가 둥둥 떠 있는데 이것이 깊은 맛을 내준다고 합니다. 나는 차슈라멘과 교자를 주문해서 먹었습니다. 기름진 맛이 느껴졌지만 많이 느끼하지는 않았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3시간을 달려 히로시마에서 카가와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와서는 이츠쿠시마 신사에서 사온 모미지 만주와 이로하 모미지 과자를 맛보았습니다. 달달한 팥앙금은 여행의 피로도 잊게 하는 기분 좋은 맛이었습니다.
[일본 여행] 히로시마의 맛과 풍경(당일치기 가족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