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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첫 3개월, 신생아의 미래를 결정짓는 비밀코드

[아빠의 서재]

오늘로써 내 아이 "사라"가 태어난 지 58일째가 되었다. 정말 정신없이 시간은 흘러갔다. "사라"는 우리 부부의 첫 번째 아이였고, 임신과 출산이 처음인 우리가 육아에서 버벅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이를 안고 조리원을 나와 집에 도착했을 때, 도대체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 우리는 모든 것이 당혹스러웠다. 


본능의 명령에 이끌려서 살고, 성장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딸아이를, 자연의 섭리에 따라 모성애와 부성애로 보살피고는 있었지만 앞으로 일어날 과정을 전혀 예측할 수 없고, 더 나아가 제어할 수 없다는 상황은 알 수 없는 불안감으로 나의 목을 조여왔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지금의 나의 상황을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조언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접한 책이 수잔 브링크의 『내 아이의 미래를 결정짓는 생후 첫 3개월』이다. 이 책에는 태어난 지 2주밖에 지나지 않은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왔을 때부터 궁금했던 거의 모든 내용이 담겨 있었다. 왜 아기는 미숙하게 태어나는지부터 시도 때도 없이 아기가 우는 이유 그리고 아기가 불규칙하게 잠을 자는 이유 등, 답을 구하기 어려웠던 신생아 발달의 비밀 코드들을 나는 속 시원하게 알 수 있었다. 



                   

여기서는 놓치고 싶지 않았던 그의 조언들을 쭉 적어본다. 


"진화론의 관점으로 보자면 현대의 아기 뇌는 커야 하지만 산도가 좁다는 딜레마에 부딪힌다. 그래서 어른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극도로 미성숙한 상태로 세상에 태어난다." 


"아기가 자궁에 있을 때는 뇌 발달에 있어서 대부분 진화와 유전의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출생한 후에는 문화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아기가 자신만의 특유한 환경에 노출되면 놀라운 현상이 벌어진다. 뇌가 환경의 영향을 받으면서 뉴런과 뉴런이 연결되는 시냅스의 연결 작용이 더욱 튼튼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번에 비슷한 영향에 노출되면 아기의 뇌세포는 더욱 신속하고 강력하게 반응한다. 이때 필요하지 않은 시냅스는 소멸하면서 아기의 개성이 발달한다." 


"아기가 생후 3개월을 무사히 넘기려면 자신에게 아낌없이 사랑과 관심을 쏟는 사람들의 편안한 손길과 냄새, 온기가 있어야 한다." 


"아기가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눈을 꼭 감은 채로 고개를 뒤로 젖히며 숨이 멎을 듯 우는 것은 정상이다. 물론 부모는 그 시간이 매우 길다고 느끼겠지만 건강한 아기는 하루 평균 1~3시간을 운다." 


"울음은 아기가 배고프거나 무섭고 불편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생애 첫 도구이자 유일한 도구이고, 이러한 욕구는 생후 3개월 동안 무조건 채워져야 한다. 이 기간 동안 아기의 생존은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 울음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아기의 울음을 그치게 하는 마법 같은 공식은 없다. 아기는 인간이고 모든 인간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아기 157명을 대상으로 엄마들이 아기가 우는 시간을 1년 동안 기록한 실험에 따르면, 엄마가 아기의 울음에 신속하게 반응했을 때 아기가 우는 시간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아기가 울어서 달래기 힘들다고 하여 아기를 보듬고 달래고 사랑을 베푸는 데 인색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안전하고 사랑받고 있다고 느껴야만 아기의 뇌는 꾸준히 튼튼하게 발달한다." 


"아기가 생후 3개월 동안 언제 얼마나 자는지는 전적으로 아기에게 달려 있다. 아기는 자궁에서 세상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중이다. 자궁에서는 낮에 엄마가 움직일 때 몸이 흔들리는 바람에 잠이 깼을 수 있고, 밤이 되어 엄마가 활동하지 않으면 엄마를 깨우려고 스스로 몸을 움직였을 수 있다." 


"게다가 아기의 뇌에는 24시간에 따른 인간의 생체리듬인 '서캐디안 리듬circadian rhythm'이 아직 자리 잡지 않아서 세상을 지배하는 24시간 주기가 낯설기만 하다. 아기는 자신에게 필요한 수면 시간을 알고 있으므로 방해를 받지 않는 한 그만큼 수면을 취할 것이다." 


"최근 실시한 연구에서 코르티솔 호르몬의 양을 측정해보니 아기는 생후 8주가 되면 어른처럼 24시간 주기로 생활하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밤중에 잠을 깨지 않고 계속 자는 기적이 일어나려면 6개월 정도는 지나야 한다." 


"생후 6개월의 아기는 대개 6시간 동안 자고 나서 젖을 먹으려고 잠깐 깼다가 다시 6시간 동안 잠을 잔다. 생후 1년 무렵부터는 낮잠을 한두 번 자고 중간에 깨지 않고 밤새 잠을 잔다." 


