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일본의 설날, 하루의 행보

[일본문화] 일본 떡국, 하츠모-데, 오세치요리, 오미키 등

2018년에 이어 일본에서 맞이하는 2019년 기해년 1월 1일, 우리는 본격적인 설날 일정을 시작하기 전에 떡국으로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조금 단맛이 나는 흰색 된장 국물 속에 동그란 찹쌀떡을 넣은 일본식 떡국으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채비를 서둘렀습니다.


작년에는 아내의 고향, 가가와현에서만 먹는 팥이 들어간 찹쌀떡이 든 떡국을 먹었지만 올해는 팥이 없는 찹쌀떡이 든 떡국으로 새해 첫날의 아침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단맛이 강하게 느껴졌던 작년의 떡국보다 단맛이 저하된 올해의 떡국을 더 맛있게 먹었습니다.   


2019년 새해 첫날, 일본에서 먹은 떡국


아침식사 후, 우리 가족은 야쿠리지(八栗寺)로 가기 위해 바로 승용차에 탑승하였습니다. 일본인들은 새해의 첫날, 지난해를 정리하고 새해의 소망을 기원하기 위해 절이나 신사를 찾는데 처가의 가족들은 집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야쿠리지를 해마다 방문하고 있습니다.    


야쿠리지(八栗寺)는 사업번창과 학업성취, 연애에 영험한 곳으로 알려져 있고, 「야쿠리의 성천」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사찰인데 처가의 가족들은 사업번창의 목적에서 이 사찰을 찾고 있습니다.

 

야쿠리 케이블


산의 윗부분에 위치한 야쿠리지를 가려면 산을 올라야 하는데 야쿠리지로 가는 등산로는 가파르고 거리도 결코 가깝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곳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케이블카를 이용하는데 우리 가족도 이곳에 방문할 때면 여기의 케이블카인 '야쿠리 케이블'을 이용합니다.


'야쿠리 케이블'은 세토 내해 국립공원에 있는 시코쿠 유일의 케이블카로 승차하면 약 4분 만에 야쿠리지로 이동합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케이블카를 타면 뒤편으로 다카마스 시내를 훤히 볼 수 있어서 무척 매력적인 여행이 됩니다.                             


야쿠리지(八栗寺) 본당으로 향하는 길

                              

2019년 새해 첫날의 야쿠리지는 많은 참배객들로 붐볐습니다. 끝이 없어 보이는 줄에 우리 가족도 합류를 했습니다. 그리고 약 30분 정도가 지나니 절의 본당에 우리는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2018년, 조금은 바빴던 한 해를 보냈던 우리 부부는 2019년에는 더 좋은 일들만 우리에게 생기기를 기원하며, *사이센바코(さいせんばこ)에 던지는 동전에 우리의 소망을 담아보았습니다.   


* 사이센바코(さいせんばこ) : (신사나 절의 당 앞에 놓인) 새전함(函)

                           

야쿠리지(八栗寺)에서 아내와 함께

 

야쿠리지를 떠나기 전, 구입한 쿠마데(くまで)를 들고 아내와 함께 포토타임을 가졌습니다. 쿠마데는 낙엽 등을 끌어모으는데 사용하는 갈퀴를 뜻하며, 곰 발바닥같이 생겼다는데서 유래되었습니다. 그리고 쿠마데는 일본에서 금전운과 행운을 끌어모은다는 의미로 사업번창을 빌며, 상점 등에 장식하는 풍습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야쿠리지를 떠나는 이들의 손에는 크고 작은 쿠마데들이 들려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야쿠리지에서의 일정을 끝낸 우리 가족은 오후 일정을 시작하기 전에 점심을 먹었습니다. 설날 당일인지라 문을 닫은 음식점들이 많았지만 식사를 하는 것 자체가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때마침 예전부터 ‘일본에 가면 방문해봐야지!’했던 돈가츠 전문점이 눈에 띄어 그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돈가츠 전문점 ‘가츠조-’

                                     

돈가츠 전문점은 한국에서는 종종 갔지만 일본에서는 방문한 적이 없었습니다. 막상 일본 본토에서는 먹고 싶다는 생각이 잘 드는 메뉴가 아니었던지라 기회가 되면 꼭 한번 방문해봐야지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 생각을 드디어 실행하게 되었습니다.


