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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버리기 연습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사회생활의 수많은 상황 속에서 얻어지는 잡념의 잔해 더미에 쌓여 고통스러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직장에 출근해서 오전에 벌어진 직장동료와의 사소한 말다툼을 마음에서 털어내지 못하고, 하루 종일 그 일을 생각하고 있는 경우도 있으며, 직장 상사에게 들은 가벼운 충고를 마음에서 씻어내지 못하고 생각하느라 잠자리에 든 내내 뒤척이기도 한다.       


일본에서 좌선과 명상을 지도하고 상담하고 있는 스님, 코이케 류노스케가 쓴 책 『생각 버리기 연습』은 그런 잡념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마음을 챙기고, 다스릴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한다. 여기서는 그 핵심적인 내용을 적어본다.




제1장. '생각'이라는 병 - 인간은 생각하기 때문에 '무지(無知)'하게 된다     


"우리 마음은 새로운 자극을 얻기 위해 부정적인 방향으로 생각을 몰고 가도록 프로그램화되어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사고병(思考病), 즉 '생각병'이다."


"마찬가지로, 연인과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 가장 좋은 일은 서로 기분 좋게 하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쓸데없는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 가장 적절하고 필요한 일만을 생각하는 것, 쓸데없는 사고와 헛된 사고를 버리는 것, 더 나아가 번뇌를 극복하는 것은 불교의 시작이자 목표이기도 하다."

      

"따라서 자신의 마음 상태를 알기 위해 지금 자신의 마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늘 지켜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쓸데없는 생각을 깨닫는 힘을 불교에서는 '염력(念力)'이라 부른다. 염(念)이란, 알아차리는 능력, 즉 '의식의 센서'이다. 이 센서가 민감하면 민감할수록 아주 작은 변화까지도 알아차릴 수 있다. 변화를 알아차린 뒤에 마음의 작용을 바꾸는 힘을 '정력(定力)'이라고 한다. 이 힘은 곧 '집중력'으로, 의식을 조절해 하나의 장소에 모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마음이 아주 빠른 속도로 흩어져 여기저기로 달려가는 것을 끌어 모아 한 곳으로 가도록 정해주는 것이다. 이 힘을 키우려면, 보통 때에도 '지금 나는 오감 중 어느 것을 사용하고 있을까?'를 항상 자각하고 있어야 한다."

     

"생활 전반을 새로운 눈으로 보며 의식의 센서를 단련시키면, 오감에 입력되는 데이터를 제대로 깨달을 수 있기 때문에, 짜증이나 불안도 사라진다. 그러면 차츰 성격도 개선되어 특별히 강한 자극이 없어도 지금 여기에 있는 것에서 충만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에도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제2장. 몸과 마음을 조정하는 법 - 짜증과 불안을 없애는 연습    

 

"변명이 고질적인 습관이 된 이유는 그것이 주는 괴로운 자극에 마음이 중독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음은 괴로운 자극과 불쾌한 자극을 받을 때 두근거리는 느낌을 "기분 좋다"로 착각해버리고, 정말 불쾌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쾌락으로 바꾸어 받아들인다. 이처럼 마음은 변명이 주는 단기적인 기분 좋음에 속아 점점 더 많은 변명을 되풀이하며 계속해서 자극을 추구하는 것이다."


"마음을 통제하는 것은 불교의 출발점이자 마지막 목표이다. 이것은 마음속에서 순간적으로 타오르는 분노, 탐욕, 어리석음이라는 번뇌에 지지 않고, 오히려 그것들을 다스리는 단계다."

     

"이제까지 이야기한 것은 이미 싫은 소리를 듣고 기분이 나빠진 다음에 취할 수 있는 대책이다. 사실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애초에 기분이 상하지 않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머릿속에서 정보 처리가 멋대로 진행되지 않도록 정보 조작을 초기에 멈추는 연습을 해야 한다."


"기분 좋은 소리에 들뜨고, 기분 나쁜 소리에 낙담하고, 지루한 소리는 무시하는 것이 사람 심리의 뿌리 깊은 패턴이다. 하지만 들리는 소리를 좋은 소리, 싫은 소리, 좋지도 싫지도 않은 소리로 분석한 뒤에, 소리 그 자체를 듣는 일에 집중하면 아주 예리하고 명확하게 들을 수 있다. 또 머릿속에 맴돌던 복잡한 생각은 사라져 간다."

     

"거꾸로 말해 음식을 잘 씹어서 확실히 느끼며 먹으면, 공복을 채우기 위해 필요한 양만 먹어도 충분히 먹었다는 실감이 난다. 즉, 만족을 알게 되면 자신에게 알맞은 양도 알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자연히 먹는 양도 줄어 살이 빠지게 된다."

