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버리기 연습2」는 「생각 버리기 연습」의 확장판, 심화판의 성격을 띤다. 「생각 버리기 연습2」를 읽다 보면 「생각 버리기 연습」에서 언급했던 저자의 생각들을 곳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다만, 좀 더 디테일해진 느낌이다. 「생각 버리기 연습」과 마찬가지로 「생각 버리기 연습2」의 내용에서도 의미가 있는 구절들이 많다. 그것들을 간추려 적어본다.
01. 비난에 대비하다
"사람들은 말수가 적은 사람은 '무뚝뚝하다'고 비난하고, 수다스러운 사람은 '시끄럽다'며 비난한다. 적당히 말하는 사람조차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비난한다.
이처럼 세상 사람들은 무슨 일이든 트집을 잡으려하고, 억지 이유를 찾아내 남을 헐뜯으려 한다. 인간은 그렇게 하도록 되어 있다. '비난받지 않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 『법구경法句經 』227 ~ 228"
"특히 부처처럼 유명한 사람일수록 불특정 다수에게 널리 알려져 있어, 일부 사람들에게는 칭송을 받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거센 비판과 중상모략을 받아야 했다. 이는 불전에도 잘 기록되어 있다. 자신의 생각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반대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반드시 나타나게 된다."
"이처럼 어떤 견해를 주장할 때 반드시 반감을 가지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어떤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은 평소 마음속에 비난할 말을 데이터로 저장해 두었다가, 비난하고 싶은 감정이 극에 달하면 행동이나 언어로 표출한다. 이것이 바로 세상이 성립하는 구조, 즉 인간 마음의 구조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세상 사람들에게 '이해해 주면 좋겠다'며 응석을 부리거나 기대감을 가지는 것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 헛된 기대감 때문에 비난을 받으면 화가 치밀어 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환상을 버리면 '이런, 또 당하고 말았군'이라고 넘겨버릴 수 있는 여유가 생겨 충격을 받지 않게 된다. 세상의 원리대로 '극히 자연스러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 뿐이야'라고 생각하고 넘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02. 어른이 된다
"주변 사람들은 당신과 친하게 지냄으로써 '얼마만큼의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얼마나 행복해질 수 있을지'등의 손익을 은밀히 계산한다. 당신에게 자상하고 친절하게 대해 줄 때조차도, 무의식적으로는 감사를 바라거나 보답을 원한다.
요즘 세상에 타산적이지 않은 진정한 친구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사람들은 간사하게 손익을 따지며 당신을 먹잇감으로 이용하려 한다. 그런 까닭에 진정한 친구를 찾을 수 없더라도, 그런 것이라며 홀로 당당히 걸어가는 것이 좋다. 마치 무소의 머리에 솟은 하나의 뿔처럼······. 『경집經集[수타니파타]』75"
"대부분의 인간관계는 상대방과 친하게 지냄으로써 자신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지 손익계산을 함으로써 성립된다. 그래서 이해관계가 없는 진정한 친구를 찾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부처는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거나 응석을 부리지 말고 혼자 독립적으로 살아가라고 설파했다."
"아무리 아둔한 사람도 마음 어딘가에는 '나를 잘 대해 주는 것은 돈 때문이야'라는 현실을 인식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원하기 때문에 마음이 괴로워진다."
"또 다른 문제는 조건 없는 사랑을 원하기 때문에 상대의 애정이 식었다고 느껴지면 슬퍼하거나 상처를 받는다. 상대의 행동은 이익에 근거한 것이므로,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되면 애정을 거둬들이기 마련이다. 그러면 가슴 아파하면서 상대를 비난하고 공격한다. 자신을 타산적으로 봐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강하면 강할수록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책망하는 마음도 강해진다."
"부처는 한탄하지 말고 이를 충분히 잘 알고 있어야 하며 경계하라고 했다. 이해타산적이지 않은 진정한 우정이나 애정은 찾아보기 어렵다. 사람들은 아무런 조건 없이 다른 사람에게 잘해주지 않는다. 이를 이해한 다음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는 길이다."
"조건 없이 사귈 수 있는 친구나 연인이 없다 하더라도, 살아가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진정한 친구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거나 '연인이 없어서 외롭다'는 생각을 버려라. 오히려 혼자라는 마음가짐이 당신을 한층 '성숙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03. 가족과 거리를 두다
"자기 혼자로는 만족할 수 없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남편이나 자식에게 기대를 걸며 자신의 '욕망을 대신 처리해 주는 대리인'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기동전사 건담>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있다. 로봇 건담에는 안으로 들어가서 건담을 조종할 수 있는 '모빌 수트'라는 인간형 로봇이 있다. '소유'가 바로 이와 유사하다. 자아를 상대에게까지 확장해서 조종하려고 '세뇌'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소유'의 본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다른 사람과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사이가 좋으면 좋을수록 상대를 자기 뜻대로 움직이고 싶어 하면서 고통을 느낀다."