돈가츠 전문점 ‘가츠조-’

                     

우리가 방문한 돈가츠 전문점 ‘가츠조-’는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돈가츠를 먹을 수 있는 집이었습니다. 잘 정돈된 매장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종류의 가츠정식, 가츠동, 가츠카레 등을 주문할 수 있는 집이었습니다. 저는 가츠정식을 주문해서 맛보았는데 적당한 두께감의 고기와 고소한 튀김옷이 어우러져 깔끔한 맛을 선사했습니다.


점심식사 후에는 외삼촌댁을 방문하였습니다. 아내의 외가 조상께서 모셔진 집안의 불당을 찾아 조상들께 새해 인사를 드렸고, 아내의 외삼촌 내외와 간단한 다과회를 하며 덕담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는 처가댁 근처의 우부시나 신사를 찾았습니다.  


가가와현 우부시나 신사


우부시나 신사에서의 일정은 야쿠리지에서의 일정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이센바코에 동전을 던지며 새해 소망을 빌고, 오미쿠지(おみくじ)를 뽑아 새해의 운세를 점쳐본 후 좋은 일만 생기기를 기원하는 일련의 활동(하츠모-데, はつもうで)은 비슷하였습니다.


설날 하루의 일정을 끝마치고 나니 저녁식사를 해야 할 시간이 다 되고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설날에는 *오세치요리(정월요리)를 먹는데 처가댁에서 이번 설에는 오세치요리를 직접 만들지 않고, 주문을 하였습니다.  


* 오세치요리(おせち料理, 정월요리) : 정월에 먹는 전통음식인 오세치요리는 여러 단의 주바코(찬합)에 새우, 생선, 콩, 금귤, 다시마, 버섯, 죽순, 밤, 연근 등 각종 식재를 요리해 담아 두고 정월 기간 동안 먹는다. 예전부터 여러 날 이어지는 정월 기간 동안 먹어야 하기에 보존이 용이하도록 아주 달게 만들어 먹어왔으므로 처음 먹어보는 사람은 매우 달게 느껴질 수 있다.                        


오세치요리(おせち料理, 정월요리)


주문한 오세치요리는 화려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요리들이 찬합에 담겨 있었는데 종류가 너무 많아 무엇부터 먹어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웠습니다. 작년에 일본 처가댁을 방문했을 때는 장모님께서 사위의 일본 문화 경험을 위해 오세치요리를 직접 만들어 주셨는데 올해는 시중에서 팔고 있는 오세치요리도 사위가 경험할 수 있도록 특별 주문을 하셨습니다. 주문한 오세치요리의 가격은 한국 돈으로 약 30만 원 정도 하였습니다. 비싼 만큼 고급 식재료를 이용한 각종 절임 등이 3단으로 되어 있는 찬합에 빼곡히 담겨 있었습니다.                  


오세치요리 목록

   

오세치요리를 먹으며, 신전(神前)에 올리는 술인 오미키(おみき)도 가족들과 나누어 먹었습니다. 일본에서 오미키를 마신다는 것은 신에게 바친 술을 마심으로써 신의 좋은 기운이 몸 안으로 들어온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그 의미를 새기며, 금박이 포함된 오미키를 마수(枡)에 담아 한 잔씩 마셨습니다.               


오미키(おみき)

 

오세치요리를 반찬 삼아 장모님께서 해주신 도미밥을 먹었습니다. 작년 정월에 먹었던 도미밥의 추억을 다시 느끼고 싶어 하는 사위를 위해 장모님께서는 살이 통통하게 오른 도미 한 마리를 통째로 넣은 맛있는 밥을 지어주셨습니다.                              


도미밥

   

도미밥과 오세치요리로 배가 부르니 행복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행복한 것도 있었지만 처가 가족들의 배려로 일본의 설날 문화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어서 행복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문화를 알아가면서 아내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됨을 느낍니다. 아내에게서 나타나는 생각과 태도의 바탕을 조금씩 알아갈 수 있어서 즐겁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코쿠에서 느끼는 오키나와 요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