     

"이제 여러 생각들을 내려놓고, 혀의 감각을 집중적으로 쫓아가며 느껴보자. 혀가 움직이고 지금 여기에 있고, 닿는다. 다시 움직이고, 닿는다. 음식물이 입속을 돌아다닌 동안 그것을 씹고 부수어 죽처럼 만든다. 죽은 점점 촉촉하고 걸쭉해진다. 맛이 변한다. 식감이 변한다, 맛이 변한다… 무언가를 마실 때에도 지금 마시고 있다, 지금 다 마셨다… 하는 식으로 의식을 집중해 본다. 한발 늦어도 상관없다. '아, 하고 깨닫는 순간 벌써 다 마셔버렸구나!'하고 그 순간을 느끼면 된다. 순간순간 변하는 정보들을 집중해서 받아들이다 보면,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어진다."

     

"우선 물건을 소유한다는 의미부터 살펴보자. 첫 번째 조건은 '마음이 그것을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조건은 '그것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강한 저항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음을 잘 들여다보면, 이 두 가지 사항으로부터 '소유하다'가 성립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유하고 있으면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우리 마음이 늘 '이것은 내 것이다. 잃고 싶지 않다!'라고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기억이 잡음과 같은 생각을 일으키며, 무의식에서 마음을 어지럽힌다."

     

"기억할 수 없는 것이 늘어나면, 현재 자기 마음의 상태를 인식하는 능력, 자신의 마음을 구석구석까지 넓게 훑어보는 능력, 자기 통제 능력이 줄어들게 된다."

     

"중요한 것은 상대가 지금 무엇 때문에 곤란하며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가 확실해질 때까지 쭉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만일 상대에게 충고하고 싶어 지면, 냉정하게 '지금 나는 상대에게 내 의견을 강요하려는 것은 아닐까?' '견에 지배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고 그 배경에 있는 진심을 헤아려 봐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고 있다'라는 만의 번뇌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상대에게 해를 끼치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미처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종종 '자비'라는 개념이 잘못 오해되어 단순히 다른 사람을 위해 슬퍼하거나 우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진정한 자비는 그런 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때에도 자신을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려는 번뇌의 실을 발견해 잘라내는 것이다. 이것은 곧 자기감정에 빠져 한탄하고, 친절해 보이려고 애쓰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 자연히 마음속에 자비의 마음밖에 없게 되므로, 오로지 상대가 평안해질 수 있는 방법만 찾게 된다. 이렇게 되려면,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친절해 보이려는 자기를 버리고 담담한 자비심을 길러야 한다. 위선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자신을 괴롭힐 일도 상대를 괴롭힐 일도 사라진다. 그러면 번뇌의 실에 매달려 움직이는 꼭두각시 인형이 되지 않을 수 있고, 자비로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

     

"자신의 마음을 잘 관찰하면 번뇌를 쉽게 조절할 수 있다. 자신의 참모습을 알았기 때문에 변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걷는 자세가 흐트러졌다는 것을 알면, 그 자세가 바뀐다. 이야기 방법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면 그 방법이 바뀐다. 마음이 비뚤어졌다는 것을 알면 마음가짐이 바뀐다."

     

"사람은 '앗!'하고 알아차리고 인지함으로써 강인하게 성장한다. 하지만 우리가 번뇌를 인지했다고 해서 모두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싫은 일에 대해선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고 모른 척하려고 한다.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지 않으려는 것이다. 이것이 곧 '업' 카르마의 구조이다. 우리는 그런 업에 이끌리지 말아 자신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싫은 부분도 잘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것까지 상대에게 털어놔 보자. 아마 그런 과정을 통해 항복하는 용기가 생겨날 것이다. 누구든 상대를 이기고 싶어 하므로, 항복하면 왠지 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오히려 먼저 항복한 사람이 열쇠를 쥘 수 있다. 이것은 바로 서로 속이며 엉클어졌던 관계를 다시 시작하게 해 주는 열쇠이다. 이 열쇠를 쥔 사람은 우선 '다른 사람에게 지고 싶지 않다' 혹은 '자신의 비뚤어진 마음을 보고 싶지도 보여주고 싶지도 않다'는 프라이드를 버리게 된다.

부모 자식 간이든, 사제지간이든, 연인 사이든, 동료 사이든 계율을 지켜 마음을 다스릴 때 서로에게 진정한 상대가 될 수 있는 법이다. 그리고 이것은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상대를 성장시키는 일로 연결된다."




도서정보 : 생각 버리기 연습(코이케 류노스케 지음/유윤환 옮김/21세기 북스/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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