"그러나 문제는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무의식적으로 '소유욕'이 생겨나고, 상대방에 대한 요구가 점점 커진다는 점이다. '좀 더 존중받았으면 좋겠다', '마감일 전까진 답을 줬으면 좋겠다', '당연히 내 부탁을 들어주겠지'와 같이 기대를 점점 더 키운다."
"이렇게 우리는 자기 마음대로 기대하고 상처를 받고, 상대방을 싫어하고 증오한다."
"지금부터라도 가까운 곳에 있는 가족을 연습 상대로 '소유욕'을 버리고, 상대를 자기 마음대로 조종하지 않으려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비로소 앞으로 만날 사람과 친해지고 파트너가 되어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무소유'의 다른 말은 '버리기'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을 자신의 소유물처럼 움직이려 들지 말고, 돈이든 물건이든 사람에게든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04. 부모에게 효도하다
"특히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는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서로가 공감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따라하려고 하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면 부모와 자식은 서로 간에 선순환을 일으켜 관계를 개선해 나갈 수 있다."
"부모에게 아무리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바꾸세요'라고 말해도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먼저 자신이 확신을 가지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면, 다른 사람에 대해 의연하며 온화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부모와 사이좋게 지낼 때 비로소 부모와 자식 간에 걸려 있는 주박呪縛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다시 말해 부모와 관계가 나쁘면 마음에 가시가 돋고 부정적인 업을 쌓게 되므로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
부모에게 효행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돕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냉대 받았던 기억이 효행을 하지 못하게 막을 수도 있다. 하지만 효행이야말로 운명처럼 엮인 주박에서 풀려나 자신을 자유롭게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07. 좋은 사람과 함께하다
"그렇다면 부처가 말하는 자신보다 훌륭하거나 비슷한 수준은 과연 어떤 상대를 말할까? 이는 자신보다 성격이 더 좋은 사람을 말한다. 즉 안정된 정서와 뛰어난 자기 통제력, 그리고 온화하고 유연한 성격 등, 마음과 관련된 모든 성질이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말한다. 이런 성질은 '그 사람과 함께 있으면 편하게 느껴지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원래 논리 자체는 간단명료한 것이며 자의식이나 감정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듣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하고 개운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마음의 의지가 명확하고 논리적인 사람은 말을 간결하게 하고, 다른 사람을 논리로 설득하려는 불필요한 생각을 하지 않으며,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한다. 이런 간결함은 사물의 인과관계, 즉 원인과 결과를 넓은 관점에서 조망한 다음 깔끔하게 정리하는 힘에 의해 뒷받침된다."
"때로는 힘들어하는 상대를 위해 도울 수 있는 힘이 당신에게 있고, 힘들어하는 당신을 도와줄 힘이 상대에게 있기도 하다. 이런 동반자야말로 '친구 혹은 배우자'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가 힘겹고 고통스러워하는 이유, 처해 있는 상황 등의 인과관계를 파악해야 한다. 그런 다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수용'과 '논리성'은 서로 다르지 않다. 상대방이 겪고 있는 고통과 그 배경의 인과관계를 논리적으로 정리할 수 없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상대방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09. 악마로부터 나를 지키다
"우리는 옆집에 사는 사람이 소리가 시끄러워서, '거참 시끄럽네'라며 불평한다. 부처는 이런 상태를 악마의 '군대'가 공격해 왔다고 비유한다.
군대가 갑자기 쳐들어와서 우리의 마음을 공격하는 것이다. 사실 공격해 온 군대는 '소음'이 아니다. 소음을 싫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마음은 괴롭지 않다. 마음이 공격당하지도 않는다. 소음 자체는 '좋고 싫음'이 없다. 하지만 머릿속으로 '소음=나쁘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괴로워지고, 그 순간 악마의 공격이 시작된다. 즉 악마란 '소음'이 아니라 소음을 계기로 마음에 생겨난 '불만'이다."
"어떤 일에 화를 낼 때 우리는 분노가 자신에게 이득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화를 낸다. 하지만 이것 역시 악마의 군대에게 함락 당하는 꼴이다. 자신의 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괴로움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얼마 전에는 된다고 해놓고 지금은 아니라니, 사람 참 힘들게 만드네, 하지만 안쓰럽게도 이 사람이 지금 무척 혼란스러운가봐!"라는 심정으로 상대를 관찰하고 이해한다."
