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인사가 자신의 외아들 중매를 의뢰했다.
이 분은 8대 독자, 아들은 9대 독자에다가 종손이다.
10대 종손을 낳아줄 며느리를 찾는다고 했다.
이 아들의 결혼은 가문의 중대사다.
아들의 만남 상대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아버지는 시조묘가 있는 몇 안 되는 성씨의 44대 종손이다.
시제를 관장하고, 시조와 22대 조상부터 모신다.
1년에 제사만 몇 번인가.
이 집안의 45대 종손과 결혼할 여성을 찾아야 했다.
아버지는 위로 딸 셋을 내리 낳고, 10년 만인 마흔한살에 아들을 얻었다.
미국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아들은 31세 때부터 결혼상대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3년 동안 진전이 없자 수소문 끝에 우리를 찾아온 것이다.
서른넷이 된 아들은 반듯했다.
예의도 바르고, 박사학위까지 받은 엘리트다.
그러나 제사가 많은 집안, 그것도 종손을 반기는 여성은 없다.
아버지와 아들을 마주했다.
“대개 남성들은 나이차이가 나는 여성을 선호하는데,
아드님의 경우는 나이차가 안 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세상물정을 알고 이해심이 있는 여성이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출산을 고려해서 건강해야 하고요.
가장 중요한 점은 가정환경인데요,
화목하고 가풍이 좋은 가정에서 성장한 사람이라면
집안의 뿌리와 문화를 이해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3가지 요건을 전제로 회원과 내 주변을 수소문해 2~4세차 여성 1000여명을 확인했다.
그런 다음 거주지, 종교, 취미 등을 체크해 10여명으로 후보군을 좁혔다.
이후 제사가 잦은 환경을 이해하고 감수할 수 있는 포용력과
성숙함을 갖췄으리라 판단되는 5명을 선택했고, 최종 3명으로 결정했다.
아들은 표정이 밝고, 대화가 잘 통하고, 미각이 맞는 여성이면 좋겠다고 했다.
“생각이 표정으로 나타나더라고요.
제 경험으로 보면 생각이 건강하고 긍정적인 사람은
대개 표정이 밝았어요.
또 음식처럼 일상적인 부분이 잘 맞아야 원만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부전자전, 아들은 자신의 결혼에 대한 아버지의 고민과 장손으로서의 책임감이 투철했다.
아들은 첫 번째로 만난 여성에게서 호감을 느꼈다.
밝고 온화하며 서로 말도 잘 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소식이 들려왔다.
다시 2년이 흐른 뒤 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다.
“46대 종손이 태어났습니다.”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이웅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