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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마 솔리튜드

by 이웅진

Tour.com & Couple.net

즐기면서 나스닥으로 가는 길

1151일 차 2024년 8월 25일


고립무원, 마 솔리튜드


운동이 과했나, 뭘 잘못 먹었나 몸 상태가 안 좋다.

아내는 아이에게 신경 쓰느라 아픈 남편을 건성건성 대한다.

자주 연락하는 지인도 없다.

사고무친이다.

얼마 전까지는 초등학생 동창들을 만나 위로를 받았다.

술을 거의 안 마시니 이제는 그 자리마저 여의치 않다.


인간관계는 상호작용이다.

물질이든 정신이든 기브 앤 테이크를 전제로 한다.

나는 사업에 올인했다.

업무 외 시간, 남는 에너지를 회사에 쏟아붓고 있다.


스스로 택한 절대고독이다.

88세 어머니가 언젠가 작고하면 누구에게 부고장을 보낼까... 내년에 결혼하는 큰아이의 청첩장도 마찬가지다.


나는 비즈니스에서만 멀티플레이어다.

과거와 현재의 인연들까지 챙길 여력이 없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쓸쓸한 삶이다.

깊어지는 감상을 애써 떨쳐낸다.

좌고우면 하지 않겠다고 모질게 다짐한다.


우리 직원들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들 덕분에 외톨이 신세를 면한다.

20대와 30대 시절 합숙만 안 했을 뿐 직원들과 동고동락했다.

40대에는 언론인, 50대 초에는 동창생들과 주로 어울렸다.

그리고 지금, 돌고 돌아 다시 직원들과 소통한다.


유년기 동네친구들은 더 이상기억에 없다.

검정고시를 같이 준비한 친구들도 하나둘씩 두절된다.

안 보면 잊힌다는 호메로스의 말, 과연 진리다.

늦깎이로 대학을 마치는 바람동문도 없다.

아니, 있지만 조카뻘들이다.


직장에서 일을 배운 뒤 독립하지 않았다.

월급쟁이 생활을 생략하고 바로 사장이 됐다.

살아남으려고 맨땅에 헤딩하면서 피땀을 흘렸다.

이미 30여 년 전, 성공한 청년사업가라며 오만군데서 손을 뻗어왔다.

관련업종들은 물론 정계의 러브콜도 받았다.

나는 그러나 슈퍼맨이 아니디.

업무와 인맥의 외연확장을 이루지 못했다.


후회는 일부러라도 않으련다.

외로움 속에서 허우적거리기에는 마무리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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