"상대의 마음을 관찰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내면, 즉 자신의 마음을 응시하는 일이다.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날 때, 우리는 상대방의 행동이 자신의 성을 공격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의 행동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상대방이 무슨 행동을 하던 마음에 악마의 독은 침입하지 못한다."
"앞서 언급한 저자는 편집자에게 무리한 요구를 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계속 떠올리며 괴로움을 반복적으로 뇌에 입력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편집자 자신이다.
상대방은 지금 눈앞에 없고 편집자에게 '여러 번 반복해서 떠올리면서 마음껏 괴로워하세요!'라고 명령하지 않았다. 편집자는 '저자의 무리한 요구'때문에 괴로운 것이 아니었다. 저자가 저지른 무리한 요구를 몇 번이나 머리에 되새기면서 불쾌한 자극을 반복하고 싶어 하는 '자기학대' 때문에 괴로워한 것이다. 그렇다. 악마는 상대방이 아니라, 자기학대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는 우리의 마음이다."
제2부. 불쾌한 마음을 진정시키다
10. 자신을 정비하다
"즉 사회에서 중시하는 덕목이나 윤리, 도덕 등은 몸소 실천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하면 손해지만 다른 사람이 해 주면 이득'이라는 오해를 사기 쉽다."
"본래 '배움'은 '따라한다'는 말에서 유래했다. 본받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인간은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이처럼 실천하는 사람의 말은 그 무엇보다 강력하다. 실제로 해봤고, 기분이 좋고, 만족스럽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애매하게 말을 하거나 표정에 거짓이 없기 때문이다."
"도덕 수업은 학교 선생님이 할 게 아니라, 실제로 실천하고 있는 '마음의 전문가'가 해야 한다."
"하지만 자신조차 실천하지 못하는 까닭에 어떤 말을 해도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다.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조언하거나 가르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 확신과 설득력을 가지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먼저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정비한 후에 다른 사람에게 조언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바람직한 것은 자신이 행하지 못하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거나 꺼내지 않는 것이다. 몇 마디만이라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오히려 침묵이 낫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바람직한 것이 있다. 즉 가장 현명하지 못한 것은 자신이 실천하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일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이 실천하지 못하는 일을 남에게 강요한다. 이 때문에 화를 자초하고, 반항을 사고, 갈등을 야기한다. 이런 상황은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고 고민하고 고통스럽게 만든다."
"상대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하고 싶을 때는 '아니야, 먼저 나 자신부터 추스른 후에 조언을 해야지'라며 자신을 성찰해 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11. 자신을 이기다
"'화를 내면 진다'는 말이 있다.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은 불안하고 초초해 하는 사람보다 정신적으로 우위에 서기 때문이다.
훌륭한 사람이란, 이론적으로 인과관계와 법칙성을 조망해서, 사물을 관통해 볼 줄 아는 사람이다. 하지만 사람은 일단 화가 나면 이론이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객관성을 상실하고 만다.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은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전체를 볼 수 있지만, 화가 나면 그 시점에서 종합적인 판단이 불가능해지고 투우처럼 흥분하면서 날뛰게 된다. 화가 난 사람 눈에는 오로지 투우사의 붉은 천밖에 보이지 않아 투우사의 지배를 받게 된다."
"이처럼 우리는 남에게 무언가를 알려주면서 '이렇게 대단한 것을 알려주니 너무 고마워요!', '당신은 참 센스가 있군요!'라는 등의 칭찬을 듣고 싶은 욕망을 떨치지 못한다. 그러고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저작권'을 주장하고 싶어 한다. 말하자면 우리 모두는 '저작권의 망자亡者'인 것이다.
만약 그런 욕망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인다면, 평소에 '자신'을 붙들고 늘어지려는 악의 세력을 약화시켜야 한다. 다른 사람이 원하면, 아낌없이 주고 베푸는 것이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는 지름길이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베푼 것에 대해 대가를 바라지 말고 잊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인색한 마음을 이겨낼 수 있다."
17. 순간을 살아가다
"보상이 있으면 즐겁고, 없으면 괴롭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우리가 진심으로 만족스럽고 행복하다고 느꼈을 때를 회상해보면 예외 없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을 때이다."
