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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도시 고베의 야경에 취하다

일본 고베 여행 1박2일 #1 - 고베항 야경


작년 연말, 일본 처가댁을 방문하면서 우리 부부는 장인어른, 장모님과 함께 고베시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재작년 히로시마 여행에 이어 일본의 부모님과 함께 한 두 번째 여행이었습니다. 고베시를 여행하려고 한 이유는 우리 부부가 예전에 오사카 여행을 끝내고, 고속버스를 타고 가가와로 가던 중 경유했던 기억에서 시작합니다.   


오사카를 여행하는 것도 처음, 일본의 고속버스를 탑승하는 것도 처음,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저는 고속버스 바깥으로 보이는 풍경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는데 경유를 위해 잠시 멈추었던 고베시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본이지만 서구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도시였고, 무엇인지는 알 수 없는 이색적인 잔상이 남아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이 도시를 꼭 여행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 고베를 일본의 가족들과 함께 1박 2일로 여행하였습니다. 고베를 여행하고 싶어 하는 사위의 마음을 아내를 통해 알고 계셨던 장인어른은 작년 연말의 가족 여행지를 고베로 잡고, 여행 계획을 세우고 계셨습니다. 제가 해보지 못한 경험을 더 해보고, 느낄 수 있는 배려를 듬뿍 담아서 말이죠.




20181229 점보훼리 탑승장


우리 가족은 가가와에서 고베시로 배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가가와의 다카마쓰항에서 점보훼리에 승용차를 싣고 고베시로 이동을 했는데 빠듯한 여행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새벽부터 다카마쓰항에 도착하여 탑승을 준비하였습니다.  

 

                                                 

오전 5시 30분도 안된 새벽임에도 점보훼리 탑승장 내에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연말이라 일본의 설날을 쇠기 위해 또는 우리처럼 여행을 하기 위해 배를 타려는 사람들이 그들 같았습니다. 일본에서 배를 타고 고향을 가거나 여행을 간다는 것은 비교적 싼 가격에 육로로는 볼 수 없는 경치를 보고, 운전에 의한 피로가 없이 느긋하게 목적지를 향해서 갈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는데 우리 가족도 그러한 배를 타는 여행의 장점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20181229 쇼도시마

                                        

점보훼리는 다카마쓰항에서 고베항까지 약 5시간 정도 소요되었고, 중간에 쇼도시마를 경유하였습니다. 예전 다카마쓰의 고급 료컁에서 가이세키 요리를 먹으면서 쇼도시마에서 나는 올리브를 먹인 소의 고기로 만든 스테이크를 맛본 적이 있는데 부드러운 육질과 고기의 감칠맛이 무척 훌륭하였습니다.



그때의 스테이크의 재료가 된 올리브 소를 사육하는 쇼도시마를 우연하게 방문하니 왠지 반가웠습니다. 나에게 맛있는 행복을 주었던 료캉에서의 스테이크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며, 그때의 행복감이 다시 느껴지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20181229 아카시해협대교

                                               

고베항에 다다를 즈음, 우리 가족이 탄 배는 아카시해협대교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장인어른께서 고베로 가는 이동 수단을 배로 계획하신 이유가 바로 아카시대교 때문이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懸垂橋)인 아카시해협대교를 배로 지나갈 때 만날 수 있는 풍경을 사위가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장인어른은 불편하더라도 승용차를 싣고 배를 타셨던 것이었습니다.



배를 타고 아카시대교를 지나가는 것은 차로 대교를 지나가는 것과는 달랐습니다. 인간의 기술력과 자연이 조화된 경이로운 광경은 차로 대교를 지나가면서는 제대로 느낄 수 없었습니다. 바다에 몸을 두고, 두 눈으로 대교 전체를 담았을 때 비로소 온전히 아카시대교를 가슴에 품을 수 있었습니다.    


20181229 고베항


고베항에 도착해서는 정박한 점보훼리를 뒤로하고, 우리 가족은 서둘러 오사카로 향했습니다. 현지의 사정에 의해 본래 계획했던 일정을 변경할 수밖에 없게 되어 오후 시간에 오사카에 사는 처제의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곳에서 점심도 먹고, 처제의 식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금세 오후가 다 지나갔습니다.       


20181229 고베항

 

저녁을 먹기 전에 다시 고베로 돌아온 우리 가족은 해질녘의 고베항을 둘러보았습니다. 고베를 대표하는 포트타워는 고베항의 멋진 야경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고, 노을 진 바다는 앞으로 펼쳐질 환상적인 고베항의 야경을 예고하듯 아름다웠습니다.


20181229 고베항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고베항의 야경을 두 눈에 담기 위해 하버랜드를 둘러보았습니다. 연말이라 고베항의 멋진 밤풍경을 보러 온 일본인 방문객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특히 고베항 야경의 절정을 볼 수 있는 관람차는 사람들로 더욱 북적였습니다.                     


20181229 고베 하버랜드 관람차

   

관람차에서 바라본 고베항은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다른 곳과는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밤풍경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야경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0181229 고베항

    

낭만적인 고베항의 야경에 한참 동안 취해있다가 우리 가족은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하버랜드의 종합 쇼핑몰 한쪽에 위치한 양식 전문 음식점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규카츠, 큐브스테이크, 고베 돼지 스테이크 등을 주문해서 먹었습니다.                 


20181229 고베 하버랜드 모자이크 "고베부란도테"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자연스럽게 하게 된 송년회는 고베항의 야경만큼이나 낭만적이었습니다. 방문하고 싶었던 고베에서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일본의 가족들과 함께 마무리할 수 있는 현재의 상황이 좋았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모두가 탈 없이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즐겁게 웃으며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20181229 고베 하버랜드 모자이크 "고베부란도테"

 

맛있는 음식과 함께 곁들인 고베에서 생산된 술들은 행복감을 더욱 증폭시켰습니다. 메리켄 맥주와 고베발포매실주는 독특한 향미가 느껴졌는데 함께 먹은 음식의 맛을 해치지는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술이었습니다. 마치 다른 곳에서는 보고 느낄 수 없는 자신만의 개성을 고베가 드러내듯,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술도 그런 맛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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