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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웅진 2시간전

오늘 중은 제 머리를 깍지 못했다.

Tour.com & Couple.net 

즐기면서 나스닥으로 가는 길

1150일 차 2024년 8월 24일


오지랖, 그 희비와 명암


서로 속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후배가 있다.

오랜만에 그를 만나러 나갔다.


카카오 택시를 탔더니 40대 운전기사가 말을 걸어온다.

유명대학 야구선수 출신이라고 한다.

프로로 가지 못한 신세를 한탄한다.

내가 교수처럼 보인다고 한다.

자신의 불운과 좌절을 하소연한다.

그에게 감정이 이입된다. 

달리는 택시 안에 나는 그렇게 상담실을 차린다.


욱하는 성질이 단점이라면서 어떡해야 고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나름대로 성심껏 답한다.

성품을 완전히 바꿀 수는 없다고 일단 전제한다.

다만 한 살 두 살 나이를 더 먹으면서 세파에 부딪치다 보면 차츰 개선될 것이라는 요지로 조언한다.

얼마나 집중해 내 말을 듣는지, 기사의 뒤통수만 봐도 알 수 있다.

덕담에 감동한 기사가 자기 먹을 박카스를 건넨다.


차에서 내려 후배를 만난다.

허물없는 사이여서 모든 대화가 직설적이다.

이것저것 흉금을 터놓는다.

그러다가 삐끗한다.

사소한 사안에서 의견이 충돌한다.

억양을 높이다가 각자 자리에서 일어난다.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단순한 견해차일 뿐이다.

머리가 복잡해진다.

택시기사와 후배를 대한 이는 둘 다 나다.

어느 것이 진짜 나인가.


율법이 육신으로 말미암아 연약하여 할 수 없는 그것을 하나님은 하시나니 곧 죄를 인하여 자기 아들을 죄 있는 육신의 모양으로 보내어 육신에 죄를 정하사... 로마서를 찾아 읽으며 스스로를 단죄한다

갈라지고 벌어지고 차가워진

둘을, 하나로 묶어보겠다는... 어느 시구도 되새긴다.


오늘 중은 제 머리를 깎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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