"하지만 이는 보너스 상품과 같은 보상이 있으니까 일이 즐겁다는 '조건'을 자신에게 붙이는 것일 뿐, 그런 보상이 없다면 힘들고 고통스러워진다는 조건반사적인 패턴을 마음에 새기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의 만족을 쌓아가라
불교에서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일반적인 개념보다 매우 짧은 개념으로 바라본다. 가령 위의 문장을 내가 소리내어 읽었다고 가정하면, '미래를'에서 '미래'까지 읽고 '를'을 말하지 않았을 때는 '래'는 현재이고 '를'은 미래다. '미'를 말했던 시점은 과거에 속한다. 이렇게 매우 짧은 순간적인 차원으로 생각한다."
"눈앞에 있는 현재 그 자체를 음미하지 못하고, 과거와 미래로 자극적인 인상을 마음에 형성하고 있다면 현실 감각이 결여되어 만족감이 남지 않는다. 마음을 현실에서 유리시키는 과거와 미래의 정보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현실의 신체감각에 마음을 밀착시킨다면 감각의 현장감이 커지고 의식이 맑아질 것이다.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을 순간순간 천천히 관찰하고, 지금의 상태에 항상 마음을 엮어라. '지금! 지금! 지금!'이라는 느낌으로 말이다.
'방금 마신 첫 번째 차가 맛있었어요'라며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맛있네, 다음에 한 잔 더 얻어 마셔야지'라며 미래를 상상하지 말고, 지금 눈앞에 있는 차를 천천히 음미하라.
지금 현재의 마음에 충족을 쌓아야 결과적으로 미래가 다가왔을 때 과거도 만족스럽다. 불도佛道란 이런 짧고 짧은 매 순간을 음미해나가는 마음의 훈련이다."
제3부. 본래의 자신을 바로 알자
18. 미화하지 않는다
"죽음을 체험하면 평온해진다
인간이면 누구나 노화의 길을 걷고 신체도 조금씩 그 기능을 상실한다. '노하'는 길게 봤을 때 완만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과 같고, 죽음을 천천히 체험하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면 우리의 마음은 평온해진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무엇을 위해 이토록 살고 싶은 것일까?
'신체를 유지하고 싶다'는 강한 집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인간의 몸은 살과 내장, 액체의 집합체에 지나지 않는다."는 부처의 말은 이런 집착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믿음직한 해독제다. 부처의 말은 이런 집착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믿음직한 해독제다. 신체에 집착하면서 늙어가는 것이 두려워도 '어차피 신체는 고깃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육체가 늙고 망가져가는 것을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리고 평온한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21. 호흡을 가다듬다
"이번에는 불교의 호흡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나는 불교의 호흡법이란 어떤 틀 안에 넣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행하고 있는 자연스런 호흡을 응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호흡은 천천히 응시하면 자연스럽게 차분해진다. 호흡이 차분해짐으로써 우리의 마음에 평온이 찾아오도록 기다리는 것이 바로 불교의 호흡법이다.
자연스러운 호흡을 느끼기 위해 마음을 집중시키면 거친 호흡은 점차 섬세하고 부드러운 긴 호흡으로 안정된다. 이는 호흡을 가다듬는 방법으로, 갑작스레 호흡을 가다듬지 말고 준비 단계를 밟아야 한다."
"지속적으로 호흡에 의식을 집중시키는 연습을 하면, 점차 호흡을 쉽게 가다듬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호흡을 의식하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을 수 있게 된다. 호흡에 의식을 집중시키면 마음이 중립적인 상태에 놓이게 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되므로 당신이 이야기를 하던 타인의 이야기를 듣던 평점심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잠자고 있는 자신의 의식 센서를 깨우면 호흡의 장단, 강약의 정도를 의식할 수 있게 되고, 나아가 자신의 동요된 마음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숨의 거칠기를 느끼게 되면 마음에 이를 회복하려는 힘이 솟아나는데 그것이 바로 '염', 즉 '깨닫는 힘'이다."
22. 뇌의 환각을 간파하다
"부처는 이런 가려움의 고통을 욕망에 사로잡혀 버둥대는 상태에 비유했다. 욕망에 사로잡혀 탐욕스러워지는 마음을 '기분 좋다'고 느끼는 것, 즉 '고통을 유쾌하다'고 착각한다고 했다. 욕망에 사로잡힌 것 자체가 고통인데, 그 고통을 없애려고 손톱으로 환부를 긁고 나무 숯으로 몸을 지지며 시원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들 마음에 생긴 '이 사람은 자상하다', '이 사람은 냉정하다', '덥다', '시원하다' 등의 감정은 실재하지 않는다. 감각의 격차로 생긴 왜곡된 망상, 즉 신기루다. 따라서 우리는 스스로 외로움과 쓸쓸함, 자기애와 같은 '피부병'에 조심해야 한다."
