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에 첫눈이 내렸다.
오랫동안 달려온 하루의 끝에서, 하얀 점들이 공기 속에 가볍게 흩날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조용히 발걸음을 늦췄다.
첫눈이 내리는 순간은 언제나 마음을 멈추게 한다.
세상이 낮게 숨을 고르는 듯한 그 고요함이 좋았다.
집 근처 공용주차장앞, 붕어빵 포차의 주황빛 조명이 눈 속으로 번져 있었다.
나는 자연스레 포차 앞에 멈춰 섰고,
어묵 국물이 조용히 부글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손을 녹이듯 천천히 어묵을 하나 집어 들었다.
"첫눈이 와서 그런가, 오늘은 손님들이 다들 얼굴이 밝아요."
사장님이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목소리에는 오래 이곳을 지켜온 사람만이 낼 수 있는, 묵직하면서도 포근한 온기가 있었다.
"그러게요. 첫눈와서… 이런 게 더 따뜻하게 느껴지네요.그래서 꼭 먹고 싶어서 이리 왔어요"
사장님은 내 손에 든 종이컵을 힐끗 보더니
"춥죠? 국물 더 드세요. 첫눈 오는 날이잖아요."
그 말은 그냥 배려가 아니라,
잠시 길을 걷다 쉬어가라고 건네는 어른의 온도 같은 것이었다.
첫눈이 내리는 저녁, 작은 포차 앞에서 나눈 대화는 길지 않았다.
하지만 그 짧은 몇 마디 속에
하루 동안 몰래 쌓여 있던 마음의 피로가 살짝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다.
갓 구운 붕어빵을 하나 받아 들고,
그 따뜻한 촉감을 손바닥으로 느끼는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온도란 커다란 사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평범한 날의 평범한 대화 속에 숨어 있는 게 아닐까.
나는 늘 이런 순간이 좋다.
누군가의 친절 하나,
김 서린 종이컵 하나,
첫눈 속에서 오래 서 있던 포차의 불빛 하나.
크지 않지만,
마음을 기울이면 충분히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장면들.
첫눈 오는 날 먹는 붕어빵과 어묵은 원래도 맛있지만, 오늘은 유난히 더 특별했다.
아마 그 안에 담긴 것은 붕어빵의 고소함이나 어묵의 간이 아니라,
사장님이 건넨 말 한마디, 그리고 그 순간 내가 느낀 '살아 있음'의 작은 떨림이었을 것이다.
첫눈은 겨울의 시작을 알리지만,
오늘 나에게는 내 마음의 온도를 다시 켜주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작은 포차 앞에서 조용히 나를 다시 데우고 있었다.
2025년 12월 3일 군산 첫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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