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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설날 음식과 대표 가정식

[일본 문화] 일본 설날 음식, 스키야키, 어묵탕

일본의 설날인 1월 1일을 전후로 7박 8일간 처갓집에 다녀왔습니다. 결혼 이후 명절에 처음으로 방문한 사위를 위해 장인어른과 장모님께서는 일본의 명절 문화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셨습니다. 그중에서도 소박하지만 뜻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일본의 설날 음식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여기서는 일본의 설날 음식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그 의미를 생각해볼 것입니다. 아울러 처갓집 방문 기간 동안 사위를 위해 정성껏 준비해주신 장모님의 대표 요리를 소개하며 일본의 가정식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일본식 떡국


 

설날에 먹는 일본식 떡국은 한국의 떡국 하고는 차이가 있습니다. 일품 음식으로 손색없는 한국의 떡국에 비해서 일본식 떡국은 메인 요리를 보조하는 듯한 가벼운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식 떡국은 지방에 따라 나름의 특색을 가지고 있는데 처갓집이 있는 가가와현에서는 조금 단 맛이 나는 흰색 된장(白味噌)으로 국물을 내고, 그 안에는 팥이 들어간 동그란 찹쌀떡(あんもち)을 넣고 떡국(あんもち雑煮)을 만들어 먹습니다.


아울러 떡 외에 무와 당근, 두부 등을 같이 넣는데 처갓집에서는 가가와의 특산물인 ‘킨토키 당근(金時人参)’이라는 단 맛이 강한 진한 빨간색의 당근을 사용합니다.



2. 설음식 (おせち料理)


일본에서는 설날만큼은 집안의 여자들이 집안일을 하지 않고, 푹 쉴 수 있도록 12월 31일에 설 동안 먹을 음식을 미리 만들어놓는 것이 전통입니다. 그리고 이때는 평소에 잘 먹지 못하는 값 비싼 재료와 경사스러운 의미를 가진 재료들을 풍성하게 사용해서 음식을 만든다고 합니다.

* 달걀말이와 비슷한 ‘다테마키(伊達巻き)’ 라는 음식은 살아가면서 지식을 쌓아갈 수 있도록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만들기가 불편하여 달걀말이로 대신함.


① 달걀말이 (卵焼き)

② 연근 초절임 (れんこんの酢漬け)

③ 다시마 말이 (昆布巻き)

④ 햄 (ハム)

⑤ 검은콩 간장조림 (しょうゆ豆)

⑥ 오징어 숙회 청어알 무침 (イカと数の子の和え物)

⑦ 염장 다시마 청어알 무침 (塩昆布と数の子の和え物)


다시마는 일본어로 ‘코부’라고 합니다. 이 코부라는 소리가 들어간 일본어 중에 ‘요로코부’가 있는데 요로코부의 기쁘다는 뜻을 연결시켜 다시마 말이는 좋은 일이 가득한 한 해를 보낼 수 있도록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음식입니다.  


또한, 검은콩 간장조림은 사악한 기운을 쫓아내고 오래 살 수 있도록 기원하는 음식인데 여기에 사용된 검은콩은 가가와현 소두섬 (小豆島/쇼도시마) 지역의 특산물을 사용합니다. 청어알 (数の子/카즈노코)은 자손의 번영을 비는 뜻에서 설날에 일본 국민들이 많이 먹는 음식이며, 연근은 구멍이 많이 뚫려 있는 식재료로써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가질 수 있도록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⑧ 가라아게 (からあげ)

⑨ 방어 데리야끼 (ぶりの照り焼き)

⑩ 홍백 어묵 (紅白かまぼこ)

⑪ 구멍 뚫린 어묵 (ちくわ/치쿠와)


방어는 대표적인 출세어(出世魚/성장하면서 이름이 바뀌는 생선)이며, 이것을 먹음으로 하여 출세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에서 홍백(紅白) 색은 경사스러움을 표현하는 색깔인데 ‘홍색’은 ‘액막이’, ‘백색’은 ‘청정’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아울러 홍백 어묵의 모양인 반달 모양은 일출의 모습과 비슷해서 새로운 출발을 기원하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치쿠와도 연근처럼 구멍이 많이 뚫린 식재료로써 연근과 같은 의미로 먹습니다.