"잘난 척과 자랑은 그 자체가 고통이다. 상대가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이야기를 힘들게 파고들어 자신의 마음에 긴장을 주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자신의 살갗을 박박 긁고, 나무 숯으로 지지는 행동과 같다.
그런데 우리 인간에게는 원래부터 고독과 외로움, 상실과 같은 상처가 있어 그 상처를 '자랑'과 '남이 알아줬으면 좋겠다'처럼 나무 숯으로 지지고 박박 긁으며 기분 좋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이런 욕망에 휩쓸리는 것은 더욱 자신의 고통을 키우는 꼴이다.
부처의 말을 빌리자면 나무 숯으로 몸을 지짐으로써 자신의 상처는 불순한 것이 되고 악취가 나고 결국 짓무르고 망가진다. 만족스럽지 못한 마음은 자랑거리를 늘어놓음으로써 그 상처를 더욱 덧나게 하고 결국 악취를 풍기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23. 의견에서 벗어나다
"옳다는 강한 확신이 있다면 자신의 의견을 굳이 강력하게 주장하지 않아도 되고, 싸울 필요도 없다. 아니, 상대와 싸울 생각조차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주장에 스스로도 '자신감'이 없고 진심으로 납득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상대를 납득시킴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려 한다. 즉 타인의 납득하는 표정을 보고, 찬성하는 목소리를 듣고, 자신의 뇌에 주변 사람들이 찬성했다는 정보를 입력하고 싶은 것이다."
24. 자존심을 버리다
"조건에 의존하지 않고 외부 세계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바로 '평정심'이다. 이런 평정심을 갖고 진정한 의미에서 흔들림 없이 자기 자신을 의지하고 설 수 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괜찮아'라고 생각할 수 있다.
평정심은 '나를 믿고 싶다(즉 자신감을 갖고 싶다)' 혹은 '나는 이제 안 돼'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며, 보이거나 들리는 것과 같은 외부 정보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이 그 안에서 완결되고 만족감을 느끼는 상태다. 그리고 '뭔가를 얻었으니까' 혹은 '뭔가를 할 수 있으니까', '모두가 찬성해줬으니까 나는 멋져', '훌륭해'라는 평가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 조건 없는 편안함과 평온함이 존재한다.
주변사람들의 반응에 상처받거나 자신감을 잃거나 혹은 이와 반대로 당신 자신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면, 이는 강인함과 평정심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반사반응이라고 인식하고 평온함을 되찾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두 발을 땅에 딛고 살아가는 평온한 삶'의 본질이다."
25. 죽음을 준비하다
"'마음이 척박해서 혹은 죽은 사람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어 슬퍼하지 않는 사람'과 '죽은 사람을 소중히 여겼기 때문에 슬픔=분노의 감정에 빠지지 않도록 자비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 슬퍼하지 않는 사람'은 겉으로는 비슷해 보일지 모르지만 전혀 다르다.
전자는 자기 멋대로 자신의 감정에 도취되어 있고, 후자는 상대를 편히 보내기 위해 마음으로 깊이 생각한다. 후자처럼 우리가 만일 죽은 사람을 따스한 마음으로 보낼 수 있다면 그 시점에서 '죽음'이라는 충격을 좀 더 냉정하게, 그리고 좀 더 침착하게, 좀 더 생생하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자신과 아무 관계없는 사람이 죽으면 심적으로 큰 영향은 받지 않겠지만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역시 인간은 죽는구나'라는 엄연한 사살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직시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나를 포함해 인간이면 누구나 죽게 될 거야'라고 이해하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생기더라도 자신의 생존에는 유리했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마음의 폭주가 진정되고,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타인의 죽음'을 자신의 일처럼 납득하는 것은 DNA에 내재된 숙명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는 해독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소중한 사람을 잃고 실의에 빠진 사람에게 갑자기 이런 말을 한들 쉽게 받아들이겠는가? 따라서 우리는 평소부터 죽음에 대해 알아두고, 대비하며, 죽음을 각오하는 것이 중요하다."
"'죽음'이라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슬픔', '괴로움'의 감정을 만들지 않는 훈련이다. 이런 훈련을 하면 당신이 죽음에 직면했을 때 큰 도움이 된다. '죽고 싶지 않아'라며 아등바등 괴로워하지 않아도 되고, 평온하게 죽음을 받아들여 최후를 맞이할 수 있다."
도서정보 : 생각 버리기 연습2(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스즈키 도모코 그림/양영철 옮김/21세기 북스/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