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고, 감각적이고, 잘 팔리는
어느 순간, 좋은 에세이를 쓰기 위해서는 글을 쓰는 행위뿐만이 아니라 글을 잘 쓰기 위한 공부도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선배 작가들이 쓴 좋은 글을 음미하며 읽는 것 그리고 좋은 글을 쓰고, 다루는 사람들이 정리한 글 쓰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리고 펼쳐 든 책이 김은경 작가의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이다. 현재 나의 가장 큰 열망인 '좋은 에세이집을 한 권 출간해야겠다.'를 위해 내가 하는 노력의 일환에서 보게 된 책으로, 에세이 전문 편집자로 10년 가까이 일한 저자가 간결한 문체로 써 내려간 좋은 에세이 쓰는 법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책에는 여러 가지 유용한 조언들이 담겨 있는데 그중에서 의미가 있었던 중요 내용들을 쭉 정리해보려고 한다.
에세이를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책을 만들다 보면 한 저자가 쓴 글 중에서도 유독 기억에 남는 글이 있습니다. 그 글들의 공통점은 다른 글들보다 주제가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쓰였다는 것입니다.
내가 쓴 에세이가 잘 쓴 글인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법은 간단합니다. 사람들이 커피숍이나 술자리에서 수다를 떨다가 "아, 내가 얼마 전에 이런 글을 봤는데"하면서 전해줄 만한 이야기라면 성공한 것이지요.
'나'를 드러내지 않으면 누구도 기억해주지 않는다.
개인적 취향이긴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좋은 에세이란 사적인 스토리가 있으면서 그 안에 크든 작든 깨달음이나 주장이 들어 있는 글입니다.
'나를 드러내는 것'은 좋은 에세이를 쓰기 위한 첫 번째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단 어디까지 나를 드러내는가는 스스로 정할 수 있으니 너무 거부감 갖지 마시길.
기억하세요. 에세이는 '독자들에게 나를 궁금하게 하는 유혹의 글쓰기'이기도 합니다.
첫 문장에 시간을 투자할 것
그것도 아주 초반부터요. 제목, 첫 문장, 주제, 셋 중 하나에는 강력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물론 이 세 가지 모두에 강력한 한 방이 들어 있다면 가장 좋겠지요).
첫 문장에는 되도록 개인적이고 사람들의 흥미를 끌 만한 무언가가 담겨 있어야 합니다. 남들에게는 없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첫 문장에 풀어놓으세요.
출판사에 투고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출판사 편집자는 수많은 원고를 읽습니다. 첫 문장으로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그들에게서 연락을 받기란, 글쎄요.
제목을 짓는 타이밍
제목은 마지막에 짓되 주제는 먼저 정해놓아야 합니다. 대주제를 하나 두고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찬찬히 글로 쏟아내 보세요.
제목이 될 만한 '한 숟가락'을 떠낼 내용이 없는 본문, 이런 글이 과연 재미있을까요? 잘 쓴 글에서는 애쓰지 않아도 제목을 건져낼 수 있습니다.
보여주는 글, 말하는 글
완벽주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면 "나는 완벽주의자야"라고 말하는 대신 내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충분히 보여주세요. 그리고 그 모습을 통해 독자들이 '와, 이 사람 진짜 지독한 완벽주의자구나!'하고 느끼게 만들어야 합니다.
말하는 글쓰기는 어떤 정보를 전달하는, 예를 들면 인문서에 더 어울리는 방식입니다.
몇 년 후에 봐도 촌스럽지 않은 글의 비밀
당장은 이 문장이 트렌디한 표현이고 좋은 주제를 품고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표현과 주제가 내년에도 유효할지를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글을 쓸 때 이 부분을 고려하지 못했다면 퇴고할 때라도 반드시 체크해야 합니다.
어디까지 묘사할 것인가
하지만 에세이든 소설이든, 묘사는 정말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소개할 때는 'OO은 정말 맛있다'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그 음식에 얽힌 특별한 에피소드라든가 주문할 때의 설렘, 향, 맛, 식감, 가게의 분위기 등을 충분히 풀어놓아 독자로 하여금 그 음식을 먹고 싶게 만들어야 합니다.
내가 맛보았던 음식을 설명해주고 싶으면 독자 역시 그것을 맛보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묘사해주세요.
너무나 매력적인 주관적 문장들
우리가 에세이를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 내가 보지 못한 세상을 작가의 시선으로 보고, 내가 차마 말하지 못하는 무엇인가를 작가의 입을 통해 듣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글을 쓰는 사람은 '클리세'라 불리는 보편적인 무언가보다는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그것을 글로 전달해주어야 합니다.
매력적인 글은 절대 뻔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매력적인 글에는 내가, 혹은 나의 시선이 충분히 녹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주관적 글쓰기가 어렵게만 느껴진다면 다음 두 가지를 생각해보세요.
'누구나 그렇게 생각은 하고 있으나 차마 말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사이 쉽게 흘려보내는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것이 바로 아주 매력적인, 주관적 글쓰기의 시작입니다.
에세이 작가가 되는 두 가지 방법
작가가 되고 싶다면 당신은 당신 자체로 유명해지거나, 당신의 글을 유명하게 만들면 됩니다.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
에세이는 기본적으로 남에게 보이기 위한 글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독자들이 내 이야기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적어야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남들도 좋아하게, 내가 불편했던 것들에 남들도 공감하게, 이것이 바로 에세이와 일기의 차이입니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글을 쓸 것
내가 쓴 글이 더 대단하다, 뭐 이런 망언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계속 글을 쓰려면, 사람들에게 '나'를 궁금하게 하려면 '오리지널'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책 속 한 문장은 저를 팔로우하지 않아도 어디에서든 볼 수 있으니까요. 내 것이 아닌 무언가에 기대어 사람들의 관심을 얻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와 상관없이 이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진실된 고백의 힘
진실된 고백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습니다. 이런 글에는 굳이 소리 내어 주장을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것은 다큐멘터리처럼 보는 사람의 몫이니까요. 그런 당신의 이야기를 읽으며 사람들은 자신이 그간 겪었던 일을 떠올릴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억에 힘입어 더 많은 사람이 용기를 내기 시작하겠지요. 진실을 담은 글, 이것은 그 어떤 주장보다 강합니다.
무엇이든 주제가 될 수 있다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은 뭐든 글이 될 수 있습니다.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주제여도 좋습니다. 잘만 정리하면 세상 누구도 쓸 수 없는 독보적인 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내가 할 수 있는 한 더 이상하게, 더 신기하게 써보는 겁니다.
'주제가 무엇이든 재미있게 읽히는가?'
위의 조건만 충족할 수 있다면 과감히 도전하세요. 주제가 무엇이든, 위의 조건이야말로 좋은 에세이인지를 가늠하는 단 하나의 공식이니까요.
도서정보 :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김은경 지음/호우 출판사/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