⑫ 쿠와이 (くわい)

⑬ 새우 소금구이 (海老の塩焼き)

⑭ 국화 무 (菊花かぶ)

⑮ 멸치볶음 (田作り)

⑯ 치쿠젠니 (筑前煮)


쿠와이는 ‘움(芽)’이 있어 인생에서 움이 틈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출세를 기원하는 의미로 먹습니다. 새우는 모양이 허리가 구부러진 노인을 상상하게 만드는데 허리가 구부러질 때까지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기를 기원하는 의미로 먹는 음식입니다.


겨울이 철인 무(かぶ/카부, 일반 '무'와는 다름)를 국화 모양으로 다듬으면 경사스러움을 담은 음식이 됩니다. 아울러 치쿠젠니에는 근채(뿌리 있는 채소)가 사용되므로 자손 번영과 오랫동안의 행복 그리고 뿌리를 단단하게 내린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기원하는 의미로 먹습니다.


일본에서는 설음식을 담는 용기를 ‘찬합 (お重/오주우)’이라고 합니다. 정식적으로는 첫 번째 단에 술안주가 될만한 음식을 담고, 두 번째 단에는 단 맛이 나는 음식, 세 번째 단에는 구이(생선류) 음식, 네 번째 단에는 조린 음식, 다섯 번째 단에는 행복이 들어오게끔 비워놓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형식은 획일적으로 통일된 것이 아니라 각 지역과 가정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일본에서 새해 음식을 먹을 때 사용하는 젓가락


일본에서 새해 음식을 먹을 때는 평소에 사용하던 젓가락이 아닌 조금은 다른 형태의 젓가락을 사용합니다. 한쪽만 가늘어지는 젓가락이 아닌 양쪽이 모두 가늘어지는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신인공식(神人公食)’이라고 해서 젓가락의 한쪽은 사람이 사용하고, 다른 한쪽은 신이 사용함을 가리킵니다.


예부터 일본에서 설음식(おせち料理)은 신에게 공물로 드린 다음에 사람이 먹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신에게 한 해의 은혜를 받는다는 의미로 ‘신인공식(神人公食)’을 가리키는 ‘이와이바시(祝い箸)’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3. 스키야끼 (すき焼き)



처갓집에서는 연말에 스키야키를 즐겨 먹습니다. 좋은 식재료로 만든 스키야키를 먹고 한 해의 마무리를 잘 한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 아내는 가끔씩 집에서 먹던 스키야키 생각이 난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일본의 가족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푸짐하게 차려진 스키야키를 맛있게 먹어보니 아내가 그리워했던 집에서 만든 스키야키의 향수를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일본에서는 매년 12월 31일에 메밀국수를 먹으며, 한 해를 건강하게 보냈음을 축하하고, 새해에도 건강하게 살아갈 것을 다짐합니다. 그러나 우동이 유명한 가가와에서는 메밀국수 대신에 주로 우동을 한 해의 마지막 날에 먹습니다. 스키야키의 건더기를 다 먹고 나면 남는 국물은 바로 이 우동을 끓여 먹기에 딱 좋은 국물이라서 처갓집에서는 매년 말일에 스키야키를 주로 먹는다고 합니다.   


① 대파

② 팽이버섯

③ 곤약

④ 실 곤약

⑤ 소고기 (차돌박이)

⑥ 배추



4. 일본식 어묵탕 (おでん)



일본식 어묵탕은 장모님께서 사위를 위해 만들어 주신 일본다운 음식입니다. 예전 장모님께서 한국에 오셨을 때 나중에 처갓집에 방문하게 되면 일본스러운 음식을 많이 만들어주시겠다고 했는데 어묵탕도 그중에 하나입니다.


장인어른과 장모님 그리고 아내와 함께 모여 앉아 어묵탕을 먹는 재미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장인어른께서는 어묵탕 안의 식재료를 하나하나 설명해주셨는데 그 설명을 들으며 먹는 어묵탕은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어묵탕의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것처럼 우리 가족에게도 온정이 넘쳐났습니다.   


① 곤약

② 무

③ 텐푸라 어묵

④ 우엉 어묵

⑤ 야채 어묵

⑥ 카마보코 어묵 / かまぼこ : 흰 살 생선을 잘게 갈아 밀가루를 넣고 뭉친 어묵

⑦ 소 힘줄 (牛スジ)

⑧ 떡 유부 (もち巾着)

⑨ 치쿠와부 어묵 / ちくわぶ : 밀가루 반죽을 삶은 어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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