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에서 만난 시니어근로자 선생님
친구에게 책을 택배로 보내야 했다
출근길에 집에서 쓰레기로 버리려던 쿠팡 박스를 챙겨 우체국에 들렀다.
박스에 책을 넣어보니 생각보다 튼튼하지 못했다.
우체국 택배 박스를 사서 다시 포장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박스를 고르고 있었다.
그때 한 분이 다가오셨다.
"그거 사지 마시고, 가져오신 박스 그대로 쓰세요. 제가 포장해 드릴게요."
시니어 근로자로 보이는 분이었다. 70세 가까이 되어 보이셨다.
손놀림이 정확했다. 책의 크기에 맞게 박스를 자르고, 접고, 테이프로 단단히 고정하셨다. 몇십 년 해온 일처럼 자연스러웠다. 금방 튼튼한 택배 상자가 완성되었다.
"선생님 덕분에 정말 훌륭하게 포장되었어요. 너무 감사합니다."
내가 말했다.
"시니어 근로자 제도 덕분에 저같이 잘 모르는 사람도 이렇게 도움받을 수 있어서 너무 좋네요."
그분이 잠시 멈칫하시더니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이렇게 말씀해 주시는 분은 처음이에요."
"......"
"대부분은 그 나이에 무슨 돈을 버냐고 하시거든요."
말끝을 흐리시는 표정이 편하지 않아 보였다.
가슴이 답답해졌다.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일할 수 있다는 것.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그게 이분에게는 삶의 행복이고 원동력일 텐데.
"일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그분이 말씀하셨다. 그 말속에 담긴 의미가 무거웠다.
우리는 모두 늙는다. 쌓인 경험과 노하우, 세월의 연륜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데, 왜 우리 사회는 나이 듦을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걸까.
택배를 마치고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리려 했는데, 그분은 보이지 않으셨다. 화장실에 가신 것 같았다.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나도 나이가 들면,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작지만 꼭 필요한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늦게까지 일하며 살고 싶다.
오늘 그 모습을 미리 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