"아기의 초기 수면 주기를 부모가 알아차리기는 힘들지만 이렇듯 극도로 무질서한 수면 습관이 아기의 생존에는 유리하다. 무엇보다 아기에게는 영양을 공급받는 일이 일관되게 규칙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기가 밤에 잘 자는 일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매우 견디기 힘든 순간에도 아기가 보채고 우는 등의 요구는 거짓이 아니라 당장 채워주어야 하는 필수 상황이고, 때가 되면 상황이 훨씬 수월해진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분유 수유나 젖병에 모유를 넣어 수유를 하더라도 얼굴에는 미소를 지으며 손으로는 아가를 쓰다듬으면서 부드러운 말이나 자장가를 들려주고 사랑과 관심을 듬뿍 쏟는다면 모유수유의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분유 수유를 하더라도 가능한 한 모유수유를 하듯 아기를 가슴에 바싹 안고 친근하게 말을 걸며 수유하는 것이 좋다." 


"아기의 뇌는 수동적으로 소리에 노출되지만 들은 소리는 뇌 회로를 형성해가므로 단어의 시작과 끝을 구별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능력은 아기가 나중에 음절을 만들고 뒤이어 단어와 문장을 형성하면서 단어를 적합한 사람, 사물, 활동과 연결하는 토대가 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중 언어를 사용하는 아기가 단일 언어를 사용하는 아기보다 오히려 운동 기능과 정신 집중 능력이 약간 높다. 아마도 어떤 언어를 들을 때 또 다른 언어 지식이 방해가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기는 다른 언어를 임시로 보류해놓고 당장 사용 중인 언어에 집중하는 기술을 습득한다. 그렇더라도 두 언어를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예를 들어 영어 단어나 구절을 스페인어 문장에 끼워 넣어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생후 2개월이 되면 아기는 부모의 말을 받아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물론 할 수 있는 말이 많지는 않지만 부모나 양육자가 말하는 동안 조용히 기다렸다가 주위가 조용해지면 소리를 낼 것이다. 그러면서 어른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볼 것이다. 이것은 아기가 반응을 원한다는 표시이므로 아기에게 말을 걸어주고 아기의 대답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고 다시 아기에게 말한다. 이때는 아기가 얼굴 표정과 감정을 단어와 연결할 수 있도록 아기를 쳐다보면서 말하는 것이 좋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어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적어도 아기에게는 지루하지도 평범하지도 않고 무척 흥미로우므로 이를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아기는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고 싶어 하고 움직임에 반응한다. 생후 2개월이면 단순한 빛, 움직임, 명암 대비가 큰 물체를 넘어서서 다른 물체에 반응을 보이고 특히 말하는 사람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한다. 아기는 물체를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고 미묘한 빛의 명암 대비와 그늘을 볼 수 있다." 


"부모의 얼굴, 이모의 딸랑거리는 귀걸이, 아프리카 여성들의 머리 위해서 흔들대는 바구니 같은 평범한 환경은 매우 궁핍하더라도 아기에게 많은 시각적 자극을 제공한다. 그러니 모빌의 색깔을 걱정하지 말고 아기를 밖에 데리고 나가 나무를 보여주어라." 


"아기의 뇌는 계속 신경을 연결하고 있으므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으면 신경 연결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불안과 우울증, 심지어 삶의 후기에 나타나는 치매에 걸릴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다." 


"아기를 즐겁게 해주는 방식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져주고 바싹 안아주며, 마사지를 해주는 것을 아기가 느낀다면 스트레스 신호를 전달하는 수상돌기는 점차 약해지는 동시에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수상돌기는 더욱 강력해진다." 


"생후 3개월 동안 어떤 자세가 아기의 건강에 좋을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부모들이 있다. 이때 알려져 있듯이 아기를 똑바로 눕히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깨어 있을 때는 아기를 엎드려놓으면 다른 각도로 세상을 보게 된다. 또한 발로 허공을 차기보다는 바닥을 찰 수 있고, 엎드린 자세에서 목과 어깨의 힘을 기르게 된다." 


"신생아의 경우, 엎드려 있는 시간을 하루 몇 분부터 시작해 생후 3개월에는 1시간까지 늘린다. 한 연구에 따르면 아기가 생후 4개월까지 하루 1시간 21분씩 엎드려 있으면 두 발로 일어서는 시기가 훨씬 빨라진다고 한다." 


"아기는 생후 2~3개월이 되어 바닥을 발로 차기 시작하면서 바닥을 미는 방법을 터득해간다. 그러고는 놀랍게도 중력에 거슬러 움직이기 시작해서 팔꿈치에 체중을 싣고 일어서며 어깨 근육, 복부 근육, 가슴 근육을 튼튼하게 단련시킨다." 




도서정보 : (내 아이의 미래를 결정짓는) 생후 첫 3개월(수잔 브링크 지음/안기순 옮김/청림Life/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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