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문화] 카케, 자루, 붓카케, 카마아게 우동
일본의 처갓집을 방문할 때면 언제나 단골 우동집에 들러 가족들과 우동을 먹는 것이 연례행사가 되면서 저는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내가 먹고 있는 우동이 무엇이며, 왜 우리는 이것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즐길 수밖에 없는지 …
그래서 생각해본 '사누키 우동', 그것을 파헤쳐 본 흔적을 적어봅니다.
1. 사누키 우동이란 무엇인가?
아내의 고향 카가와현(香川県)은 우동현으로 불리며, 일본의 3대 우동 중 하나인 사누키 우동의 발생지입니다. 사누키(讃岐)라는 말이 붙었다고 해서 특별한 것은 아니고, 카가와현의 옛 지명이 사누키인데 그곳에서 만들어진 우동이라고 해서 '사누키 우동'이 되었습니다.
일본에는 3대 우동이라고 하여 미즈사와 우동(水沢うどん), 이나니와 우동(稲庭うどん), 사누키 우동(讃岐うどん)이 있습니다. 이 중 사누키 우동은 3대 우동 중 가장 대중적인 우동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조금 맛 좀 내는 일본식 우동집은 사누키 우동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토시코시소바(年越しそば)'라고 하여 섣달그믐날에 메밀국수를 먹는 풍습이 있는데, 아내의 고향 카가와현에서는 메밀국수가 아니라 우동을 먹습니다. 그만큼 지역 주민들이 우동을 즐기며, 그들의 생활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곳이 카가와현입니다.
2. 사누키 우동의 종류
사누키 우동은 완성된 요리 메뉴로써 통일된 형태는 없습니다. 면이 나오는 방식과 우동 위에 올려지는 고명 등에 의해 자유롭게 형태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누키 우동은 그것의 종류를 구별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면이 나오는 방식을 중심으로 종류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1) 카케우동(かけうどん)
카케우동은 쉽게 말해서 맛이 들어간 국물에 우동이 있는 형태로 가장 기본적인 우동입니다. 멸치 또는 가츠오 다시로 맛을 낸 우동 국물에 삶아낸 우동을 부어 한 그릇의 우동을 만들어 냅니다. 여기에 잘게 썬 파와 텐카스(튀김의 부스러기), 카마보코(어묵의 일종) 정도를 고명으로 올린 수준이 카케우동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2) 자루우동(ざるうどん)
삶은 면을 냉수에 행군 후, 자루(소쿠리)에 올리고 진한 맛이 나는 다시에 찍어 먹는 방식의 우동입니다.
3) 붓카케우동(ぶっかけうっどん)
진한 맛이 나는 다시 국물을 우동에 부어서 먹는 우동을 붓카케 우동이라고 합니다. 자루우동과는 다르게 우동을 다시에 찍어 먹는 것이 아니라 다시를 적은 양, 우동에 부어서 먹습니다. 따뜻하게도 차게도 먹을 수 있지만 주로 차갑게 해서 많이 먹습니다.
4) 카마아게우동(かまあげうどん)
카마(솥)에서 삶아진 면을 삶은 물째로 용기에 담아내고 다시를 찍어 먹는 우동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동은 삶아서 솥에서 꺼내 물로 헹구는데 카마아게 우동은 삶은 그대로를 그릇에 담아냅니다. 그리고 그 우동을 젓가락으로 집어 다시에 찍어 먹습니다. 삶은 그대로를 먹기 때문에 아무래도 다른 우동들에 비해 면의 쫄깃함이 떨어지지만 이런 형태의 우동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메뉴가 생겼겠지요!
3. 사누키 우동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
1) 사누키 우동이 무엇인지를 알고 먹는다.
바둑판 위에서 검은돌과 흰돌이 전쟁을 벌이는 바둑도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재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오목정도나 둘 수 있는 사람에게 바둑은 재미있는 게임이 아니라 먼 나라의 이상한 놀이같이 느껴질 겁니다.
음식도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습니다. 음식은 그것이 품고 있는 맛이 있기에 맛만 있다면 그것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맛의 향연은 즐길 수 있지만 음식에 대한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음식을 즐김에 있어서 깊이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사누키 우동을 즐기려면 우선적으로 그것에 대한 지식을 어느 정도 쌓아야 합니다. 사누키 우동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까지 꼭 알 필요는 없지만 사누키 우동이 면이 나오는 방식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정도는 알고 먹으면 사누키 우동이 품고 있는 깊은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2) 면이 나오는 방식과 우동 위에 올려지는 고명 등에 의해 자유롭게 형태가 달라지는 사누키 우동 중에 자신이 선호하는 우동을 찾는다.
사누키 우동이 면이 나오는 방식과 우동 위에 올려지는 고명 등에 의해 그 형태가 달라지고, 그것이 어떤 맛을 품고 있는지를 어느 정도 경험하게 되면 자신이 선호하는 형태의 사누키 우동을 찾을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우동에 대한 기호가 형성되는 것이지요! 이때부터는 우동을 경험하는 단계를 넘어서서 우동을 즐기는 단계가 됩니다.
3) 자신이 선호하는 사누키 우동을 주기적으로 맛보며, 소소한 행복을 누린다.
우동을 즐기는 단계로 들어선 사람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자신이 먹고 싶은 우동을 찾게 됩니다. 자신이 맛있게 먹었던 그때의 그 맛을 그리워하며, 주기적으로 찾게 되는 것입니다. 우동 한 그릇에 담긴 소소한 행복을 즐기고, 하루의 피로를 날려버리며, 사누키 우동을 제대로 즐기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