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필요했구나

913일만에 찾은 진짜 나

by 썬파워이쌤

20년의 시간, 그리고 리버스데이

20년 싱글워킹맘으로 살아오면서 겪은 이혼의 상처, 9억원의 빚,

그리고 조군의 초등학교 1학년, 너무 어린 시절 나의 암투병...

수많은 시련 속에서도 "엄마가 행복해야 내 새끼가 웃는다"는 믿음으로

유쾌하고 명랑한 모습을 유지해왔습니다. (실제도 그런 성격이고...)


하지만 조군이 성년이 되는 날,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었던 그 순간이

저에게는 '리버스데이'가 되었습니다. 다시 태어나기로 결심한 날이었죠.


잃어버린 나를 찾는 여행

3년 안에 잃어버린 나를 찾아오겠다고 스스로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913일 만에, 6개월이나 앞당겨서 저를 찾았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헤맸을까요. 그래도 저는 저를 믿었어요.

꼭 다시 데려올 것이라고.

이렇게 처음에 다이소 왕관을 쓰고 여왕이 탄생했었죠..

늘 이런식이에요. 어떤 악조건속에도 유쾌함은 잃지 않는....


무너진 삶 위에서

2023년 1월 15일, 913일 전 저는 다시 태어나기로 결심했습니다.

저는 늘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혼자서도 뭐든 해내며,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는 사람이라고 믿었죠.

그런데 이혼이라는 삶의 무너짐 앞에서, 그 단단하던 저도 속수무책이었습니다.

무너진 삶 위에서 '기댈 곳'을 찾아 계속해서 바깥을 향해 시선을 두었어요

누군가가, 무언가가 저를 안아주고, 다정하게 괜찮다고 말해주기를 바랐습니다.

저는 사람들을 참 좋아했어요. 늘 진심이었고, 순수하게 모든 것을 믿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언제나 상처뿐이었죠. 믿었던 사람들에게서, 기대고 싶었던 자리에서 상처를 받고,

외면당하고, 그럴수록 저 스스로가 더 초라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마음을 내줄수록 외로워졌고, 의지할수록 더 깊이 부서져갔어요.

그럼에도 세상 밖에는 늘 강한 사람처럼 보여졌습니다.


눈물 속에서 찾은 여백

지난 주말부터 저는 매일 울었습니다. 감정을 써내려가고, 노트 위에 마음을 쏟아내며,

필사로 숨을 고르고, 그 사이사이 흐르는 눈물을 가만히 받아냈어요.

울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그래도 아직 제 안에는 무너져 내린 마음을 껴안아줄 여백이 남아 있었으니까요.

새벽기상 909일째 되는 아침, 유난히 더 일찍 눈이 떠졌습니다.

마치 마음 깊은 곳에서 "이제 그만, 너를 좀 보듬아줘" 속삭이는 것 같았어요.


루비빛 찻잔 너머로

늘 같은 자리 거실테이블에 앉아, 차 한 잔을 우려냈습니다.

프랑스 홍차 브랜드 쿠스미티, 그 중에서도 루비빛 허브 블렌드인 아쿠아로사.

히비스커스의 산미와 붉은 과일의 향이 부드럽게 퍼지는 찻물. 찻잔 너머로 빛나는 그 루비빛이 어쩐지 제 마음 같았어요.

조금은 투명하고, 조금은 여린... 그렇지만 분명 살아 숨 쉬는, 나.

그 순간 문득 가슴 깊이 내려앉은 문장이 있었습니다.

"나는 내가 필요했구나." "나는 나에게 기대고 싶었구나."


그 소녀에게, 그 여인에게

저는 기억했습니다. 18살,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세상 앞에 나를 내보였던 그 반짝이던 소녀.

그 아이에게, 정말 미안했어요.

그리고 14년 전, 좋은 직장을 내려놓고 '교육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믿음 하나로 '썬'이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저에게도 마음 깊이 미안했습니다.

그렇게 고귀하고 뜨겁게 살아왔던 저를 제가 제일 몰라주었던 것 같아서요.


오늘의 다짐

사람들의 인정을 위해 나를 굽히기보다, 나의 진심을 위해 나를 세우겠습니다.

누구에게 기대기보다, 내가 나에게 가장 따뜻한 기댈 곳이 되어주겠어요.

그 소녀의 손을 잡고, 그 여인의 등을 토닥이며, 저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괜찮아, 그동안 참 잘해왔어. 이제는 내가 너의 편이 되어줄게."


마지막 과제, 그리고 새로운 시작

조군이 세상에 혼자 걸어나가기 전에 저를 찾아왔음에 너무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두려울 텐데... 애미가 걱정거리로 있고 싶지는 않아요.

20년 그 긴 숙제를 7월 21일 마치게 됩니다. 군복무하는 동안 면회 한 번 안 갔던 저였어요.

왜? 제 새끼를 믿으니까요.

그날은 자대 앞에서 기다렸다 두 팔 벌려 안아주며 "고생했다"고 말하려 합니다.

그리고 무사히 군산집으로 데려오는 게 제가 생각하는 제 품안에서 과제끝입니다.

다음날은 제가 아들에게서 독립을 하려 합니다. 그리고 저에게 애썼다고,

홀로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주려 해요.

조군에게 말하고 싶어요.

"원형아, 이제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야. 그동안 군대에서 많은 걸 배우고 성장했을 거고,

이제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걸어가길 응원해.

어떤 어려움이 와도 너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걸 믿어.

네가 선택하는 모든 길에서 행복과 성공을 기원할게. 너의 영원한 응원단장인 거 알지?"


함께해준 이웃님들께 감사를

이 긴 여정 동안 제가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은 함께해주신 소중한 이웃님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혼자였다면 아마 포기했을지도 모르는 순간들에서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보내주신 분들이 있었어요.

때로는 댓글 하나로, 때로는 공감의 표현으로, 때로는 조용한 지지로 제 곁에 있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여러분이 있었기에 913일이라는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고, 마침내 저 자신을 찾아올 수 있었어요.


마무리하며...

913일의 여정 끝에 다시 만난 저는 더 이상 밖에서 인정받으려 하지 않습니다.

저 자신이 저의 가장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주기로 했거든요.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도 각자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그 소중한 자신을

꼭 찾아주시길 바라요.

그리고 혹시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이 있다면, 저처럼 함께해줄 이웃들이 분명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우리는 모두 우리 자신이 필요한 사람들이고,

동시에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아직 해결할 것들이 엄청 많지만 이젠 무섭지 않습니다.


무소의 뿔처럼 당당히 혼자서 걸어갈 썬파워이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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