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시코쿠에서 느끼는 오키나와 요리

[일본 문화] 일본의 제주도 오키나와 요리 탐방

이번에 처가댁을 방문했을 때도 일본의 가족들은 한국에서 온 사위를 위해 일본 문화와 음식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처가댁이 위치한 가가와현에서 맛보는 오키나와 요리였습니다.


일본 열도는 크게 홋카이도, 혼슈, 시코쿠, 규수라는 4개의 큰 섬과 오키나와와 같은 여러 부속섬들이 모여서 구성됩니다. 그중 시코쿠섬은 다른 큰섬들에 비해서 크기가 작은 섬으로 도쿠시마현(德島縣), 가가와현(香川縣), 에히메현(愛媛縣), 고치현(高知縣)의 4개 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본 열도의 다른 섬들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시코쿠에서 오키나와는 의도적으로 찾아가지 않으면 경험하기 어려운 곳입니다. 마치 본토의 한국인들이 제주도에 대해서 가지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처갓집 식구들은 한국에서 온 사위가 일본에서의 오키나와에 대한 바로 그 느낌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집 근처에 있는 오키나와 요릿집을 찾았습니다.


오키나와 식당 "티-다캉캉"

   

식당의 입구에서부터 이곳이 오키나와 음식점임을 강력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입구의 양옆에 보이는 시이사아(シーサー, 오키나와[沖縄]에서 액막이로서 지붕 사방에 붙여 놓는 옹기로 된 사자상)가 우리 가족의 입장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가게의 내부는 오키나와 느낌을 물씬 풍기면서도 따뜻한 분위기였습니다. 연말이라 예약된 좌석들이 제법 있었는데 미리 예약한 우리 가족은 가게의 중심부에 있는 비교적 넓은 테이블로 안내되었습니다.           


우리 가족을 환영하는 웰컴보드

 

메뉴에는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음료와 음식들이 즐비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각각 음료 한 잔씩을 주문했고, 먹고 싶은 음식들을 차례로 주문했습니다.



식전 음식으로 "모즈쿠"가 나왔습니다. 모즈쿠는 해초인데 오키나와뿐만이 아니라 일본 전역에서 먹는 음식입니다.           

  

모즈쿠

             

오키나와의 현청이 있는 나하는 일 년 내내 22℃ 정도의 평균기온을 유지하는 지역으로 아열대 기후에 속합니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서는 아열대 기후에서 볼 수 있는 식재료들이 풍부하고, 그것을 재료로 한 독특한 음식들이 즐비합니다.           


시콰사 하이볼

 

"시콰사"라는 오키나와에서 나는 열대과일로 만든 '시콰사 하이볼'도 주문해 보았습니다. 시콰사의 맛은 깔라만시와 흡사한 맛이었고, 시콰사 하이볼은 청량감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우미부도(海ぶどう)

                

시콰사에 이어 오키나와에서만 나는 "우미부도(海ぶどう)"를 주문했습니다. '바다의 포도'라고도 하는 이것은 날치알의 덩어리처럼 생겼지만 생선의 알이 아니고 해초입니다.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식감이 독특했습니다.  



그리고 반찬으로 돼지의 귀를 재료로 한 "미미가-"를 주문했는데 쫄깃한 식감의 돼지 귀와 오이의 아삭함이 어우러진 맛이 좋았습니다.      


미미가-

               

"우미부도"와 "미미가-"로 허기졌던 배를 달래주고, 본격적으로 오키나와 요리를 맛보기 시작했습니다.           


고야창푸루

       

"고야창푸루"는 고야와 스팸 햄을 볶은 요리였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오키나와 사람들이 살면서 고야를 많이 먹기 때문에 장수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고야의 씁쓸한 맛에 장수의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았습니다.     

 

후토 모즈쿠 튀김

         

"후토 모즈쿠 튀김"은 굵은 모즈쿠를 재료로 한 덴뿌라입니다. 일본에서도 해초를 튀김으로 먹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오키나와에서는 독특하게도 해초를 덴뿌라의 형태로 요리하고 있었습니다.

 

해치마 튀김

     

"해치마 튀김"도 특이했습니다. 푹신푹신한 식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포크 계란 오니기리

                    

오키나와는 전쟁 후 미국의 지배를 받기도 했고, 일본에 반환된 이후에도 미군이 계속해서 주둔하였습니다. 그 결과, 일본의 다른 지역에 비해 스팸햄과 같은 미국식 햄의 소비가 자연스러운 곳이 오키나와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키나와의 요리에는 이런 햄이 재료가 되고, 일본 고유의 음식 양식이 합쳐져서 오키나와만의 새로운 요리들이 탄생한 것 같았습니다.    

            

"포크 계란 오니기리"는 이러한 오키나와 스타일의 대표적인 요리였습니다. 큼직한 스팸햄이 들어간 주먹밥은 일본의 다른 지역에서는 맛볼 수 없는 오키나와만의 독특한 색채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맛이었습니다.  

    

소-키 소바

          

"소-키 소바"는 오키나와식 우동입니다. 소바라는 단어를 붙였지만 메밀을 재료로 한 국수가 아니라 밀가루를 재료로 한 우동입니다. 우동의 면사리도 좀 특이했는데 마치 한국의 칼국수면 같은 모습이지만 식감은 쫄깃하기보다는 조금 눅진한 느낌이었습니다.



"소키-소바"와 함께 계속해서 오키나와의 요리들을 맛보았습니다. 오키나와에서 자란 돼지인 '아구-부타'를 재료로 한 교자, 멘치 카츠, 소시지를 먹었는데 '아구-부타'만의 독특함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한국에서 '제주 흑돼지'라고 하니깐 그런 줄 알고 먹는 것처럼 '아구-부타'를 재료로 한 오키나와 요리도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아구-부타 교자
아구-멘치 카츠
아구-부타 소시지

 

일본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오키나와를 여행해서 오키나와의 요리를 먹으면 그것이 일본 음식인지 오키나와만의 음식인지 알 수 없지만 오키나와가 아닌 일본에서 오키나와 음식점을 통해 오키나와의 요리를 맛본 사람은 오키나와만의 음식이 일본 음식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구분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일본 가족들과 함께 시코쿠에서 맛본 오키나와 요리는 제가 일본의 음식과 문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해초를 많이 섭취하며, 미군의 영향을 받아 햄의 소비가 자연스러운 오키나와 사람들의 음식 문화를 오키나와에 가지 않고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본의 설날 음식과 대표 가정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