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고 걸어가는 길, 해 질 녘의 밤공기가 좋다, 신혼이 간질거린다.
한일부부로서 우리의 신혼생활을 담은 글을 간간이 인터넷에 올리고 있는 요즘, 다른 신혼부부들의 삶과 이야기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까?, 다른 부부들은 어떤 신혼생활을 경험하고 있을까?, 자신들에게 주어진 그들만의 삶에서 그들은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
그래서 나는 책을 통해 다른 부부의 신혼생활을 엿보기로 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책이 『오키나와 신혼일기』이다. 남편과 함께 보낸 일본 오키나와에서의 신혼생활 단상을 적어낸 글들이 모인 책은 마치 영화 한 편을 감상하듯 부드럽게 읽을 수 있었다.
에세이 형식으로 남편과의 에피소드, 생활에서의 깨달음, 글쓰기에 대한 저자의 생각 등을 모아낸 책은 『오키나와 신혼일기』라는 책의 제목처럼 오키나와에서 신혼생활의 한때를 보냈던 저자의 개인적인 일기를 엿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대중을 위해 쓰여진 책인 것은 분명한데 지극히 사적인 누군가의 일기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약 100가지의 삶의 단상들을 적어낸 책이지만 영화의 장면들이 넘어가듯 자연스럽게 넘겨지는 글들 속에서 딱 두 편, 저장해두고 싶은 글이 있어 적어본다.
S# 40
세상에 내뱉는 모든 것
어떤 미술가를 알게 되고
그 그림이 좋아
그의 모든 작품을 찾아본다.
그러다
작가의 얼굴이 궁금해 검색해본다.
그러면 백이면 백
작가의 사진을 보는 순간
풋, 웃음이 난다.
자기가 그린 그림이랑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림에
꼭 사람이 등장하지 않더라도
그림은 작가와 닮았다.
그림의 분위기가 말해준다.
작품은 작가를 닮을 수밖에 없나 보다.
내 진짜 얼굴이 궁금하면
그림을 그려보면 된다,
글을 써보면 된다.
자신이 하는 표현들이
전부 자신을 닮아 있다.
그림에서도, 글에서도
그 사람의 냄새가 난다.
심지어 카톡 프로필,
페북에 끼적인 짧은 문구에서조차
그 사람의 냄새가 풍긴다.
내가 세상에 내뱉는
모든 것이
다 나 자신이다.
그것들이 악취를 풍기진 않는지
늘 자신을 돌아보며
살아야 한다.
S#76
행복을 두려워하지 않듯이
결혼 후 신혼생활을 하면서
너무나 많은 행복이 있었고
그만큼 많은 갈등도 있었다.
큰 결정을 하면서
사람은 성장하는데,
그 결정에 따른 대가에는
기쁨도 있지만 슬픔도 있다.
그 둘은
적절히 균형을 맞춰
우리에게 온다.
그 대가를 감내하면서
우리는 발전하는 것이다.
결혼 다음으로 내린
두 번째 큰 결정은
임신을 하는 것이었다.
임신 4개월 차에 들어선 지금,
또 얼마나 많은 행복이
우리 앞에 다가올까?
그리고
그만큼 또 얼마나 힘든 일이
우리 앞에 나타날까?
모든 게
모르는 것 투성이이고
감당해야 할 대가가
어느 정도일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하지만
행복을 두려워하지 않듯이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겠다.
환불할 수 없는
대담한 발걸음은
나를 많이 성장시킬 것이므로.
도서정보 : 오키나와 신혼일기(김지원 지음/다연 출판사/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